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부추 정구지 솔

산골통신 2017. 9. 10. 22:17

정구지를 부추라 하는 것도

더나아가 솔이라 하는 것도

소불? 이라 하는 것도 알게된건 얼마 안 되었었다.

 

이름이 뭐 상관있으랴...

정구지가 정구지인건 변함없는데...

 

옛날 정구지를 텃밭 한귀퉁이에 묻어놨다가 너무 번져서 골치거리가 되었다는거지...

야들은 너무 번지면 자잘해지더라고...

그럴땐 과감히 뿌리를 캐서 일일이 쪼개 갈라 서너포기씩 따로 줄줄이 간격을 줘서 묻어놓으면

야들은 또 금새 무성무성 풀처럼 자란다...

 

밥쌀 씻을때 나오는 쌀뜨물이랑 이런저런 나물 데치고 나오는 물들을 따로 모아놨다가 골골이 부어주면 좋더라...

 

전에 할매가 너무 뿌리가 많다고 캐서 던져버리시길래

아까워서 주섬주섬 모아서 달래랑 같이 산밭에 갖다 묻어놓은 적이 있었다.

할매가 그 꼴을 보시더니

정구지는 풀한테 진다. 다 녹아버린다. 그러시더라고...

 

그래서 살짝 포기하고 무심히 냅뒀더랬는데...

한 일년 잘 베어묵고 그 이듬해부터는 풀을 감당 못해 버려졌었다.

 

그리고 수년 후...

그 곳은 밭이 아니라 매실나무들이 줄줄이 심어졌고 그야말로 풀밭이 되어버렸더랬다.

그리곤 정구지고 뭐고 잊혀졌다.

 

그곳엔 달래와 정구지 잊혀진채로 여전히 살고 잇었던거지...

정작 심은 사람들은 진작 잊어버렸고...

다 죽었겠지 뭐~ 이러면서

 

그러던 어느해 봄 산달래를 캐러갔다가 발견한 정구지...

여느 풀보다도 키가 훌쩍 오동통하게 자라있는 걸 발견했다.

우와 놀래서 낫으로 죽죽 베어갖고와서 적을 꾸어먹었었지.

그 맛과 향이라니...

풀에 지는 애들이 아니구만~

쌩쌩히 풀 사이에서 풀처럼 자라더만...

 

올봄 정구지밭이 초토화가 된 사건아닌 사건이 있어서

정구지밭이 군데군데 뭐 뜯어묵은 양 비어버린 일이 있었는데

종묘회사에서 씨앗에다 뭔 짓을 했는지 딱 2년만 살고 죽더라고... 뿌리가 죄 썩어말라 올봄에 싹이 안 터...

 

궁리끝에 저기저기 산밭에 풀이랑 같이 씩씩하게 자라는 애들 파다가

빈자리 매꿔 심었었지.

다르더라...

 

그뒤로 우리 정구지밭에 자라는 애들은 반 야생이다.

항상 할매가 남겨준 자잘한 정구지하고 자라는 것과 맛 향을 비교해보는데

여엉 틀려!!!

같은 조상 후손인데 참 희한하지...

 

올 가을이나 내년 봄에 산밭으로 이사를 시켜줘야지.

정구지뿌리가 그새 무성해져서 뭉쳐져있으니 뜯어말려 새로운 곳에 새로이 심어줘야 잘 자란단다.

한 이년마다 이사시켜주면 좋더라고...

 

요즘 베어먹는 정구지는 올봄 산에서 이사온 애들이다.

확실히 식감이 다르다.

 

이로써 풀반 작물반 기르는 이유를 태연작약하게 ㅎㅎㅎ

배째라식으로 들이밀 수 있다는 ㅋㅋㅋ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네...  (0) 2017.09.21
따가운 햇살에는  (0) 2017.09.13
벌... 초  (0) 2017.09.10
아침거리  (0) 2017.09.08
병아리 멕여살릴 걱정을...  (0) 2017.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