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우수 경칩 지나면...

산골통신 2010. 3. 9. 22:43

아침. 창을 열어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오늘 날이 어떨라나...
일을 해야하는데... 보탬이 되려나...
아이쿠. 안개다아.... 안개가 자욱하다. 세상에. 이럴수가.
오늘 매실이랑 감나무밭에 깍지벌레 약을 쳐야하는데... 이번을 놓치면 약 칠 수가 없는데...
큰일났다. 어쩌지.기다려야 하나. 날 풀리기를..

이렇게 안개가 낀 날 날이 푹하다나. 날이 따뜻하대. 그래서 기다려보기로했지.
아침... 할매 야단이 나셨다,. 아침부터. 왜요? 왜요? 먼일 있어요?
달구새끼 일곱 마리를 고냉이가 먹어치웠단다. 으잉? 어떤 고냉이가요?
요며칠 닭들이 잡아먹히는데 모가지가 없어지고 밥통을 먹어치우는 넘이 있는데..
고냉이 한 짓이란다. 그래요? 어떤 고냉이요? 울집에 와서 업둥이하고 쌈박질하는 그놈일나다. 으이..... 그넘 용감이투인데... 용감이형제인데.. 그넘이 그랬단 말요... 꿍얼..

아침에 닭시체를 들고 나오는데 고냉이 그넘이 또 오더란다. 그랬더니 닭들이 야단이 나더래. 난리가 났대. 고로 고냉이때문이라는 거지.

집을 바꿔야한대. 저위 뒷골밭 옛날 닭집으로 가야하나.. 왔다리갔다리... 한참을 고민하다가... 작은 소마구로 옮기는 걸로 결정이 났다.

우리 강냉이 새끼들인데.. 용감이형제들이랑 단발머리랑 얼룩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용감이만 보인다. 세 번째 낳은 새끼들도 없어지고...
야생으로 살아가기란 참 힘든가보다. 그렇게 많던 고양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일손있을때 닭집을 만든다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헌 철망을 가져다 사방 벽과 천정을 둘러쳤다. 벽에 못이 박혀있어서 일은 수월했지만 험한 일은 나무꾼이 도맡아했다. 철망을 다 둘러치고 못을 박고나니 그런대로 들짐승들이 들어올 구멍은 없는듯~ 문을 해달아 달고 이리저리 손을 좀 보고나니 할매... 안도의 한숨?을 내쉬신다.
이제 고냉이들 떼로 와봐라~ 그놈 오늘 저녁에 와보면 어떨꼬~ 이넘. 이젠 못 들어올꺼다.

닭집 마무리는 할매가 하시고~ 나무꾼과선녀는 매실밭 약치러갔다.
깍지벌레가 성해 더는 두고 못 볼 지경으로 되어서 꽃눈 터지기 전에 한번은 쳐야했다.
과실수는 무농약이 안 된다더니 진짜 그렇다.
농약방에서 기계유제를 두통 사갖고 와서 쌕쌕이에 희석시켜 타놓고 뒷골밭으로 올라갔다.
지난 겨울에 전지를 일부러 안 했더니 나무들이 가지가 쭉쭉 뻗은 모습이 보기 좋다.
여름 지나고 손좀 봐줘야겠지.

나무꾼이 약을 치고 선녀는 약줄을 엉키지 않게 잘 잡아줬다. 바람 부는 방향을 잘 감지해가면서 뿌려야 하기 땜에 시간이 좀 걸린다.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해가 좀 올라오거든 쳐야하는데~ 하고 기다렸더니 시간이 자꾸만 간다. 마음이 급한지 나무꾼은 일 속도가 빠르다.
아직 겨울이라 해가 짧으니까 밝을때 일을 다 끝내야 하므로.

