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
기운이 없다.
짜증이 난다.
불안하다.
스멀스멀 미운 년놈들이 떠오른다...
안 좋은 옛 기억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욕 한바가지 처나온다...
그래서 아침 일 마치고 텃밭 한바퀴 돌아 한 양푼 풀떼기 담아들어와서 이리저리 뒤적여 보리귀리쌀 섞은 밥 한 주걱 퍼담아
꾸역꾸역 비벼묵었다.
자아...
이제 배고픔이 가시고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아졌느냐?!
오우 노!
차라락~ 까라졌다.
이노무 날씨 때문인가?
도시냥이 지지와 봉이는 여전히 우리와 살고 있다.
털땜시 아랫채 방으로 쫒겨나 살고 있는데 개구멍? 을 하나 만들어... 그게 아니고 지들이 방충문을 쥐어뜯어놔서 저절로 개구멍이 되어버린...
들락거리며 살고 있다.
새벽에 추워 나간놈 냅두고 문을 닫았던 모냥이라...
이놈이 흔들그네에 척 앉아 다른 마당냥이들하고 같이 놀고 있네?!
허참... 저 성질머리가 죽은건 아닐게고~
도시냥이 중 언니인 턱시도 지지는 까칠하고 도도하고 사납기로 한가닥해서 어제도 산녀하고 한바탕 싸웠다.
뭔넘의 고양이가 먼저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워서 마치 산녀가 괴롭힌듯 그런 모양새를 만들어 그래...
동생인 고등어 봉이는 찡찡이다. 어려서부터 징징거리며 지지언니만 쫓아댕기며 살았는데 그 까칠한 언니가 잘 안 받아주니 이년도 성질이 나빠졌다.
자매가 쌍으로 지랄을 떠는데 참말이지 애교는 약에 쓸래도 없고... 같이 살기가 참말이지 고로운...
헌데 이년들이 딱 한 사람 큰놈만 좋아한다!
딴에 지들도 여자라 이거여?! 큰놈만 오면 하루종일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안 떨어진다.
나름 애교도 피우고?!?!?!
아까 마당에 나온 지지가 문이 닫힌 아랫방 앞에 있길래 하도 얄미워서 아직까지도 문을 안 열어주고 있다!
어디 당해봐라~
앞으로 아침에 내보내고 저녁에 들어오게 하던가 나중엔 밤에도 문을 열어주질 말아야지...
마당냥이로 만들어버릴겨!!!
저 자매냥이가 2009년생이여! 오래 살았으~ 할매들이란 말야.
글 치다보니 별이야기 다 하는데 뭐 여튼 그렇다.
오늘은 뭔 일을 하나...
들깨 모종을 하자니 밭장만이 안 되어있고
당귀모종을 심자니 그또한 밭이 엉망이라...
뭐가 되는 일이 없네?!
일이란 거이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허구헌날 헛손짓만 하니...
꽃모종이나 할까...
디기탈리스 열댓포기 싹이 텄고 뭔지 모를 꽃 몇 포기도 옮겨 심어야 하고
화분에 씨가 떨어져 자라 빽빽하게 키만 키우는 봉숭아화분을 저짝 꽃밭 구석에 엎어서 묻어두던가 하고...
이런저런 꽃뒤치닥거리나 해야겠네~
아침엔 고추밭 두 고랑 두번째 줄 매주고 물주고
들깨모종 물주고 당귀밭 풀 뽑아주고
토마토 열댓 포기 묶어주고
닭집에 문 열고 모이 주고
얼가리배추 솎아다 다듬어 놓고
양배추 하나 잘라오고
아침 먹고 이리 글치고 쉬고 있다.
이따 뭐 하지?!
또 어제 만든 한데 아궁이 불 때면서 불멍하고 놀까?!
딸래미가 구워준 쿠키를 몇개 집어먹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당이 떨어져서 긍가?!
................
하늘이 온통 내 마음처럼 찌푸려져 있어서 이런 날 쭈구리되어 있으면 하루가 망가지니...
훌쩍 뛰쳐나왔다...
어제 하다만 가마솥뚜껑 기름칠하기~
들기름을 바르면 좋다하나 들기름 귀해서 못써!!!
차마 기름병을 못 들고 나가겠으~
참깨농사도 안 지어서 들기름밖에는 없는디...
어차피 괴기 궈먹을거잖아~
냉동실 구석에 처박혀 발견이 안 된 몇달 묵은듯 싶은 돼지고기 수육용 한덩이가 있었으~
그게 발견이 안된 이유가 검정봉다리 때문인듯한데~ 맞을겨...
해동을 해놓고보니 차마 먹을 수가 없어... 그래 마침 잘됐다 싶어 꺼내들고 왔지~
후라이팬에 들들 익혀서 기름을 좀 내갖고~
두꺼운 장갑 끼고 솥뚜껑 엎어놓고 쓱쓱 문대고 이리 문대고 저리 문대고~
뒤집어서 문대고~
뒀다가 생각나면 퍼질러 앉아 문대고...
다른 일 하면서 간간이 서너번 문대고 닦고 했더니 제법 반질반질하더라~
그럼 됐지 뭐!!!
내일 들이닥칠 도시장정들~
입 벌어지겠군~ 참내 이게 뭐라고 다들 환장하는겨...
삼시새끼 프로그램이 도시 사람들 배려놨으~ ㅎ
몇년만에 커피를 마셨다.
아무리 일을 하고 몸을 움직이고 해도 맘이 맑아지지 않아 굴러댕기던 캔커피가 있길래 하나 까서 홀짝 마셔버렸다.
일꾼들 새참용이었는데~
오늘밤 잠 안자면 되지 뭐~ 요새 잠을 못 자서 애먹는데 이리 못 자나 저리 못 자나 매일반!
사부작 사부작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다.
지나가는 자리마다 깔끔해진다.
마음 청소하듯 집안팍을 눈 가는대로 손가는대로 청소하고 있다.
오늘은 이런 날~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마솥뚜껑 삼겹살구이 장단점~ (0) | 2021.06.19 |
---|---|
가마솥뚜껑 삼겹살~ (0) | 2021.06.18 |
사고 하나 치다... (0) | 2021.06.16 |
한여름이다! (0) | 2021.06.16 |
벌레들은 산녀만 이뻐해... (0) | 2021.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