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 꽃이 으아리?

산골통신 2019. 5. 29. 23:24

 

 

 

 

 

 

 

산밭 가는 길에 두 무더기 피어있다.

다른 곳에는 없는 걸 봐서는 여기만 있는 듯...

 

예전엔 산길 지겟길을 자주 다녔었는데 이젠 잘 안 간다.

지겟길도 세월 따라 스러지고 이젠 덤불이 우거져 모두 숲이 되어버렸다.

이제 산에 가는 사람들은 없다.

외지인들이나 간혹 올까...

 

전에 산밭에서 일하다 쉬고 있는데 밑에서 차소리가 나...

누군고... 싶어 내려다보니 승용차가 쑥 올라오는겨!

놀래서 가까이 가니 그쪽도 우리를 보고 놀랬는지

그대로 후진을 해서 후다닥 내려가버려...

아마 외지인인듯... 약초꾼들인가...

마을 사람들이면 그렇게 올라오지도 않지만 우릴 보고 도망가지도 않지...

참 별사람들 다 봤으...

 

요즘엔 풀메기 외엔 딱히 일이 없다.

사람 손으로 할 수 있는 풀메기는 거의 다 했다.

이젠 예초기나 제초기계가 들어가야한다.

 

산골사람들 요새 밭일은 참깨 솎아주고 북주는 일과

콩밭 장만하는 일이다.

모내기는 다 끝났고 물꼬 열고 닫고 물 조절하는 일이 많다.

 

마을에 묵논이 생겼다.

팔라고 내놓은 모양인데 아직 살 사람이 없나보다.

그 땅은 집을 지어도 좋을 남향과 서향이다.

우리 밭과 붙어있어서 참 탐이 나지만 있는 땅도 많아 버거워...

땅을 더 늘릴 필요가 없어서 우린 살 수가 없다...

 

대신 주위에 이야기를 해보지만 다들 맘만 굴뚝이고 선뜻 결정을 못하더라.

길에 면해있어서 전기 상수도 다 연결 가능하다.

그리고 물이 나서 물길만 따로 잡아빼서 도랑으로 연결시키면

근사한 연못 하나 나오고 천연 우물 하나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지하수 관정을 파기 전에는 그 우물 물을 낙차를 이용해 받아 먹었었다.

 

이제 농사지을 인력들이 줄어간다...

70이 장정이다...

세월이 참 무심히 흘러간다...

이리 흘러가고 흘러가고 나중에 이 마을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

 

그 논 농사짓던 아재가 편찮으셔서 농사를 못 짓게 되고

뒤를 이어 지을 인력이 없어서 아예 팔려고 한단다...

다들 자기네 논일만 해도 벅차하니 남의 논일 못 하는 거지...

이젠 그런 세월이 왔구나...

 

낮에는 뜨거워 일 못하고 그늘에서 쉬었다.

똘망이도 툇마루 그늘에서 늘어지게 자더라...

 

해거름에 모종판 정리 좀 해줬다.

더는 싹이 안 트는 모종판들은 치우고 한 곳으로 모종들을 모아놓았다.

 

산밭에 갔다가 단풍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길래 야 이놈아~ 이곳은 밭이여...

니가 싹터서 자랄 곳이 아닌걸 우째...

호미로 살짝 파내서 갖고 내려와 텃밭 도랑가에 심었다.

그곳엔 이미 단풍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이번에 하나 더 심으면 딱 그 경계가 되고 나중에 우거지면 근사하게 되지싶다.

접시꽃 서른 포기를 그 줄로 심어놓긴 했는데 뭐 당분간 같이 자라라고 했다.

아직 단풍나무가 어리니까...

 

일하는 김에 할매집 마당 꽃밭 교통정리를 좀 해줬다.

세상에 잡초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고 꽃들을 죄 뽑아내야만 했다.

코스모스와 황색코스모스 백일홍 등등이 난립을 해서 빽빽히 들어차있어서

뭘 살리고 뭘 뽑고 할 수가 없었다.

 

밭일 한다고 여기는 냅두고 안 보살폈더니 이리 되어 버리네...