어제 비오고 또 내일 비가 온단다. 오늘 아니면 일 할 새가 없는기라...
오늘 대보름이라고 다들 면으로 나오라는데.. 달맞이행사 하고 쥐불놀이 한다고...
에궁~ 거기 갈새가 오데있노? 꼬맹이는 친구들하고 같이 간다고 쪼차왔다.
불꽃놀이도 한다니 이넘 들썩들썩~ 아주 야단이 났다.
그래... 가봐라. 너무 늦진 말고... 작년까진 같이 갔었는데 올해는 일땜에 안 되겄다.

깍지벌레약을 다 치고나니 해가 저물라칸다. 서둘러 상당밭엘 올라가 야생초밭들을 좀 둘러봐주고... 풀섶에서 산마늘하고 두메부추하고 기린초하고 불쑥불쑥 올라와있더라.
이쁜넘들... 얘들은 아무리 풀이 우거져도 잘 살아남는다. 아주 강해.
한 포기씩 심었는데 벌써 댓포기씩 새끼를 쳐서 그득그득이다.
비온 뒤라 땅이 푸실푸실해서 호미질 하긴 좋더라. 그래도 성질이 급해 열손구락으로 헤집어가며 야생초들 숨 좀 쉬라고 흙을 긁어줬다.

대보름날이라 달은 보라고 그러는지... 날이 맑아진다.
꼬맹이는 아직 소식이 없다. 그곳엔 먹을 것도 푸짐하고 사람들도 많으니 괜찮을꺼야.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나보다. 아직 달은 안 떴는데~ 저 아랫말에선 달이 보이는가보다.
산이 가려 아직 달이 안 보이고 밝은 빛만 부옇게 비쳐올라온다.
산골에도 사람들이 없다. 골골이 다 모여봤자 가득 차지도 않더라.

보름달 주위로 달무리가 진다. 약하긴 하지만 비가 좀 오겠는걸~
다행히 보름날만 비가 안 뿌려줘서 일은 잘 했다만~ 요새 너무 날이 궂어.
산골사람들 거름 못 내서 안달이여...

마당 꽃밭을 둘러보며 나무들에 거름을 듬뿍 부어줬다. 생땅에다 나무 심어놓고 잘 자라길바라는 심보가 놀부심보다~
저 물건너 백일홍을 논 가득 심어놓은 곳엔 너무 잘자라더라. 거름을 산더미처럼 부어주더니.
다 팔려고 그리 키우는 것이겠지만 논농사보다 더 나으려나? 그러겠지?
그러니 그 큰 논 두군데에 백일홍을 그리 많이 심었겠지.
어찌된거이 몇 년 전에 심은 우리 백일홍보다 더 커여~ 훨 나중에 심었다는데...
요는 거름빨인거라~~ 흠흠.

땔나뭇단 밑 나무찌꺼기들도 박박 긁어다 골고루 뿌려주고 아궁이 재도 쳐서 뿌려주고~
올핸 좀 공을 들였다구~
참꽃 맹아리가 부풀어오른다. 가지도 새 가지가 보얗게 자라고.
버들강아지는 벌써 핀지 오래다.
산수유가 제일 먼저 꽃맹아리를 터뜨렸다. 매화보다 더 빠르다.
산속에 생강나무도 꽃 피웠나 가봐야지. 산수유가 제법 잘자랐다. 가지도 멋있게 벌고.
진짜 우수 경칩 지나면 봄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이번 주말이 경칩이던가... 도랑가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땅속 얼음이 다 풀렸겠는걸.

닭집 암탉들도 곧 병아리 알 까겠군. 알 품을려고 골골 소리낼 날이 얼마 안 남았으.
지들이 까서 키워야 깔차고 튼실하걸랑.
그너무 고양이들소동 때문에 좀 늦어지는가봐...

봄은 봄이다.
드물게 추운 날씨에 너무 움츠리고 있었나... 간만에 일을 많이 하니 온 몸이 뻐근하다.
슬슬 몸 풀기 일을 많이 해둬야지. 그래야 농사철에 별 탈이 없을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