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이리 새벽부터 끼면 오늘 낮에는 뜨겁고 무더운 찜통같은 날씨가 된다는거다.
바짝 긴장하고 중무장하고 일하러나가야한다.
안 그러면 더위먹어 쓰러진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할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일거리가 떠오르질 않아...
에라이...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어서 아무 생각없이 집안팍 한바퀴 돌고
텃밭 둘러보고 닭집 살펴보고 고추밭 가서 혀 끌끌차고 돌아왔다...
되는대로 눈가는대로 손가는대로 일하자~
어제 해거름에 더덕골이랑 오이골 풀 뽑아줬는데 덩굴타고 올라가라고 말목 몇개 더 갖다 박아주고
들깨씨앗 파종해놓은 골에는 참새시끼들이 죄다 파먹는바람에 차양막을 덮어두었는데 싹 틀때까지는 저리해놓고 물 줘야한다.
망할 시끄러운 참새들~
곤한 단잠 자는 이른 새벽~ 시끄러워도 어찌 저리 야단스러울까 싶어서 고개들어 처마밑을 보니...
허거걱!
알둥지가...
거기서 새끼 새소리가 와글와글~
흐미... 바로 문 위에... ㅠㅠㅠ
그러니 잠을 잘 수가 있나그래...
울집이 물인심 좋다는 소문이 돌았나...
이 가뭄에 쟈들이 아예 터잡고 새끼치고 살려고 하네...
웃채 할매집 처마밑에는 몇년 안 뵈던 제비들이 오락가락하던데~ 차라리 제비들이나 오지!!!
닭집에는 묵은닭 중병아리 갓 한달되어가는 병아리들이 화기애매~매 하게 잘 살고 있다.
참 재미있는게 분명 올봄에 엄마닭 세마리가 병아리를 까서 각자 지 새끼들 잘 데리고 살았단 말이지...
헌데 스무날지나서인가부터 한놈한테 다 몰아주고 두 놈이 놀러가더란 말이지...
잠도 따로 자고!
그러더니 오늘보이 병아리들만 따로 뭉쳐 다니고 있어!!! 약 한달 된 즈음이여...
하도 암탉들이 알을 안 품어서 기다리다 못해 한달 정도 된 중병아리들을 열마리 정도 장에서 데려왔는데 저리 이쁘게 병아리깔 줄 알았으면 안 사왔지~
뒤늦게 또 다섯 마리가 알을 품고 들앉아있어서 야단났다! 병아리 풍년나것네~ ㅠㅠ
근데 엄마닭이 까서 키운 병아리들이랑 장에서 사온 병아리들 행동들이 참 판이하게 다르더란 말씨~
깐병아리들은 참말로 깔차고 용감하고 날쌔게 요리조리 잘 돌아댕기는데~ 벌써 엄마닭 따라 홰에도 올라가 자더라구~
지들끼리 쌈박질도 하고 먼데 외출도 감행하고~
헌데 장에서 사온 중병아리들은 아마 부화장에서 깐 병아리들일건데~
겁쟁이에다가 약해빠져보이고 움직임도 둔하고 지들끼리 뭉쳐서 이리저리 피해댕기느라 지 볼일 못 보는... 며칠간은 홰에도 못 올라가 구석탱이에 뭉쳐서 찌그러자고 참 딱한 모습이더란 말이지...
오늘 물이랑 모이랑 알둥지 정리정돈해주고 하느라 일 하면서 한참 구경해봤더니 참 재미나더라...
아마 인간새끼들도 온실 속 아그들과 독립적으로 자립적으로 키운 아그들 차이가 나듯...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감자골에는 알이 굵어가고
마늘이랑 양파도 요즘이 알이 굵어질 시기인데 너무 가물어 이웃들은 일찌감치 캐버리더라...
우린 아직 대궁이 그럭저럭 살아있으니 비라도 한번 더 맞추고 캐자싶어 냅두고 있다.
가물어도 이리 가무냐...
참깨싹들이 살아남느라 애먹고있다...
참말로 참기름 한 번 얻어묵기 힘드네 그랴...
앞으론 참기름 비싸단 소리 절대 안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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