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풀숲에서 싹 찾아 살리기
숨바꼭질이 따로 없다.
텃밭 구석탱이에 몇포기 심었던 더덕골에 작년 가을에 씨가 떨어진 모냥이라...
어미 더덕 주위에 쪼르르~ 모여 났더라고.
근데 풀이 먼저 기세등등~
싹이 어릴 때는 호미로 득득 못 긁어... 도라지도 글코... 싹이 다치거등!
풀이 어느 정도 자라고 싹도 어느정도 힘을 갖췄을 때
풀을 뽑아줘야혀.. 안 그러면 싹 뿌리가 힘이 없어 풀 뽑힐 때 따라 뽑히고 다시 묻어도 제대로 못 살거등...
이게 풀밭인지 더덕밭인지 모를 정도가 된지라 오늘은 작심하고 퍼질러 앉아 풀 하나 더덕 하나 세어가며 뽑았네...
텃밭 더덕은 포트에 씨를 뿌려 모종한 거라 이제 2년생이다.
3년차는 되어야 캐서 반찬 해묵지~
해마다 씨앗을 받아 저리 키워봐야겠어... 꽤 재미좋은데~
도라지밭에도 오며가며 풀 싹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집어내줬다.
핀셋이 있으면 좋겠더라. 사람 손가락은 너무 굵어서 자잘한 싹은 못 집어내겠어.
작정하고 엉덩이방석인 안순이를 깔고앉아 세월아 네월아 더덕골 풀 집어냈네...
그 옆 채송화 줄줄이 씨 떨어져 난 곳도 덩달아 해주고
내는 분명 채송화 두어 포기 심어둔 것 같은데 말이지...
어느새 채송화밭이 되었지?!
차분차분 성질 죽이고 조용 묵념해가며 한 세 시간 했나보다.
인간승리다!!!
작년의 산녀같았으면 어림없었을 일을 올해는 했네...
에라이~ 풀 속에서 자라던 말던 너들 알아서 커!
이러고 말았을 건데...
닭집이 조용한가 들여다보니 역시나...
해질무렵이라 다 둥지에 들앉았는데 몇몇 병아리가 못 들어가고 따로 둥지박스 옆에 모여있네... 삐약삐약 소리가 애처로워...
안 봤으면 클날뻔. 밤에 체온조절이 안 되서 추워서 죽거든.
안 그래도 두 마리 죽었어...
못 들어가고 있던 병아리가 뉘집 병아리인지 몰라서 바로 옆 엄마닭 품에 꼬리 쪽으로 해서 넣어줬네...
삐약삐약거리던 소리가 이제 잦아들고 조용해졌어.
닭집엔 하루도 사건사고가 없는 날이 없으니 매일매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홀애비 장닭들 모여 사는 작은 닭집에 모이 한 바가지 부어주니 기다렸다는 듯 쪼아먹네...
이제 이 밭 저 밭 얼추 심고 가꾸고 풀메고 등등 한 바퀴 돌은 느낌이다.
마음이 좀 느긋해지네...
조선파싹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하고
늦게 파종한 옥수수가 싹을 내밀었다.
그리고 고수 당귀 고들빼기 곰취 씨앗을 모종판에 부어놓은 게 있었는데
뭔가가 삐죽삐죽 싹이 터 있더라.
근데 뭔지 몰라...
먼저 난 건 본잎을 보아 고수로 판명이 났고
두번째 난 건 뭐일꼬?!
이제 슬슬 삼동추 씨앗 갈무리해야한다.
이번주 도시장정 오면 낫 갖고 가서 베어오라 해야지.
씨앗이 엄청 날텐데...
내년 씨앗만 남기고 몽땅 기름 짤까?!
삼동추 걷어낸 자리에 대파랑 고수랑 이런저런 이름모를 모종들 심어야지.
대파는 아직 싹이 안 올라온다. 기다려도 안 되면 장에 가서 모종 사와야겠으...
이웃들 밭에는 잘 났더만...
이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서서히 내린다.
뜰앞 흔들그네에 앉아 드나드는 들냥이들한테 참견질 좀 하고
낮기온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날씨인지라 서둘러 집구석으로 들어가야한다.
일교차가 심혀~
그나저나 내일은 딱히 중요하게 할 일이 없네...
시상에나 이런 날도 오는 구나...
해 뜨면 들에 나가 일 하고
해지면 들어오는 게 습관이 되고
해 있을 때 집구석에 들앉아 있으면 마치 직무유기를 하는 듯한
시간이 저노무 하늘의 해가 막 아까와...
이건 뭐 집착도 아니고 강박관념?! 도 아니고 뭐시기여?!
뉘 내보고 일하라 했나...
참 요상하게 생겨묵은 인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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