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아궁이 앞을 대대적으로

산골통신 2018. 10. 16. 22:20

 

 

 

 

 

 

 

 

 

 

 

 

 

 

 

 

 

 

 

 

머리 속에만 있는 그림을 어케든 끄집어내서 현실화 구체화시키려고 애는 쓰나...

재주가 메주라...

 

일단 아궁이와 부뚜막을 흙으로 마감을 하고

담을 뜯어내어 아궁이 앞을 넓힌 다음 다시 담을 쌓아 막아야 한다.

아궁이 앞 옆 죄다 치워서 널찍하게 만들고

그 자리에 원형 탁자를 놓는다.

바닥에 데크를 깔면 금상첨화겠으나 기술도 없지만 돈도 없다!

그러니 흙바닥 그대로 둬야지.

 

아궁이에 불지펴 메주콩 삶으면서 탁자에 앉아 인형알바를 한다~

알바 일거리 떨어지면 책을 보던가 글을 치던가~

 

천정은 어찌할까~ 막으면 좋겠지만 뭘로 막나...

그리고 저 담은 어찌 떼어내서 치울까~

 

요즘 뜸한 도시장정들 오거든 이러구 저러구 부탁을 해봐야겠다.

요새는 연장이 일을 하더라구...

기가 막힌 최첨단 연장 죄다 갖고 있는 도시장정 하나 있는데...

아마 바빠서 못 올거야...

그러니 무씩하고 용감하기만 한 도시장정들하고 일해야겠지...

막걸리 두어 짝 쟁여놓고 일을 벌려볼꺼나...

 

아니면 남의 손 빌리지 말고 사부작 사부작 내 할 수 있는 밤위 내에서만

일을 저질러 볼까...

하다보면 못 참고 도와줄 일손 생기지 않으려나...

 

아궁이를 벽난로 삼아

아궁이 앞을 거실 삼아

 

올 겨울 아궁이 앞에서 따뜻하게 나려면 조금 덜 바쁜 요즘이 일 사고 치기 딱 좋겠다!!!

내일부터 시작해보자!

 

내 안 하면 아무도 안 하더라구...

내 손이 연장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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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수

아침 든든히 챙겨먹고 작업복 갈아입고 일을 시작한다.

 

저 좁은 곳에 뭐가 그리 처박혀있는지 원~

하나하나 꺼내 마당으로 던진다.

 

아기냥이들이 뭔 일 났나 하고 쪼차온다.

며칠 전 삽작거리에서 놀다가 지나가던 자동차 바퀴에 뒷다리를 친 <눈이> 녀석이 아픈 다리를 끌고 툇마루 위에서 구경한다.

두 눈에 눈물이 그득 고여있다. 눈을 깜박이며 쳐다본다.

산녀도 마주 눈을 깜박여주며 알아듣던 말던 위로의 말을 건넨다.

 

<까미>랑 <연이>도 오만 참견 다 하며 근처에서 맴돌고

개구쟁이 <똘망이>는 어데 가고 없더라~

업둥이 아기냥이도 밥 먹으러 잠깐 왔다 가고~

유독 까미와 연이가 자꾸 사람 손을 타고 싶어한다.

어리광이 날이갈수록 심해진다.

 

빈박스들을 차곡차곡 접고 개어서 무지고

헌책들 따로 묶어담고

신문지며 이런저런 잡동사니 태울 수 있는 것들 따로 모으고

솔잎갈비 한짝에 몰고 장작개비 그 옆에 차곡차곡 쌓고

 

아궁이 근처를 한바탕 정리했다.

빈 박스와 헌책들을 삽작거리앞에 내놨다.

고물상 혹여 지나가면 가져가라해야지.

 

아궁이 양 옆 부뚜막을 좀 넓게 쌓아올려 반듯하게 만들어야하는데

돌하고 흙이 많이 필요하겠구나...

 

이따 사방 밭둑으로 돌아댕기며 돌을 모아와야지.

흙은 저 산밭에서 파오면 될 것이고...

 

돌을 쌓아올려 틀을 만들고 그 속에 흙을 물로 반죽해서 쳐발라야지.

하루 하루 조금씩 하면 되겠지.

 

일단 오늘 대청소를 했으니 시작은 잘 하고 있는겨~

부뚜막을 만들면 저 봉숙이 새끼들이 제일 먼저 올라가겠군~

겨우내내 따스할테니...

 

아침마다 안개가 대단하다.

