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의 산골...
잠시 짬을 내어 후다닥 도시틸출을 감행했다.
다시 올라가야한다. 서둘러 이곳저곳을 돌봐줘야한다. 시간이 없다.
아침... 늘 들고다니는 조선낫 하나 들고 텃밭으로 닭집으로 구석구석 있는 밭으로 한바퀴 돌았다.
갖은 나물씨를 뿌려놓고 몰라라 돌아선 뒤 처음 가본 밭...
무씨도 싹이 텄고 배추도 시금치도 달랑무도...
허나 돌산갓이 전멸이네...
잡풀싹들은 밭고랑을 알뜰히 뒤덮으며 돋아나있고...
들깨들은 이제 노랗게 낙엽이 지기 시작한다.
들깨꽃들이 하얗게 피어오르고 꽃잎이 떨어져 밭이 하얗더라...
돌담밭에 주욱 골을 그려 심은 쪽파들은 잘 났다.
얘들은 내년 봄에 뽑아먹을 애들이다.
군데군데 묻어둔 쪽파들도 다 잘 났다.
몇 줌 솎아 뽑아내서 파김치 버무리고
배추도 한 포기 도려내서 겉절이 하고
열무도 잘 났길래 좀 솎아내서 슬쩍 숨죽여 양념끼얹어 내놓는다.
두메부추가 보랏빛 꽃을 앙증맞게 피어올리고
정구지들이 이젠 서서히 자라올라온다.
늦상추가 솎아먹어도 좋을 정도로 자랐고 쑥갓도...
적상추랑 꽃상추도 제법이다.
무얼 먼저 해야하나... 맘이 급하다.
닭집 문을 열어주고 별일 없나 살피고 돌봐준다.
그새 달걀을 한판이나 낳아놓았다.
병아리도 그새 열마리로 불어나있고...
달라진 점은 그외에...
장닭들인데...
뭔 일이 있었는지 수탉들 꽁지 깃털이 죄다 뽑혀져 그 멋진 뒷태가 엉뚱하게 되어버렸다.
뭔일이 있었나...
대장장닭도 꽁지가 뭉특하니... 꽁지빠진 닭들이 되었네...
뭐야... 뭔일이야...
니들 전쟁했니? 한판 한겨?!
다시 서열전쟁인거여?!
올봄 태어난 수탉들이 이제 어른이 된거여? 그래서 하극상이 일어난겨?! 그런겨?!
솔숲너머 상당에는 멧돼지들이 여기저기 다 디비고 다녔나보더라...
멀쩡한 곳이 없다.
밤나무 한 그루가 살아남아 송이송이 달렸더라...
떨어진 애들만 줏어담았는데도 올 추석차례상에 한접시 올릴 것 나왔다.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수년전 씨앗을 뿌렸는데 해마다 잊지않고 피어난다.
그중 몇 포기를 어릴적에 텃밭 가장자리에 이식했더니 제법 이쁘게 자랐더라.
개미취도 뭉게뭉게 꽃을 피어올렸고
큰꿩의비름꽃도 멋지게 멋지게~
아침저녁 썰렁하다...
아궁이 불 땔 준비를 해야겠다.
아기들냥이 한 마리가 아침햇살을 쬐며 개나리덤불 아래 자울자울 하고 있더라.
한 바가지 사료를 담아주니 오독오독 먹고는 나물 다듬는 내 옆 가까이 와서 쳐다보고 앉았더라...
쟤는 이집 마당을 지 구역으로 정했나보더라...
쟤한테 나는 뭘로 비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