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쌀방아도 못 찧고... 바람불어서리... 나락먼지 당가루랑 왕겨 다 날린다고라...
안 그래도 방아찧을때 날리는 먼지땜시 완전무장하고 눈만 빼꼼 내놓고 방아찧는데 말이지...
방아 다 찧고나면 샤워 안 했다간 온 몸이 까끌거려 난리가 난다고라...
오늘 바람이 억수로 분다. 참말이지... 밤새 불고 또 아침에도 자지 않고 불어제낀다.
황사가 벌써 오는 걸까?
그래도 일은 밀리면 안 되니까 일단 시작은 하고 보려고 봉당으로 나서니...
할매 아이들 해먹이라고 장닭 한 마리 잡으러 가자신다.
장닭 한 마리가 얼마나 억센지 딴 넘들은 암탉들 옆에 얼씬도 못 하게 하고 모이도 혼자만 맡아놓고 쳐먹고
아주 위세가 대단하야... 더 두고 못 보겠단다.
해서 그넘을 찍었다. 잡자!!!
할매가 막아놓은 그물을 들치고 들어가시고 산골아낙은 문을 닫고 지키고 섰다.
이짝에서 할매 있는 쪽으로 닭들을 몰면 닭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구석에 쳐박히기 때문에 잡기가 수월하다.
가장 말썽을 피우는 장닭 한 넘을 붙잡고 닭들 날개짓에 온통 먼지구덩이된 닭집을 탈출한다.
아이구~ 내 입 속에 콧속에 아무리 못해도 저 먼지 한줌은 들어갔을껴... 에퇴퇴..
올해 병아리를 까야 하는데.. 암탉들한테 까라고 맡길까 하다가 부화장으로 가신단다.
왜요~ 엄마닭이 까서 키우는게 더 깔차잖유.. 하고 여쭈었더니.. 또 기맥힌 이유가 있단다.
엄마닭이 까서 키우면 천층만층 병아리가 까여나오는 날짜가 틀리기 땜시
자라는 개월 수가 틀리기 마련이라...
그러면 큰 닭들이나 먼저 깐 넘들이 나중 까여 나온 병아리들을 막 쫀다네? 일테면 지들 세계 군기잡는다고나 할까?
해서 어린 병아리들이 그 텃세를 못 이기고 골골거리며 죽는 애들도 생기고 모이를 못 얻어먹어 비실거리는 애들도 생긴단다.
오메 별일이여...
해서 집을 여러 군데 만들어 키우자니... 일이 많고... 기존 있는 닭들도 있고해서...
어쩔 수 없이 부화장에서 왕창 까와서 분리해서 키우는 것이 훨 낫다 싶어서 그리 하기로 했다.
함께 놔뒀다간 지네들끼리 쌈박질 하는 통에 죽겠더라고...
병아리 키우는 건 엄마닭이 최고인데.. 그런 난리통이 벌어진다니 어쩔 수 있나 그래...
닭 한 마리 잡아갖고 할매는 털 뽑으러 들어가시고~
산골아낙은 매실밭으로 톱들고 올라간다.
바람이 심하다. 날라갈거 같다. 아직 황사도 아닌데 별일이다.
꽃샘추위가 제대로 오는가보다.
매실나무들을 한 이태 전지를 안 해줬더랬다. 수세 좀 잡으라고...
그랬더이만... 곁가지들이 본가지보다 더 잘 자라가꼬서리.. 본가지 행세를 하려들더라... 오메...
너들이 그럼 안 되져... 응?
본 가지 모양새를 봐가며.. 햇살 잘 들게 부챗살 모양으로 좍 좍~ 사방으로 뻗어나가게 잔 가지들을 쳐줬다.
상당 매실나무들은 전지를 처음 한 번 해줬던가? 그 뒤로 수세 잡으라고 냅뒀는데... 아직 곁가지들이 번성을 안 하더라만...
거름끼가 박해서 그런가 그짝 동네엔? 뭐 하여튼 그렇다.
이짝 뒷골밭 매실나무들은 흙이 좋아 그런가보다. 오랫동안 밭으로 사용했던지라...
작정하고 톱질을 해댄다. 큰 톱도 소용없다. 잔 가지들이라 작은 톱이 요긴하다.
자잘한 가지들은 전지가위로 싹둑 싹둑 해치우고. 좀 큰 가지들은 톱으로 사정 안 보고 잘라나간다.
나무들 자라는 속도는 참 대단하다. 십년대계라... 그 말이 실감난다.
매화가 피려고 맹아리들이 서서히 부풀어오른다. 아직 추워서 그렇지 햇살만 좀 따뜻해지면
금새 봉오리가 만들어질 태세다.