저건너 물건너 마을에서 바라다보면 구름 속에 있는 듯...

마을이 안 뵐게다.

 

칸막이를 제거해야하는데...

저 일거리가 가장 큰 일이다...

 

&&&

 

10/18 목

 

손님이 오신다했다가 기약없이 미뤄졌다.

부실한 반찬 생각에 괜히 맘 동동거렸다가 맘 푹 놓고 다시 일옷을 걸치고 아궁이 앞으로 간다.

 

한참을 서서 궁리 궁리를 하다가

큰 다라이 하나 놓고 양동이에 물 그득 담아오고

아궁이 입구 땅을 파제낀다.

원래 이 아궁이 바닥은 아랫채 짓고 남은 황토를 다져놓은 것인데 이 참에 바닥 높이도 낮추고 흙도 긁어내 쓰고 마침 잘 되었다.

 

흙반죽을 미리 해놓고

아궁이 양 옆을 대충 가늠해서 브로크를 놓아본다.

돌로 하려다가 기왕 있는 브로크 몇개 갖다가 쌓아본다.

굴러댕기는 돌들도 구석 구석 낑겨 쳐박고

그 사이 사이에는 반죽한 흙들을 부어 넣고 물 한 바가지 들이 붓는다.

흙과 물이 만나 마르면 그럭저럭 단단해지더라고.

 

아기냥이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간섭을 한다.

저놈들 단속 잘 해야혀~

어제 신문지 종이 나부랑이 아궁이에 처넣고 땐다고 불을 지폈는데

다리를 다쳐 노상 산녀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눈이>녀석이 호기심 반짝반짝거리는 눈을 하고 아궁이 속으로 쑥! 들어가는겨~

야야!!! 하도 놀래고 다급하야~ 그놈 꼬랑지를 잡아 냅다 꺼내 던졌네~

야 이놈아! 이 천지분간 못하고 어델 들어가~

그놈 지를 집어던졌다고 다리 아프다고 한참을 아웅 아웅거리더라~

니는 이놈아~ 그리 조심성 없으니 차 사고나고~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불 속으로 겨들어가냐?!?! 부지깽이로 땅땅 쳐가며 혼냈다!

 

안 그래도 작년에 불 지피다가 고래 속에서 불길을 뚫고 뚸쳐나온 들냥이 생각이 나서

매번 불 지필 때마다 가심이 조마조마 하구마는~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어제 아궁이문을 주문했다.

주물로 된 걸 팔더라고~

이번 공사하는 김에 문도 달아야지 저놈들 때문에 내 심장이 남아나덜 않겄어 ㅠㅠ

 

냥이들 겨울나기용 집이 마땅찮아 플라스틱 개집 하나도 주문하고~

아이스박스 두 개랑 텐트 하나가 있긴 한데

아무래도 한파 몰아닥치면 별 소용없을듯해서리...

쟈들을 집안으로 들일 수도 없고...

 

너들 좀 기둘려라~ 이번 아궁이앞 공사가 얼추 끝나면 남향받이 햇살 잘 들어오는 곳에 잠자리 좋게 만들어줄게!

 

자아 다시 일을 해보자.

나무꾼이 대처 일을 마치고 오늘 저녁 돌아온다니 그때까지 일을 해놓고

나머진 알아서 하라고 떠맡기자!!!

 

노상 엉뚱한 마누라 일 사고 치는거 수습해가며 살아왔으니

뭐 별말 안 하고 허허~ 웃으며 마무리 해줄겨!!!

 

&&&

 

기왕지사 흙 만지는 김에

이미 온몸은 흙투성이~

미장칼 갖다가 물 뿌려가며 쓱쓱 문대버림~

어차피 내 쓸거니께~ 뉘 뭐라할 사람 없으니께~

투박하게 어슬프게 마치 산녀처럼...

그냥 해치웠다.

 

이따 나무꾼 와서 뭐라하던 말던

고치던 말던~

 

생전 할매 말씀에 의하면

짚둥치 하나 만들어놓고 흙물 그릇 놔두고

항시 쓱쓱 쳐발라주라 하셨다.

흙은 세월이 흐르면 쩍쩍 갈라지므로 늘 고운 황토흙 물에 개어서

짚둥치로 메꿔줘야 한댔다.

옛날 아낙네들은 그게 항시 일거리라

아궁이 부뚜막 구들장 굴뚝 잘 때우는 아낙이라야 살림이 잘 된다나...

 

에고...

내는 대충 살라요~

이거 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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