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밭 가는 길 중간참에
논 세베미가 있는데
이 마을의 특징이자 장점이자 단점~ 뭐 여하튼간에...
물이 어디서건 잘 난다는 것~
그 논에서 내 알기로 물 수량이 엄청나게 난다는 것은 알아...
그래서 유공관 묻어 물을 따로 빼낸 것 까진 아는데
그래도 물이 길 밖으로 빠져나와...
항시 비오거나 논 물꼬 열거나 넘치거나 하면
길로 물이 내려와...
폭우가 심하면 울집 삽작거리를 휩쓸고 지날 정도로 그 길이 물길이 되어
항시 장마철이면 요주의 하던차인데...
평소에도 늘 물이 째어나오는지라
물길을 따로 안 잡아주면 길로 물이 흘러나와
길이 미끄럽기 일쑤~
여름이면 돌이끼같은 미끌미끌한 것들이 뒤덮고
겨울이면 얼음이 얼어 헤딱 자빠지기 쉽다는 거...
며칠 전에도 울집에 온 손님 하나 내려오다가 자빠져 손가락 다쳤다.
논 쥔장이 그걸 살펴서 도랑을 파주면 좋은데
도지를 줘서 다른이가 부치니 논 쥔장은 알리 없고 ㅠㅠ
그 논을 부치는 이가 그런저런 상황을 잘 아니 항시 물길을 잡아 도랑을 파주면 좋은데
당췌 안 하더라~
안해!!! 절대 안해!!!
말을 해도 어디서 뭔 소리를 하나... 먼산바라기
해서 이웃지간에 말이 많고 속상해 하고 싸우니
그것도 못 볼일이라...
해서
몇년전부터 산녀가 오며가며 그 물길을 어슬프게나마 잡아주곤하는데...
늘 그 길을 오갈때면 바빠죽는 때라
그리고 손에 때마침 연장이 없을 때가 많아...
그냥 장화신은 발로 쓱쓱 문대고 파서 무마만 겨우 시켜놓는 수준이었는데
마침 연장이 있을 때는 제대로 해놓고 뭐 하여간 그리 살았더랬어...
근데 해놓으면 뭐하나...
트렉터 한번 쓱 지나가면 뭉개지고
경운기 드나들면 또 뭉개지고 ㅠㅠㅠ
그러면 또 물이 길로 흐르고...
논 부치는 이는 도무지 그 일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얘기를 해도 안 듣고 ㅠㅠㅠ
노상 산녀만이 노심초사 이리저리 살펴놓곤 했다나...
방금도 연장없이 무심코 그 길을 올라가다가
물이 흘러넘쳐 그예 빙판 길이 된 걸 보고
아이구야...
참 사람들이 무심쿠나...
욕만 하는 아웃들도 글치 지들은 손이 없나 연장이 없나...
달린 입이라고 욕만 퍼붓고 수습은 안 하니
급기야 길의 반이 빙판이 되어 쇠삽으로 찍어도 얼음이 안 깨지게 두껍게 얼었네...
자기네중 누가 이 길 지나다가 자빠져 다치기라도 해야 다들 움직이려나...
말만 번드레하게 하는 사람 딱 싫고
자신은 안 돌아보고 남탓만 하는 사람 더 싫고
이래저래 해야한다며 마치 자신만이 옳고 아랫사람 훈계하듯 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은 아무 것도 안 할 때 미치도록 싫더라...
길가다 말고 돌아서서 다시 삽을 들고 올라갔다.
목마른 사람 샘파야지...
땅이 얼어 깊이 얼어 삽이 안 먹힌다...
어거지로 득득 긁어 작게나마 물길을 만드니
서서히 물이 고여 흐르기 시작하더라.
길로 흐르던 물길을 잡아 길 너머 이웃 밭 고슬고슬한 얼지않은 흙을 대여섯 삽 파다가 길따라 둑을 쌓았다.
바로 이삼미터 밑에 도랑이 있으니 거기까지 도랑을 내면 얼마나 좋아...
물 내려가라고 해놓은 도랑엔 물이 말라있고
엄한 사람다니는 길로 물이 내려가니
이 무신 일이고...
봄이 와서 땅이 녹으면 내 작심하고 삽들고 가서 도랑을 깊게 연결해서 파리라...
목마른 사람 샘파야지 별 수 없다.
그 논이 팔려고 내놓은 모양인데 값이 비싸 안 나가나 임자가 안 나서나...
남향에 도시인들 집짓고 살기엔 딱 좋은 터인데
길도 있고 물도 있고 전봇대 바로 있고 정화조 수도 바로 연결되고
누가 이 마을 살고 싶다하면 꼭 저 터를 소개해주곤 한다...
뭐 언제건 임자가 나서겠지...
하여튼지간에
이 추운 날에 땀나게 삽질하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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