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닭 닭 닭...

산골통신 2017. 7. 25. 20:08

삼복더위... 복달임이라는 걸 한대매...

우리도 닭 좀 잡아묵어야 하지 않것어~

 

엄두가 안 나서 말이지...

항상 그래... 잡으면 못 잡을 것도 없는데 말이지...

 

묵은 암탉 열여덟마리...

장닭 두 마리는 씨종자로 냅두고

묵은 암탉 중에서 병아리 육아 중인 다섯마리는 냅두고

알도 없는 알둥지 꿰차고 노상 엎드려품고 있는 저기 다섯마리...

저놈들 잡아야겠는데...

 

나머지 여덟마리 중 몇 마리가 하루걸러 알 한 개씩 낳는 거 같아서 우선 냅두고...

 

자아...

 

모이통에 모이 넉넉히 부어주고

쌀방아찧고 나온 쌀겨~ 라고 하나... 우린 당가루라고 하는데

그걸 두어 푸대 영차영차 퍼담아 짊어지고

가서 뻐들고 놀라고 부어줬지...

거기 벌레 엄청 많이 생기걸랑~ 그냥도 먹어도 되고 벌레 양성해서 그거 잡아묵어도 되고~

물도 깨끗하게 갈아주고...

 

그런 다음...

살금살금 알둥지에 있는 놈들 잡아서 푸대에 쳐넣으려 하는데...

순간 왜 이리 맘이 약해지는겨...

 

한참을 쪼글치고 앉아 두손에 잡아들고 그냥 하냥 있었다...

 

에라이~ 못 잡것다!!!

다른 걸로 몸보신 하지 뭐!!!

 

나들은 알이나 열심히 낳아!!! 그거나 얻어묵을게!!!

이 맴이 언제 변덕을 부려 바뀔지 모르니까 얼렁 튀어!!!

 

그냥 털레털레 뒤돌아 나왔네라...

 

뭐 글치 뭐 내가 글치 뭐...

 

며칠 전부터 희한타...

뱀을 봐도 죽일 생각보다는 조놈이 뭔 뱀인고...

독사냐 구렁이냐... 풀뱀이냐...

뭐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자빠지니 뱀은 유유히 사라지고 없고...

 

지네도 물지만 않으면 그냥 집어서 내던지고...

벌도 약을 치기 보다는 에라 봉침 잘 맞았네... 그러고 말고...

풀모기나 쇠파리 먹파리 이놈들한테 시달려도

이젠 그리 짜증을 안 내게 되더라...

 

뭐 이렇게 변하냐 인간이...

 

어쨌든~

닭 좀 잡아묵을랬다가

닭 잡기 거시기해서

털레털레 빈 자루 들고 그냥 돌아왔다는 뭐 그런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

 

@@@

뒷집 아지매~

고통없이 순식간에 닭잡는 비법 안다는데...

그거나 전수받으러 가야겄다!!!

닭 한 마리 상납하고!!!

 

꿍얼꿍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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