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다녀갔을까? 놀갱이? 산돼지?
산마늘 잎을 야금야금 뜯어먹은 흔적이 있다. 검부지기를 괜히 걷어내줬다.
그대로 덮어져 있었으면 눈에 안 띄었을건데.
산식구들이 산마늘잎은 별로 안 좋아라 하던데.. 해마다 한두 잎만 입 대보고 다신 건디리던데 말이지.
아무래도 사람 손 탔나? 흠. 그것도 그렇다. 아직 잎이 작은데 어데 입 부칠 것이 있을려나?
보나안보나 산토끼던가 놀갱이 짓이 분명하다.
너들 다 묵지는 마라~ 내도 묵어야지. 넉넉히 심었으니 이짝은 너들 먹고 이짝은 내묵자. 응?
두메부추는 여전히 대단하다. 아무래도 생땅 쪽엔 별 양분이 없는지... 자라는 모냥새가 별루다.
땅좀 더 푸실거리걸랑 뽑아다 좋은데로 옮겨줘야지.
야생초밭 둔덕 사이로 물길을 내줬더니 자연스레 도랑이 만들어졌다.
삽이랑 곡괭이갖고 제대로 된 도랑을 만들어줘야 한다.
윗 비탈에서 내려오는 빗물들이 수시로 내려와 한 곳으로 모인다.
삽으로 대강 파줬다. 돌들이 많이 박혀 있어서 삽질하기가 여엉 사납다.
언제 포크레인 산일 하러 올라올 적에 한번 손대달라고 부탁해야되겠다.
삽질하다 나온 돌들을 끙차 영차 모아다 웅덩이 둘레에 쌓아줬다.
이번 비에 제법 물이 고여 작은 연못 같아보이더라~ ㅎㅎㅎ
꼬맹이가 괭이를 들고 이리저리 물길을 만들어주며 돌들을 골라내줬다.
여름에 보면 여기에 별넘들이 다 살더라고~
산짐승 발자욱들이 가끔 눈에 띄기도 하고...
어쩔땐 토끼똥 놀갱이똥이 수북수북하다.
어젠 산돼지똥이 여기저기 에구야... 많이도 싸놨다. 너들 화장실이 여기니?
저 아래 복상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아무래도 산돼지가 노리는 것은 복상나무지 싶다.
지지난해에 복상나무에 올라타 다 따묵고 가지를 뿔개놓은 것이 니놈들 짓이지?
그럼 안돼! 다음 해에 복상이 많이 안 열리잖아.
두고두고 너들도 먹을려면 좀 나무좀 애껴줘라 마!
나무들 복원력은 대단하다. 가운데 가지가 반쯤 부러져 휘어늘어진 가지를 지줏대로 받쳐 놓았었는데
한해 지나고 두해째 보니 그 가지위로 새 가지들이 돋아나서 균형을 맞추고 있더라...
이젠 중심 가지가 꺽어질 염려는 없겠어. 세상에... 너들 참 대단하다. 잘 했어!!
상당을 한 바퀴 둘러보노라면 다리가 아프다. 평지가 아니고 삐알이라서 그렇다.
이 동네는 비탈을 삐알이라고 부른다.
헥헥대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이짝 저짝으로 내려오면서 둘러볼라치면 등산 한판 한 것 같다.
산밑이라 그런지 밭 여기저기에 솔씨가 떨어져 싹이 튼 것들이 많다.
얘들을 어찌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제초기 한번 지나가면 다 스러질 애들인데...
그냥 냅둘 수도 없고... 그냥 여기 자라라고 둘 수도 없고... 그렇다.
나무꾼이 하도 안타까워 하루는 날 잡아 아기솔씨들을 죄다 삽으로 떠내어 한 곳으로 옮겨심었다.
너들 여기 모여 살아라... 여기는 괜찮아.
이래서 졸지에 밭 한쪽으로 소나무동산이 만들어질 모냥이다~
산초나무 씨앗들도 번식력이 대단하다.
산 여기저기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산초싹이 터서 조그많게 자라고 있더라.
애들도 우리 밭까지 쳐들어와 터잡고 자라고 있는데 제초기 맛을 아무리 뵈줘도
다음해 풀 벨 때 보면 어김없이 또 자라고 있어... ㅠㅠ
해서 헐 수 없이 산초나무도 발견하는 족족 삽으로 떠서 밭 저짝 둔덕 쪽으로 옮겨심어주고 있다.
너들 여기서 무리지어 살아~
아카시아 나무들은 어느정도 잡았나보더라. 뿌리채 캐내어도 싹이 돋아나는데 징그러버~
뵈는 족족 낫질에~ 예초기 칼날에 수난을 당하는데... 불쌍하단 생각이 들지 않은 걸 보면~
어지간히 골탕을 먹은게야~ 우리가.
윗 산길로 슬슬 올라가본다. 참꽃이 몽오리를 부풀릴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인간세상보다 더 늦은가보다. 더 추운가? 이쪽이?
아니면 키 큰 나무들 때문에 햇빛을 덜 쬐서 그런가... 좀 늦는거 같더라.
사람사는 집들 근처에는 벌써 몽오리가 보얗게 굵어가는데...
산수유도...
여기 있는 생강나무는 아직도 노란빛이 우물쭈물 터져나오지 못 하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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