바람을 있는대로 맞아가며 톱질을 한다.
처음엔 추워도 금새 몸이 더워진다. 나무 가시들이 막 찌른다. 아이구... 이마빡도 찔리고...
손등도 예사로 찔리고... 옷도 막 가시에 걸리고 아주 난리다.
뒷산 솔숲 바람소리가 무시무시하다. 마치 파도소리마냥... 막 몰아쳐오는 듯 싶다. 소리만 들어서는...
그리 착각도 할 만하다.
나무 밑엔 냉이와 꽃다지 그리고 뭐더라.. 할매한테 아침녘에 들었는데 까묵었다. 에고...
이따 또 여쭤봐야지...
하여간 다닥다닥 천지빼까리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와서 냉이 캐가도 되겠더라.
약을 안 치는 걸 알아서 그런가... 여기저기 호미로 캐간 흔적이 많더라.
오늘도 할매는 한 소쿠리 냉이 캐서 씻어 건져놓으셨다.
배꼽시계가 막 뭐라한다. 에고 밥묵고 다시 오자.
힘이 안 난다. 기운이 쭉 빠져 톱질에 힘이 안 들어간다. 톱도 잘 드는 걸로 바꿔와야겠고.
언제 장날 나가는 길에 톱을 갖고 가야겠다. 좀 날을 갈아써야지.
배가 고파야 밥이 맛있다.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그리 말했다데?
배가 고프거든 밥을 먹으라고... 시간 되었다고 밥 먹지 말라고...
뭐 하여간... 고추튀김 양념장 찍어 밥 한 그릇 다 비우고 일어섰다.
지챙이나물을 무랑 섞어 콩가루 묻혀 끓여놨는데... 아구 써라...
아구 할매요. 지챙이는 쓴나물이라 좀 물에 울궈내야 해요~~
뒷맛이 약 먹은 듯 하다. 아이구...
그래도 은근 땡기는 맛이 있어 자꾸 먹어보긴 한다.
요즘 지챙이가 한창이다. 좀 있으면 꽃피고 못 먹는다.
지챙이가 약초라고 다들 찾는단다.
흠... 산골 들판에 약초 아닌게 어데 있냐? 다 약초지.
먹으니 기운이 좀 난다. 다시 톱을 새로 들고 올라간다.
나무가지들을 이쁘게 모양잡아준다. 재미있다. 첨엔 이거 어떡하누... 엄두가 안 나더니만...
올 유월에 매실 따낸 다음에 윗 가지들을 쳐내줘야겠다. 지금 윗 가지를 쳐내면 자꾸 엄한데서 잔가지가 번성해서 안 된다.
솔숲너머 상당 밭에 올라간다.
여기는 뭐 별로 전지해줄 나무들이 없다.
본 가지들이 자리가 잘 잡혀 자란다. 내년 봄에 윗 가지나 좀 쳐줄까.. 일이 없다.
아롱이 묻은 자리에 누가 흙을 조금 파헤쳐놨다. 들짐승 짓인거 같은데..
흙을 두둑하게 덮고 그 위에 돌 대여섯 덩이로 무더기를 만들어 올렸다. 이거 건들지 말거라...
울 아롱이 외롭고 불쌍하게 살다 갔는데... 편히 쉬게 냅둬라. 이넘들아.
산마늘이 촉을 내밀었다. 애들은 참 빠르다. 두메부추도 손가락 마디만치 자라올라왔다.
다른 애들은 아직인데... 올해는 밭 관리 좀 해줘야지... 아무리 야생으로 자란다고 해도... 풀이 너무 무성해서 보기가 싫다.
두메부추 순 올라오면 살짝 칼로 도려내서 샐러드 해먹으면 향이 참 좋다.
산마늘도 쌈으로 먹으면 마늘향이 싸그리하게 나면서 별미고...
나물 철이 슬슬 시작된다.
하루종일 바람을 앞으로 뒤로 맞아가며 돌아댕기며 일을 했다.
아후... 사람은 일을 해야해... 그래야 밥맛도 있고~ 몸도 여기저기 곰팡이 안 슬고 잘 돌아가지.
날 춥다고 구들장 지고 있었으면 이런 상쾌한 기분 못 느끼지...
산골은 밤이 일찍 온다.
서산에 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산밭에서 내려왔다.
마지막 해가 반짝 비추면서 산 뒤로 넘어간다. 강렬하다.
금새 어둠이 내리고 뒷산에 달이 뜨고 별이 뜨겠지.
서둘러 뒷설거지를 하고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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