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벌... 초

산골통신 2017. 9. 10. 18:10

 

 

 

 

 

삶과 죽음은 한 자리에 머문다.

그 경계가 여기에서 저기까지다 뭐 이런 손짓이 무의미하다.

 

할매할배 산소는 늘 거기 있다.

멧돼지가 산소곁을 한번 긁적이다가 간 모냥...

그리고 그 밑으로 주욱 매실밭을 알뜰히 갈아놓은 모냥...

 

일단 풀을 깍는 것이 급선무...

사람키를 웃도는 풀밭을 승용예초기가 종횡무진 누빈다.

저 밭을 그냥 예초기나 원판예초기로 하면 알뜰하게 깔끔하게는 하겠지만 힘이 들어 나가떨어질 정도로 지친다.

승용예초기로 하면 두어 시간이면 끝나는데 이틀이 걸리고 힘들기까지 할 필요는 없지싶은거지...

하지만 승용예초기는 수천만원을 홋가하고... 하루 빌려쓰는데는 오만원이지만 임대해주는 사무소에서 그 기계를 실어오기 위해서는 트럭이 있어야 한다...

트럭이 없는 우리는 그냥 맘좋은 이웃에게 빌려쓰고 있다.

대신 우리는 ss기를 빌려주고... 무엇이 더 이득이고 손해인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 하여간에 고마운 이웃이다.

 

이틀을 빌려 상당밭이랑 뒷골밭을 싹 밀었다.

나머지 구석구석은 에초기가 들어가야하고...

그건 차차...

 

오늘 일은 이걸로...

 

나무꾼이 풀을 깍고 있을 동안 선녀는 무얼 했나...

대처 식구들 맥일 나물 이런저런거 챙기고

우리 없는 동안 닭들 먹을거 넉넉히 주고 물도 깨끗하게 갈아주고

병아리들 잠자리 챙기고

들냥이들 사료 좀 부어주고

또 무얼 했나...

뭐 한 것도 없이 항상 분주하게 드나드는데

뭐했나 적을라고 보면 별거 없다.

 

뭐 사는게 글치 뭐... 별거 있나...

 

무 배추는 이제 자리잡았고 헛고랑 풀도 한번 잡아줬으니 한동안은 한가하고...

들깨들은 슬슬 꽃이 피어오르고...

어정 칠월이 맞다...

 

농사일 하면서 바쁘게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어정어정 건들건들거릴 수 있는 음력 칠팔월이 있어 좋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서

새벽으로 아침이슬을 즐기고

해거름에 땅거미를 기다리며...

아 물론 풀모기 극성을 담보로...

 

뭐든 공짜가 있나...

 

이제 가을이 오고 들이 비어가면

황량한 겨울이 오는데...

짧디짧은 가을이 아쉽고도 아쉽지...

 

그러니 동동거리며 즐겨야지!!!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따가운 햇살에는  (0) 2017.09.13
부추 정구지 솔  (0) 2017.09.10
아침거리  (0) 2017.09.08
병아리 멕여살릴 걱정을...  (0) 2017.09.07
풀 투성이...  (0) 20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