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생각 안 하려고 해도
풀을 베거나 자잘한 잡초들을 호미로 득득 긁어댈때 무차별 살육이란 생각을 종종 한다.
오늘도 낫으로 무자비하게 무차별로 풀들을 작살내고 왔다.
고추밭 양옆 밭둑 큰 풀 처치하고
연못으로 내려오는 길 양 옆 나무며 작약 목단 옥잠화 원추리 등등 심어 둔 곳 풀들을 정리해줬다.
말이 정리이지 싹~ 베어넘겼다는 거이지...
연못 안에 띡미리? 한 쌍이 유유히 헤엄치며 노니는 걸 구경해가며
싹이 난듯 만듯 궁금증만 유발시키는 홍련 백련 들여다보며
땀들이며 쉬다가 또 낫을 휘두르다가
한참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영산홍 심어둔 길 가 풀들이 보기 싫어 한참 쳐내다가
아이구야 이젠 못 하겄다.
점심때가 다 되었네~
아침밥 묵고 올라왔는데...
내려가자! 오늘 일 마이 했다 아이가~
풀하고 쌈박질은 하루이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체력쌈이다!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나 시합해서는 절대 아니된다!
내 몸 사려가며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야한다.
내려오는 길
아이구 깜짝이야...
너 독사구나!
비켜줄래?! 나 가던 길 좀 가자!
고놈 믿는 구석이 있어 그러나 꼼짝도 안 하고 혀만 낼름거리고 있네...
안 비켜주면 내 손에 조선낫 있어 그것도 큰 걸로...
두 번 생각 더 안 하고 낫등으로 그놈 모가지를 눌러버렸다.
그리곤 길옆에 땅을 파서 묻어줬지...
암 생각 안 하고... 무어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있나...
명복을 빌어줘?! ㅎㅎ 가소로운 생각이지... 치아라...
다만 돌아서 오면서 그 생각 하나는 했구나... 다신 뱀으로 태어나 나랑 만나지 말자 라고...
살생유택이라... 오로지 인간의 잣대로 죽이고 살리고하니
이건 세상의 진리도 아니고 순리도 아니다.
그저 살아가는 것일 뿐...
닭집 병아리들이 궁금해 들렀지...
아이구 이건 또 뭔 일이고?!
4호닭 알둥지에 3호닭이 들앉아 알과 병아리를 품고 앉아있고
4호닭은 내쫓겼는지?! 3호닭이 깐 병아리들을 품고 구석탱이에 앉아있어...
뭔일이여?!
3호닭이 깐 병아리들 중에 몇마리가 4호닭이 지엄마 아니라고 3호닭 둥지로 쪼르르 몰려가 엄마엄마 나좀 데려가주~ 하는 듯 옹기종기 모여있네...
저 닭대가리 뭔 일을 저지른 거야?!
한참을 궁리하다 4호닭 알둥지를 강제로 옆으로 세워 밖에 있던 병아리들을 엄마 품으로 가게 해줬더니
세상에 4호닭이 깐 병아리에 지놈이 깐 병아리에 열댓 마리가 우글우글~
정작 4호닭은 서너마리 달랑 그것도 지가 깐 것도 아니고
엄마라고 착각하고 품안에 든 3호닭 새끼들을 품고 앉았더라...
한참을 이게 뭔 일일꼬 생각을 했네...
이따 다시 가봐야지...
한 곳에서 병아리가 하루이틀 새에 막 까여나오니까 지들도 정신이 없는게벼...
5호 6호닭 스트레스 받을까 염려되어 조심조심 갸들 둥지를 살펴보니
아이구야~ 5호닭 날개죽지 위로 병아리 한 마리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네~ 얘도 한날 병아리를 깠구나~
예정일은 목요일로 알고 있었는데...
6호닭은 최근에 알을 품기 시작했으니 까는 날은 7월이니 괜찮은데...
자아 다섯마리 엄마닭이 저 수많은 병아리들을 어찌 구별해가며 키울 것이며
병아리들은 또 어찌 지 엄마 안 잃어버리고 잘 따라 댕길 수 있으려나...
1호 2호 경우를 보니 뭐 이건 공동육아를 하긴 하더라고 그러니
나머지 엄마닭들하고도 괜찮을려나...
고민이로세...
이럴 줄 알았나 뭐...
병아리육아실을 넓히고
알둥지를 앞으론 여기저기 따로따로 놔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긴 하네...
에고 배고프다~
오만잡동사니 풀떼기 넣고 보리밥이나 비벼묵고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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