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달구시키들과 실갱이~

산골통신 2019. 5. 30. 19:16

 

 

 

알을 품고 싶어하는 암탉들은 곡곡~희한한 소리를 내며 둥지 탐색에 나선다.

알 낳는 것을 중지하고 알을 품으려고 기를 쓰는데

이웃닭이 낳아놓은 알둥지를 차지하고 아무리 끄집어내고 알을 빼앗아도 기어이 다시 겨들어와서 알을 품는다.

설사 그 둥지에 알이 없어도!!! 가짜 알이 있어도!!!

 

기맥힌 삼시랑들이다.

 

알둥지가 맘에 들면 다른 닭이 이미 차지하고 품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집고 들어가 같이 웅크리고 앉아 버린다.

여기에서 서열이 낮거나 순한 암탉이면 둥지를 뺏기고 다른 데로 가는데

기가 센 암탉이면 기어이 둘이건 셋이건 한 둥지 안에서 버티고 삼칠일을 난다.

 

그래서 공동육아가 시작되는 것이지.

병아리들은 졸지에 엄마닭이 둘셋 되어버려 마구 헷갈리며 살아간다.

이 엄마가 부르면 쪼차가고 저 엄마가 불러도 쪼차가서 얻어먹고...

 

현재 병아리육아실엔 세 마리가 알 열댓개를 한둥지안에서 품고 있다가 밀린 한 놈이 옆둥지에 알이 있는 것을 보고 들앉아 다행히 두 마리만 공동포란 중이고

밀려나간 한 놈은 운 좋게 알 열두개를 차지하고 독방에 들앉았다.

문제라면 그간 두주일을 품느라 고생했는데 앞으로 삼주 더 품어야 한다는...

피치못할 불상사가 ㅋㅋㅋ

 

어제 바깥에서 두 마리가 품겠다고 생야단을 하길래 병아리육아실로 던져넣었건만

오늘 아침 보니 한 마리 기맥히게 도망가고~

한 마리도 호시탐탐 구멍찾아 삼만리 중이더라...

에혀~

거기 알둥지 좋은거 마련해놨잖아... 그만 포기하고 들앉지그랴...

이 닭대가리들아...

 

아침에 육아실이 하도 시끄러워 둘로 공간을 분리하려다가 엄마닭들과 병아리들이 이 뭔 난리냐며 오만 난리법석을 피우는 통에

그만 산녀 특유의 불뚝 성질 못 이기고

문을 열어 다 내쫓았다!!!

 

사진에 보면 좁은 육아실에서 난리를 치며 살다가 넓은 곳으로 나가니

14마리 병아리들과 엄마닭 세마리는 점점이 흔적도 없어라 ㅋㅋㅋ

아이구 속션해!!!

 

이제 육아실엔 평화가 찾아왔다...

안에서 말고 밖에서 지 맘에 드는 알둥지에서 알을 품겠다고 기를 쓰는 한놈만 빼고... 너는 거그 있어!!! 존말할 때!!!

 

내 어쩌다 달구시키들하고 이리 실갱이를 하며 사는 신세가 됐지?!

모를 일이여...

 

내일 손님 오신다니 닭 한 마리 잡을까...

구찮은디... 혼자 뭘 하기가 왜이리 엄두가 안 나는지 모르겠으...

걍 풀떼기밥상으로 갈까~

 

아까 온다는 전화에다가

여긴 나물만 있으!!! 라고 말해버렸다!!!

너들 알아서 나물 빼고 다른 먹을거는 사오셔! 라고... ㅋㅋ

 

어제에 이어 할매집 마당 풀더미 정리하고 빈 자리 꽃모종 더 갖다 심고 물 주고...

콩알만한 달래밭 정구지밭 풀 메주고

달구시키들 나물 간식 작두로 쓱쓱 썰어 던져주고~

가짜알이라도 품겠다고 몰래 겨들어오는 달구시키 냅다 걷어차주고~

너 그런 정신머리로는 삼칠일간 알 못 품어 임마!!!

 

비닐하우스 고추밭 물 주고 순 좀 따다가 날 어두워져서 내려왔다.

이런저런 모종판에 물 주고

여기저기 심은 애들 잘 있나 한바퀴 살펴보고...

 

이제사 흔들그네에 앉아 하루 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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