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에 마 심어놓은 세 고랑 풀 뽑고
한낮에는 늘어지게 쉬고
도시 아이들에게 온갖 채소랑 달걀이랑 등등 바리바리 챙겨서 차에 실어 보내고
해거름에 낫이랑 제초호미를 들고
집 뒤안으로 언덕밭으로 닭집 앞으로 종횡무진 막 휘두르고 파고 돌아댕겼다.
비가 좀 온 뒤라 땅 흙이 포슬거려서 풀 뿌리들이 잘 뽑히고
대궁들도 연해서 낫질 한방에 잘 날아가더라~
무념무상 별생각 안 하려고 나름 애쓰면서
그간 미뤄뒀던 곳곳들 잡초들 서너군데 해결본 뒤에
텃밭 가장자리를 휘익~ 한바퀴 돌았다.
비 몇 번 왔다고 여기저기 풀들이 어느새 키를 키우고 덩치를 불려...
대파씨 부어놓은 고랑 풀 뽑아주고
대파싹들이 막 뽑혀나가도 뭐 어쩔 수 없다... 워낙 씨를 많이 부어놓아서 까짓 그거 날라가도 괘안타~ 막막 호미질을 해댔다.
도라지골은 그럭저럭 기세가 좋아서 풀들이 덜하더라~
방아골이 또 기맥히...
몇 안되는 어린 방아싹이 뽑힐새라 조심조심~ 두 손으로 긁어주고
더덕골 빙 돌아가며 풀 뽑아내고
구석구석 꽃들 자라고 있는 곳에도 잡풀들을 긁어내주고...
한바퀴 도니 좀 멀끔해지더라...
별생각 없이 일에만 몰두했다.
근심 걱정 하나 안 하나 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저 걱정뿐이라...
맘이 걸쩍지근하야...
미친듯이 호미질에만 집중했다. 평소같으면 이만치 일은 하루 일거리인데
달랑 세시간만에 끝냈다.
도랑가 풀들은 못 뽑았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어둑어둑...
시간을 보니 8시가 넘었네그랴...
어쩐지 잘 안 뵈더라 ㅎㅎ
생전 할매 하루종일 일만 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할매요... 할매도 일 속에서 근심걱정 지우고 사셨소...
일이라도 안 하면 맘이 힘드셔서 그리 일 일 일 속에서 사셨소...
지금 내가 그렇소...
왜 그리 할매 일만 하셨는지 이제 절절이 알겠소...
노상 좀 쉬시고 할매 삶도 사시라고 노래불렀던 내도
지금 그리 살고 있는듯 하오...
아마 내는 내일도 모레도 호미들고 밭에서 살거요...
그게 신간 편하고... 시간도 잘 가고...
일한 만치 주변 깔끔해지고... 뭐든 먹을거 나오고...
차라리 이리 살라오...
도시 아이들에게 가는 차편에 바리바리 먹을거를 실어주면서
생전 할매 생각 많이 납디다...
뭐라도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애쓰는 그 모습까지...
요샌 먹을게 흔해서 다 못 먹어내고 버려질 거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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