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다 땄다.
약을 일절 안 치니 진딧물 끼고 온갖 벌레들 잔치를 벌려도 묵묵히 물만 열심히 주고 키웠다.
노지에서 안 키우고 비닐하우스에서 힘들여 재배하는 이유는 약을 안 치기 위함인데
탄저병은 비로 오기 때문이라나...
심하면 천연 방제로 할 요량하고 대비는 했지만 뭐 그럭저럭 고추병은 봐줄만했다.
이웃들이 첫물 따고 두물째 따려할때 우린 첫물을 딴다.
아무래도 온갖 농약 영양제 성장촉진제를 맞은 고추들과는 이미 시작부터 상대가 안 되느니...
고추를 따는 건 일손이 따로 없어도 혼자 힘으로 다 할 수 있으니 따놓으면 뭐햐~ 그걸 어찌 먼 밭에서 마당 샘가까지 나르냐고...
뭐 운반차를 내 운전해서 하면 되는데 운전 손 놓은지 오래되고 또 굳이 나혼자 하고 싶지않아 일손 오기까지 기다렸다.
몸 사리는 거지 뭐 ㅎㅎ
다 같이 일해서 다 같이 먹자 뭐 그런...
나무꾼이랑 작은놈이랑 같이 영차영차 땄다.
어제 식전에 텃밭 백여 포기 고추 따고 네 바구니 나오더라.
그만하면 평작이다!
산밭 고추하우스에는 오후에 올라가 두어 시간 땄나...
스무 바구니 더 나온 듯~
해질녘까지 따고 물을 고랑고랑 흠뻑 줬다.
전같으면 불 켜놓고 고추 씻어 널었겠지만 이젠 그리 막무가내로 일 안 하기로 했다.
이거 내일 아침 식전에 합시다!!!
고추건조기 잠방 열한 개 꺼내 씻은 고추를 널어 넣으니 금방 꽉차!!!
나머지 여덟 잠방은 그냥 봉당에 널어놓았다.
햇볕이 좋으면 태양초 만드려고 했는데 오늘 비 온다네...
비 그치면 꺼내서 햇살에 말려봐야지.
이웃들이 오며가며 탐을 낸다.
자기네 고추랑 바꿨으면 하는 것 같은데 어림없다네...
약을 안 치고 어찌 그리 고추가 잘 되냐 그것이 의문이란다...
이웃들 고추밭은 일주일에 한 번씩 농약으로 샤워를 시키거든...
비오기 전 약 치고 비 온 뒤 약 치고
정해진 일정따라 아무 일 없어도 약을 치더라.
그리고 제초제도...
밭이 마치 빗자루질 한 것 처럼 말끔해...
저렇게 재배한 고추 안 먹고 싶어서 기를 쓰고 우리 먹을 고추만이라도 농사지을거다.
아침나절 한바탕 씻어건져 널어놓고나니 배가 고프다.
새벽에 뭔가 따끔해...
모기가 있나... 긁다가 지네가 생각났다. 찾으니 있나 벌써 도망갔지.
어제 커다란 지네를 작은 놈이 발견하고 난리난리~ 나무꾼이 잡았는데
아랫채 자는 방에 새끼 지네한테 물려서 그놈 잡았다는데
오늘은 내가 물렸네...
무심히 문턱을 보니 거미 한 마리 열심히 줄을 치고 있어!!!
하도 기맥혀 확 쓸어내려다가 보니 이놈!!! 뭔가를 칭칭 감고 있네?!
새끼 지네다!
아하! 이놈 아까 새벽에 내 다리 문 놈이구나!!!
그러니 좀 아프다 말았지. 새끼라 독이 약했나보네...
나무꾼도 이젠 안 아프다 하고...
웬수는 남이 갚아주는구나... 거미야... 니는 좀 냅둘게~
근데 거긴 좀 그렇다... 나중에 가던가 아님 내 치울기다!
산골 살면 온갖 벌레들하고 같이 동고동락해야한다.
그제는 뱀 한 마리 골로 보내고 어제는 지네 두 마리 족치고
뭐 일상사가 이러하니 참...
어제도 그랬다.
도시 사람들요... 시골살이 자연살이 우습게 보지마쇼...
도시처자들 시골로 시집 안 온다고 뭐라 하지 마쇼!!!
내라도 안 오것소!!!
기왕 있으니 사는 거지!!!
닭집 닭들은 신났다...
문 열러 가보면 내는 문 열고 들어가고 지들은 내 다리 사이로 튀나가고
모이를 부어줘도 몰라라~ 풀밭으로 날라댕긴다.
암탉 한 마리가 며칠째 알을 품으려고 기를 쓰고 안 비키길래
이젠 더위도 좀 가시고 했으니 알을 여섯 개 넣어줬다.
8일이니 21일 후면 며칠이 예정일인고... 달력에 동글베이 쳐놔야겠다.
하필 자리잡은 곳이 홰 밑이라... 좀 걱정이긴 한데... 신경 좀 써줘야겠다.
다른 닭들도 알 품으려해서 내랑 신경전 억수로 했는데 다들 포기했는지 아침에 보니 사라지고 없더라...
큰 들냥이들을 다 내쫓은 게 봉숙이년이렸다...
그러니 뱀이 마당을 넘보지!!!
지 새끼들 영역으로 삼아주려고 쌈박질 억수로 해서 큰 고양이들 다 쪼까내고 지년은 새끼 네 마리 남겨두고 훌훌 떠났다.
새끼 네 마리가 마치 나를 엄마보듯 아웅 거리네... 이 무신~
이 봉숙이년 나타나기만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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