각 종류별로 몇 포기씩만 군데 군데 남기고 싹 뽑아버렸다.

 

내일은 귀퉁이 마저 정리하고 대문간 호두나무 아래도 좀 손봐주고...

다른 일 치우고 할매집 마당 정리나 해야겠다.

 

주인 잃은 마당...

어느 뉘 있어 돌봐주나...

산녀나 가끔 생각나면 돌아볼밖에...

풀 땜에 몸서리 나서 이런저런 나무들하고 꽃을 심어뒀지만 그것도 자주 들여다보고 관리를 해줘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

울 아부지 살아계셨으면 꽃들로 가득찼을텐데...

그러면 울 엄니 잔소리 그칠 새 없었을테고...

다아 지나간 옛일이어라...

내일은 다른 일 다 접고 할매집 마당 정리다!!!

 

닭집에 물통이 매일 안 갈아주면 닭털에 닭똥에 흙먼지에 온통 지저분해져

늘 골치였는데

좋은 걸 발견해서 주문을 했더니 오늘 왔다.

 

기존엔 병아리용으로 작은 용량의 물통밖엔 안 나왔는데

이제 큰 용량이 나왔더라구!!!

 

15리터 물이 들어가는 물통이여!!!

이것만 있으면 며칠을 집을 비워도 물 걱정없을거여!

물이 더러워지지도 않고!!!

 

병아리를 많이 까니까 다라이 물통을 쓸 수가 없어!

왜냐면 병아리들이 물 마시려다가 물통에 빠져죽는 일이 많으!!!

이번에 병아리를 달라고 하는 집에서도 장에서 병아리를 사왔는데 그만 물통에 빠져죽었댜...

우리도 처음에 모르고 큰 물통 갖다놨다가 병아리 숱하게 잃었더랬으...

 

이번에 산 이 물통만 있으면 그런 불상사는 끝!

 

병아리육아실에 한통 넣어주고

바깥 큰닭들한테 두 통 주고

저짝 작은 닭집으로 귀양보낸 장닭네 집에 한통 넣어주니

안성맞춤!!!

 

올 여름에 닭들을 한 20마리 잡아야것어!!!

너무 많아... 암탉들 알 낳으라고 안 잡아먹었더니 이리 됐으...

매실 따러 대거 온다니 그때 먹어야 하고

여름 복날에도 손님들 용으로 있어야하니

날 잡아서 일손 있을 때 잡아놔야지!!!

 

알 품으려고 세 마리가 또 안달복달을 해서 그중 근성있어뵈는

두 마리만

덥석 붙잡아다 병아리육아실에 던져버렸다! 한 마리는 냅다 도망가서 포기!

두 마리는 처음엔 죽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미리 알 댓개씩 넣어둔 둥지를 보더니만 잠잠... 조용해지네...

 

아무래도 병아리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예비용으로 더 까야할듯혀...

다 까지지도 않지만 까나온다고 다 살아남는다고도 장담 못하거등!!!

 

내일 아침에 가보면 두 놈이 알둥지에 얌전히 들앉아있는지

알 수가 있겠지.

 

현재 바깥에 고집센 한 놈이 알 12개 나흘째 품고 있고

병아리육아실에 세 마리가 한 둥지에 공동육아로 ㅎㅎ 알 열댓개 2주째 품고 있고 다음주말 쯤 까나올듯!

이번에 던져넣은 두 마리가 잘 품고 있으면 알을 한 열댓개씩 마저 채워줘야지.

하루이틀 사이에 알을 넣어줘야지 더 지나면 안된다.

3주만에 부화가 되는데 한 3일은 엄마닭이 기다려주더라고...

그뒤엔 뒤 안돌아보고 가버려... 나머지 알은 버려지는거여...

그래서 처음 알을 품으라고 넣어줄때는 이틀 넘기면 못 넣어!!!

 

몰러~

지들이 안 품으면 뭐 내도 신경 안 쓰는데

뭘 저리 알을 품겠다고 난리 난리를 치는지 원~

지들이 알아서 병아리 깐다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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