산골통신

낮이 짧다...

산골통신 2014. 11. 20. 20:35

아침 으슬으슬한 한기를 느끼며 마당에 내려선다.
춥다. 아직 해가 산너머에 있다.
더 올라오거든 일 시작해야지...

누가 쪼차오는 것도 아닌데 뭐 서두를 필요 없지...
오늘 중으로 할 일 다 하면 되지뭐...


하루 한끼는 배차적을 꾼다.

밭에 나가 배추 한덩이 쓱 뽑아 겉잎은 닭장에 던져주고 속잎은 모두 밀가루반죽 묽게 개서 배추를 담아놓는다.

그러면 하루종일 입맛 당기는대로 꿔먹을 수 있다.
일하다 말고 밥하기 구찮고... 해도 먹을입도 없고...

이게 젤이다.

반주삼아 맥주 한병 까다가 쪼매 태웠다... ㅎㅎㅎ


고춧대궁을 다 정리하고 군데군데 울긋불긋한 고추들을 그냥 내버리지도 못 하고 다 따왔다.

그냥 밭에 냅두면 절로 붉어지기도 하고 희나리가 되기도 하는데..

산골사람들은 그때 다 말랐을 때 따기도 하더라..

희마리를 사러 일부러 산골짝까지 들어오는 상인도 있더라.

 

 

 

그냥 이대로 냅두면 얼거나 희나리 되거나 해서 버리기 일쑤인데...

양도 얼마 되지 않고해서 처치곤란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에라... 얼렁 마르라고 꼭지 따고 가위로 일일이 잘라놨다. 금방 마르겠지.

 

울긋불긋 푸르딩딩한 놈들도 같이 잘라 말려놓는다.

우짜냐고... 다 먹어내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장아찌담는 것도 넘치고...

태양초 만들려다가 성질 베린다. 안 그래도 안생긴 성질머리.. 더 나빠진다.
걍 이렇게 죄다 가위질해서 말려 뽀사묵는게 질이다.

 

오늘은 어제 다 못 찧은 방아 마저 찧고~

총 400키로 포장해서 택배총각불러다 실어보냈다.

요새 택배일이 힘든가보더라... 내 알기로 그간 거래한 택배총각만 대여섯이 넘어...

이번에 온 총각들은 낯선 얼굴이더라고... 직업병들이 심해서 얼마 못가 그만둔다하대... ㅠㅠ

 

논에 가서 볏짚단 한구루마 실어오고...

메주 쑤어 달아맬때 써야하고~

닭 알둥우리도 만들어야 하고... 이것저것 쓰임새가 많다.

죄다 걷어가기 전에 얼렁 실어왔다.

 

하루 해가 짧으니 일을 얼마 못한다.

뭐 그다지 바쁜 일도 없지마는... 금새 해가 지고 썰렁해지니...

맘까지 따라 썰렁해진다.

 

달구새끼들은 지들끼리 영역서열쌈이 치열하다.

젤 어린 암탉들이 수난을 당하고 살더라...

장닭이 여엉... 힘을 못 쓰나벼? 오골계들한테 막 밀리네? 이런...

잠잘 때도 세 군데로 나눠 자더라...

할매닭들은 홰에 올라가 자고 오골계들은 구석탱이에 몰려서 자고 토종닭들도 지들끼리 한짝에 뭉쳐 자더라.

참 희한하지... 절대 섞여자는 벱이 없드라... 한참을 구경하다 들왔다.

낮에 쥐가 다 쳐놓은 묵은 나락푸대가 뒹굴고 있길래... 모조리 닭집에 갖다 부어줬더니 아주 난리가 났더라...

거기도 뭐 먹을게 눈에 띄는지... 모조리 대구리 쳐박고 쪼아먹기 바쁘더라...

이놈들 알을 항개도 안 낳아... 아직 어려 그런가??? 추워 그런가???

할매닭들은 늙어 안 낳고 이놈들은 어려 안 낳고?

천상 봄이 와야겠구만~ 알 귀경하려면...

 

쥐등쌀에 못 살것다. 어데 길고양이들 좀 사료로 꼬셔서 와서 살게하던지 무슨 수를 써야겠다.

푸대란 푸대는 다 쏠아놨다.

아까 당가루를 퍼담다가 다 쏟을 뻔했다. 망할...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냄겨둔 홍시들이 제법 된다.

키가 자래지 않아 못 따고.. 걍 쳐다만 보고 왔다.

아무도 감 욕심을 안 낸다... 집집마다 감들이 대부분 그냥 나무에 달려 익어떨어진다.

곶감만 조금 하고 다들 냅두는 모양이더라...

따기도 힘들고 보관도 힘들고.. 먹을 입도 점점 줄어들고 하니 그렇겠지 뭐...

우리도 사랑방에 한궤짝 담아놨는데.. 저거 누가 다 묵노 말이다...

 

하늘에 별이 많다.

눈이 차갑다. 가만히 뜨고 올려다봐야한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장 안 하면~ 안! 되나여???!!!  (0) 2014.11.26
옛우물가에...  (0) 2014.11.22
하이고~~~  (0) 2014.11.19
.....  (0) 2014.11.17
닭닭닭닭닭~~~  (0) 201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