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제 시작이다.

산골통신 2019. 2. 23. 19:19

햇살이 너무 좋아

참 아깝더라구...


이런 날 일을 해야하는데... 딱히 해야 할 일이 없어.

몇날며칠 산골 마을 사람들 노상 회관에 모여 밥해먹고 맛난거 찾아먹고 윳놀이 하고 화투치고 놀다가

오늘은 날이 마치 봄처럼 따시니...

방구석에 앉아있기가 여엉 거시기했나벼...


여기저기 두런 두런 소리가 들리고 일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봄이로구나...


마늘 양파밭 비닐 걷어 촉이 얼만치 돋았나 살피고

땅이 얼어 미처 못 걷어낸 밭고랑 비닐 걷어내고

뭐 지금은 딱히... 맘만 동동거리지 딱히... 할 일은 없다.


메주 꺼내 장이나 담을까...

메주가루내어 고추장이나 담을까...

묵나물 모두 꺼내 삶아 처분할까...


산녀도 따신 햇살 받으며 마당에서 종종거리다가

장독대가 눈에 띄어...

올해는 메주 담을 시기를 놓쳐 장은 못 담으니

항아리 정리나 해야겠구나...


빈 항아리 서너 개 샘가로 영차영차 굴려다가 물 그득 담아놓고

항아리 덮개를 새로 깔끔하게 덮어 묶어두고

그러다보니 한나절 가네.


오며가며 똘랑거리고 댕기는 똘망이랑 봉숙이 캔 하나씩 까주고~

봉숙이년 나이들었는지 어째 기운이 없어뵈네...

저년 또 새끼 밴거 아니겠지?

너 울집 천장 속엔 더는 못 들어간다~ 다 막았어!!!


삼채효소 항아리 하나

쇠비름 항아리 하나

오미자 항아리 하나

이름모를 효소 항아리 하나~ 얘는 당췌 이름을 알아도 돌아서면 까묵는 애라...

매실항아리는 뭐~ 한데로 몰아놓고~


장독대에 따로 둔 이 효소 항아리들은 2012년에 담은 거다.

묵을대로 묵었다.


2010년대 담은 된장 항아리도 하나 있다.

씨된장으로 쓰려고 냅두고 있다.

올해는 뭐 장 안 담궈도 묵은 장들이 많아서 모자르진 않겠다.

내년에 대대적으로 담지 뭐.


할매집 장독대 대강 청소하고 정리해놓고

울집 장독대도 얼추~ 덮개 새로 할 건 새로 해서 닦아놓고

그러노라고 하루해가 설핏 넘어가더라...


일하다 마당 여기저기 싹이 튼 쑥부쟁이들이 잎을 내밀었길래 호미들고 바구니들고 한참 캐냈다.

울릉도 부지깽이라고 하던가~ 울릉도취나물이라고 하던가~

뭐 여튼 여그서는 쑥부쟁이라 한다.


나물을 해놔도 큰 맛은 없고 그냥 나물맛인데~

이른 봄 제일 먼저 해먹을 수 있는 나물이고 간간이 여름까지 새순은 뜯어먹어도 되니까

아쉬운대로 산나물반찬으로 할 수 있으니 냅두고 있는데 얘가 생명력이 강해 여기저기 안 번지는 데가 없어...

꽃도 봐줄만 해서 그럭저럭 몇년 두고봤는데

이젠 안되겄어~ ㅎㅎ 온 마당 여기저기 차지를 했네~

일일이 캐서 언덕밭 가장자리 고랑으로 옮겨 심는다.


언덕밭에는 해마다 배추 심었던 곳인데

배추가 좀 모자라 더 많이 심으려고 저 아래 큰 밭을 배추밭으로 삼고 여기는 나물밭으로 하려고~

텃밭에 있던 취나물이랑 참나물이랑 당귀랑 곤드레랑 이런저런 산나물 종류들을 이 언덕밭으로 옮겨놓으려고~

텃밭에는 그냥 한해살이 종류로만 심으려고~


이제 우수가 지나 땅이 얼추 녹았으니 남향밭 고랑엔 호미질이 먹힌다.

해넘어가서 어둑할 때까지 해도 한 바구니밖엔 못 심었네.

기역자로 생긴 언덕밭

두 고랑은 쑥부쟁이

두 고랑은 곰취

두 고랑은 참취

두 고랑은 참나물 고수 방풍나물

자투리밭엔 쪽파~

밭 가장자리엔 두메부추랑 산마늘이랑 아욱이랑 삼동추랑 기타등등~


슬슬 몸 풀어가며 일을 해야한다.

그래야 고단한 봄날~ 몸살 안 나고 견딜 수 있다.

각중에 일을 많이 하면 쓰러진다.


날이 따시니 일 할만 하더라.


솔숲너머 산밭에도 일거리가 지천이긴 한데..

4월 전에는 딱히... 급한 일이 없어...

그냥저냥 두고보고 있다. 힘 알아서 하려고~


씨앗 뿌릴 모종판 상토나 장만해놓고~

순서대로 씨앗 파종이나 잘 해봐야지.

씨앗 봉지 죄다 꺼내놓아야하고~

아까 오며가며 안 썩은 늙은 호박 두 개 눈에 띄길래 반 갈라 씨앗 발라 널어놓았다.

호박도 여기저기 많이 묻어야지~~~


올해는 감자도 많이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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