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 속에서 싹을

산골통신 2018. 5. 23. 19:28

 

 

 

 

 

 

 

 

 

그야말로 풀숲에서 싹 찾아 살리기

숨바꼭질이 따로 없다.

 

텃밭 구석탱이에 몇포기 심었던 더덕골에 작년 가을에 씨가 떨어진 모냥이라...

어미 더덕 주위에 쪼르르~ 모여 났더라고.

근데 풀이 먼저 기세등등~

싹이 어릴 때는 호미로 득득 못 긁어... 도라지도 글코... 싹이 다치거등!

풀이 어느 정도 자라고 싹도 어느정도 힘을 갖췄을 때

풀을 뽑아줘야혀.. 안 그러면 싹 뿌리가 힘이 없어 풀 뽑힐 때 따라 뽑히고 다시 묻어도 제대로 못 살거등...

 

이게 풀밭인지 더덕밭인지 모를 정도가 된지라 오늘은 작심하고 퍼질러 앉아 풀 하나 더덕 하나 세어가며 뽑았네...

 

텃밭 더덕은 포트에 씨를 뿌려 모종한 거라 이제 2년생이다.

3년차는 되어야 캐서 반찬 해묵지~

해마다 씨앗을 받아 저리 키워봐야겠어... 꽤 재미좋은데~

 

도라지밭에도 오며가며 풀 싹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집어내줬다.

핀셋이 있으면 좋겠더라. 사람 손가락은 너무 굵어서 자잘한 싹은 못 집어내겠어.

 

작정하고 엉덩이방석인 안순이를 깔고앉아 세월아 네월아 더덕골 풀 집어냈네...

그 옆 채송화 줄줄이 씨 떨어져 난 곳도 덩달아 해주고

내는 분명 채송화 두어 포기 심어둔 것 같은데 말이지...

어느새 채송화밭이 되었지?!

 

차분차분 성질 죽이고 조용 묵념해가며 한 세 시간 했나보다.

인간승리다!!!

작년의 산녀같았으면 어림없었을 일을 올해는 했네...

에라이~ 풀 속에서 자라던 말던 너들 알아서 커!

이러고 말았을 건데...

 

닭집이 조용한가 들여다보니 역시나...

해질무렵이라 다 둥지에 들앉았는데 몇몇 병아리가 못 들어가고 따로 둥지박스 옆에 모여있네... 삐약삐약 소리가 애처로워...

안 봤으면 클날뻔. 밤에 체온조절이 안 되서 추워서 죽거든.

안 그래도 두 마리 죽었어...

 

못 들어가고 있던 병아리가 뉘집 병아리인지 몰라서 바로 옆 엄마닭 품에 꼬리 쪽으로 해서 넣어줬네...

삐약삐약거리던 소리가 이제 잦아들고 조용해졌어.

 

닭집엔 하루도 사건사고가 없는 날이 없으니 매일매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홀애비 장닭들 모여 사는 작은 닭집에 모이 한 바가지 부어주니 기다렸다는 듯 쪼아먹네...

 

이제 이 밭 저 밭 얼추 심고 가꾸고 풀메고 등등 한 바퀴 돌은 느낌이다.

마음이 좀 느긋해지네...

 

조선파싹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하고

늦게 파종한 옥수수가 싹을 내밀었다.

그리고 고수 당귀 고들빼기 곰취 씨앗을 모종판에 부어놓은 게 있었는데

뭔가가 삐죽삐죽 싹이 터 있더라.

근데 뭔지 몰라...

먼저 난 건 본잎을 보아 고수로 판명이 났고

두번째 난 건 뭐일꼬?!

 

이제 슬슬 삼동추 씨앗 갈무리해야한다.

이번주 도시장정 오면 낫 갖고 가서 베어오라 해야지.

씨앗이 엄청 날텐데...

내년 씨앗만 남기고 몽땅 기름 짤까?!

 

삼동추 걷어낸 자리에 대파랑 고수랑 이런저런 이름모를 모종들 심어야지.

대파는 아직 싹이 안 올라온다. 기다려도 안 되면 장에 가서 모종 사와야겠으...

이웃들 밭에는 잘 났더만...

 

이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서서히 내린다.

뜰앞 흔들그네에 앉아 드나드는 들냥이들한테 참견질 좀 하고

낮기온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날씨인지라 서둘러 집구석으로 들어가야한다.

일교차가 심혀~

 

그나저나 내일은 딱히 중요하게 할 일이 없네...

시상에나 이런 날도 오는 구나...

 

해 뜨면 들에 나가 일 하고

해지면 들어오는 게 습관이 되고

해 있을 때 집구석에 들앉아 있으면 마치 직무유기를 하는 듯한

시간이 저노무 하늘의 해가 막 아까와...

이건 뭐 집착도 아니고 강박관념?! 도 아니고 뭐시기여?!

 

뉘 내보고 일하라 했나...

참 요상하게 생겨묵은 인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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