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할놈의 비가 온다...
오긴 오는데 곱게 온다...
허나 두시간 동안 온 비가 이제껏 온 비 양보다 많다라고 하면 참 어이없지...
먼지도 가셨고 목마름도 쬐끔 가셨을듯...
그치만 더 와야하느니...
오늘 밤새 내일낮까지 온다고 예보님께옵서 그러셨으니 와야지 암...
아침나절에 비설거지를 한바탕 해놓고 널널하게 쉬고 있다.
도시장정들땜에 죽것다!
왔다가면 뒷손 갈 일이 너무혀...
쌀방아를 찧었으면 나락푸대는 묶어둬야하는거 아녀?
톤백 나락푸대 두 개를 활짝 열어놓으면 서생원들과 참새새끼들 잔치하라고???!!!
그걸 오늘 아까 발견했으니 나도 참 나다...
앞으론 그 인간들 왔다가면 속속들이 살펴봐야지 ㅠㅠㅠ
쌀도 남은거 그냥 덮어두고 ㅠㅠ 말이라도 하지
그럼 내 치울거 아녀...
닭도 못 잡아서 못 묵는 도시장정들을
우짜면 좋을꺼나...
그러면서 닭 잡는 타령은 억수로 햐~
비가 온다를
비님이 오신다...
라고 옛 사람들이 그리 말했을때는 다 이유가 있네라~
음... 지금은 비님이시다!!!
텃밭 여기저기에 웃거름을 미리 해줬더니 마침 비가 와서 좋다.
고추도 쑥쑥 자라겠고 마늘양파감자도 알이 더 차것지...
호박 오이덤불도 땅심 거름심 받아 시꺼멓게 잎이 좋더라.
달구집 뒤늦게 알 품는 세마리 암탉들이 알을 낳는대로 다 끌어가 품어서 안 내주는 바람에 오늘도 달랑 알 한 개!!!
품안에 손을 넣어 뒤적뒤적거려보니 제법 많은 알을 갖고 있구마이...
에라~
세놈 중 첫번째로 품기 시작한 놈이 또다시 뛰쳐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저거저거 알 제대로 부화되는거 맞어?!
성질머리 참 고약혀!!! 벌써 몇번째 가출이여?!?!
얼렁 스무날 하고 하루 채워서 병아리들 데리고 나가라~
내 알 좀 꺼내묵자!!!
일꾼들 반찬 해줘야하는데 달걀이 달랑달랑거리니 참내...
하다못해 비빔밥도 못 해주것어~
지난 15일께 깐 병아리 열여섯마리는 엄마닭 세마리와 함께 오붓하게 자알 놀고 있다.
그중 두 엄마닭들이 한놈한테 다 맡기고 딴짓거리 하면서 놀고 있더만~
잘 때도 병아리들을 한놈한테 다 밀어넣고 널널하게 홰에 올라가 자고 ㅎㅎㅎ
이제 스무날 넘었으니 엄마닭들이 병아리들을 독립시키려고 쪼기 시작하면 큰닭들과 격리시키려고 쳐둔 그물을 걷어 올려주면 된다!
대략 열흘 후가 되지않을까 싶다마는...
비님아~
존말 할때 더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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