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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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통신 2014. 11. 17. 20:32

사진이 다 흐릿하게 나왔다.

마치 내 마음마냥....

 

지난 살벌한 추위때 고추가 왕창 얼어버렸다.

안 그래도 다 뽑아치울 놈일이니까 그리 아까울 것도 없지마는...

달린 채로 얼어버린 놈들을 보니 맘이 여엉 거시기하네~

 

그래도 우짜냐., 밭설거지는 해야하고~

빨간 놈들은 그냥저냥 따고 퍼렇게 얼어버린 놈들은 닭이 먹을려나?

가마솥에 푹푹 삶아서 당가루에 개줄까? 내일 궁리좀 해봐야겠다.

고추씨앗도 먹는데 고추를 못 먹을꺼나? 갸들이?

 

말목에 매준 끈을 가위로 일일이 잘라 걷어내고 말목을 뽑아 양쪽에 무져놓았다.

내년에 또 써야하걸랑. 찾기 쉬운 곳에 냅둬야지.

 

고춧대를 다 뽑아 밭둑에 무져놓았다가 다 마르면 아궁이에 쳐때야지.

팍팍 밟아제끼면 다 부숴지더라고.


 

 

푸르딩딩 얼어버린 고추들 보자니 맘도 손도 시리다.

알뜰히 따봤지만 반 바구니도 안 나오대...

그냥 못 본척 하고 버리자 싶은땐 뭐 양이 많아보이더만~ ㅋㅋ


빨간 고추를 다 따버리니 더 썰렁해뵌다.
이제 한철 지났구나...

 

달구들은 잘 논다.

왕겨를 두어 푸대 깔아줬더니~ 그 모진 닭발로 막 파제끼고 뒤집고...

지들끼리 서열이 정해졌는지...

할매닭 두마리는 훼에 올라가 자고~

오골계 8마리들은 구석탱이에 지들끼리 뭉쳐 자고

장닭과 암탉4마리는 소여물통 위로 올라가 따로 자더라...

 


할매닭 두 마리는 병아리때부터 여기서 자란 놈들이라 그런가?

훼에 자연스레 올라가 터잡고 자더라.

지들간에도 뭐 우리가 모르는 머시깽이가 있는가보네~ ㅎㅎ

 

내일은 가마솥에 이것저것 푸성귀 다 퍼넣고 소죽끓이듯 끓여서 당가루섞어 닭모이 만들어줘야지.

닭이 있으니까 심심치 않고 잼나더라,

생전에 할매가 왜 소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그러셨는지 이제사 알것다.

이 산골짝에서 그리라도 소일거리가 있어야 무료하지 않다는겨...

 

겨울은 왔는데~ 땔나무가 달랑달랑하다.

엔진톱까지 사다바쳤는데도 나무를 썰어주지 않는 무늬만나무꾼땜시...

천상 엔진톱까지 이 선녀가 들어야할라나...

 

이 고충을 들은 도시 친구 하나가 땔나무 걱정은 하덜덜 말라고...

필요할때마다 5톤트럭으로 갖다주겠노라고...

큰소리 땅땅치더라.

그... 거시기... 소주다섯병 들어간 술김에 한 말이라... 다시한번 확인사살은 해야것지마는...

빈말 하는 친구가 아니기땜시... 철석같이 기다릴란다.

 

다음주 김장만 마치고 나면...

뭐 큰일은 없다. 슬슬 쌀방아나 찧어서 팔고~

황토방 구들장 뎁혀서... 구들장엑스레이나 열심히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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