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목마른 사람이 샘 파야지 뭐...

산골통신 2019. 1. 3. 17:11

산밭 가는 길 중간참에

논 세베미가 있는데

이 마을의 특징이자 장점이자 단점~ 뭐 여하튼간에...

물이 어디서건 잘 난다는 것~

 

그 논에서 내 알기로 물 수량이 엄청나게 난다는 것은 알아...

그래서 유공관 묻어 물을 따로 빼낸 것 까진 아는데

그래도 물이 길 밖으로 빠져나와...

 

항시 비오거나 논 물꼬 열거나 넘치거나 하면

길로 물이 내려와...

 

폭우가 심하면 울집 삽작거리를 휩쓸고 지날 정도로 그 길이 물길이 되어

항시 장마철이면 요주의 하던차인데...

 

평소에도 늘 물이 째어나오는지라

물길을 따로 안 잡아주면 길로 물이 흘러나와

길이 미끄럽기 일쑤~

 

여름이면 돌이끼같은 미끌미끌한 것들이 뒤덮고

겨울이면 얼음이 얼어 헤딱 자빠지기 쉽다는 거...

 

며칠 전에도 울집에 온 손님 하나 내려오다가 자빠져 손가락 다쳤다.

 

논 쥔장이 그걸 살펴서 도랑을 파주면 좋은데

도지를 줘서 다른이가 부치니 논 쥔장은 알리 없고 ㅠㅠ

그 논을 부치는 이가 그런저런 상황을 잘 아니 항시 물길을 잡아 도랑을 파주면 좋은데

당췌 안 하더라~

안해!!! 절대 안해!!!

말을 해도 어디서 뭔 소리를 하나... 먼산바라기

 

해서 이웃지간에 말이 많고 속상해 하고 싸우니

그것도 못 볼일이라...

 

해서

몇년전부터 산녀가 오며가며 그 물길을 어슬프게나마 잡아주곤하는데...

늘 그 길을 오갈때면 바빠죽는 때라

그리고 손에 때마침 연장이 없을 때가 많아...

 

그냥 장화신은 발로 쓱쓱 문대고 파서 무마만 겨우 시켜놓는 수준이었는데

마침 연장이 있을 때는 제대로 해놓고 뭐 하여간 그리 살았더랬어...

 

근데 해놓으면 뭐하나...

트렉터 한번 쓱 지나가면 뭉개지고

경운기 드나들면 또 뭉개지고 ㅠㅠㅠ

그러면 또 물이 길로 흐르고...

 

논 부치는 이는 도무지 그 일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얘기를 해도 안 듣고 ㅠㅠㅠ

노상 산녀만이 노심초사 이리저리 살펴놓곤 했다나...

 

방금도 연장없이 무심코 그 길을 올라가다가

물이 흘러넘쳐 그예 빙판 길이 된 걸 보고

아이구야...

참 사람들이 무심쿠나...

욕만 하는 아웃들도 글치 지들은 손이 없나 연장이 없나...

달린 입이라고 욕만 퍼붓고 수습은 안 하니

급기야 길의 반이 빙판이 되어 쇠삽으로 찍어도 얼음이 안 깨지게 두껍게 얼었네...

 

자기네중 누가 이 길 지나다가 자빠져 다치기라도 해야 다들 움직이려나...

 

말만 번드레하게 하는 사람 딱 싫고

자신은 안 돌아보고 남탓만 하는 사람 더 싫고

이래저래 해야한다며 마치 자신만이 옳고 아랫사람 훈계하듯 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은 아무 것도 안 할 때 미치도록 싫더라...

 

길가다 말고 돌아서서 다시 삽을 들고 올라갔다.

목마른 사람 샘파야지...

 

땅이 얼어 깊이 얼어 삽이 안 먹힌다...

어거지로 득득 긁어 작게나마 물길을 만드니

서서히 물이 고여 흐르기 시작하더라.

 

길로 흐르던 물길을 잡아 길 너머 이웃 밭 고슬고슬한 얼지않은 흙을 대여섯 삽 파다가 길따라 둑을 쌓았다.

 

바로 이삼미터 밑에 도랑이 있으니 거기까지 도랑을 내면 얼마나 좋아...

물 내려가라고 해놓은 도랑엔 물이 말라있고

엄한 사람다니는 길로 물이 내려가니

이 무신 일이고...

 

봄이 와서 땅이 녹으면 내 작심하고 삽들고 가서 도랑을 깊게 연결해서 파리라...

목마른 사람 샘파야지 별 수 없다.

 

그 논이 팔려고 내놓은 모양인데 값이 비싸 안 나가나 임자가 안 나서나...

남향에 도시인들 집짓고 살기엔 딱 좋은 터인데

길도 있고 물도 있고 전봇대 바로 있고 정화조 수도 바로 연결되고

 

누가 이 마을 살고 싶다하면 꼭 저 터를 소개해주곤 한다...

뭐 언제건 임자가 나서겠지...

 

하여튼지간에

이 추운 날에 땀나게 삽질하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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