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억수로 많이 했는데
뭔일을 했느냐고 물을작시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뭔 일을 했더라.. 한참 생각을 해야만 아아.... 그랬지...
이런 일이..
아침도 안 먹고 마당설거지 어제이어서 마저 한다.
해도해도 끝도 없는 일... 왜 나는 하고 있을까...
안 해도 어수선하고 해도 어수선한 이노무 마당꼬라지.
어제 덮어씌운 흔들그네 천막지붕에... 구멍이 있었나보더라.
똑똑~~ 밤이슬 녹은 물이 떨어지고 있었어...
다시 커다란 천막을 질질 끌고와 마치맞게 가위로 잘라내어 이중으로 덮어씌웠다.
그 천막 쓸모가 있구만~ 남은 놈들 잘 놔둬야지...
무너진 아롱이집을 들어내고 치웠다.
개는 앞으로 키우고 싶지 않다. 고양이와 달리 개들은 너무 인간한테 기대고 살아서...
뜰아랫채 짓고 남은 흙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줬는데...
훈기없는 빈집으로 몇년 있다보니... 견디질 못했나.
굴뚝 아래쪽이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때문에 거의 작살이 나서
그것도 보수를 해야했는데...
완전하게 하자면 일이 커지니까... 이것도 임시로다
아까 그 천막 잘라내서 덮어씌우고 검정테이프로 둘둘 굴뚝하고 같이 감아버렸다.
일단 물이 안 들어가면 될꺼아뉴...
당분간은 버틸껴.
나머진 나무꾼보고 알아서 보수하라 해야지. 그꺼까진 안 혀~
이웃집에 콩타작을 하나...
길을 막고 천막깔고 콩타작기계를 들어다놓고 한참 사람들이 분주하다.
콩농사 많이 했나보다. 저리 야단을 하는걸 보니.
저 구석탱이에 깨지고 금이 간 항아리들이 많았는데
그걸 한데 모아뒀다.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써먹지도 못하는 걸
그냥 어쩌지 못하고 냅뒀었는데...
전에 전에 이 집에 살다가신 아흔넘은 할매가 쓰시던 항아리들인데
내가 쓰려고 보이 다 금이 가고 못쓰겠더라구...
화분으로 쓸 수 있는건 살려서 쓰고
나머진 그냥 도랑가 나무 밑에 방치했었는데...
오늘 다 끄집어내어 마당한켠에 한데 모아두었다. 그럭저럭 봐줄만 하네...
콩타작 다 끝났는지 점심에 칼국수 했다고 먹으러 오라네~
내는 금방 밥묵었는데... 우짜노.. 막무가내 오란다.
에라.. 국수 한그릇 더 묵는다고 배터지진 않겠지...
줄레줄레 따라 들어가 담백한 감자칼국수 얻어묵고 나왔다.
전엔 누가 먹으러 오라면 한사코 빼고 안 갔었는데
이젠 내도 막가파 막무가내 아지매가 되어버려서
오라면 어데든지 가고본다.
주는건 사양않고 다 받아챙기고~ 나눠주는것도 억수로 잘 하고~
해서 나무꾼한테 손크다고 퉁도 잘 묵는다.
도시에서 사모님 소리 듣고 사는건 죽어도 못하겠다.
산골에서 아지매!! 소리 듣는거이 훨 속 편하지.
사람은 생긴대로 살아야 하고~ 타고난대로 살아야 하느니...
내게 딸린 부록들한테... 선언했다.
나보고 싶으면 나 있는데로 와라.
그간 발목을 잡고 있던 일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말 잘듣는 부록들만 남았다.
오늘 쌀방아도 찧었다.
8분도 백미 두푸대 약간 현미찹쌀 한 푸대
올해 찹쌀이 약간 적미가 생겼다. 10분도로 찧으면 하얗게 되는데
현미로 찧으면 찹쌀에 적미가 섞여있는 듯 좀 보기가 그렇다.
그래서 이래도 좋냐고 물어보고 찧어보냈다.
쌀 팔아묵어야 하는데 우짜지? 찹쌀이 이래서...
적미가 생겨도 품질엔 아무이상이 없는데 누가 그리 알아주나 말이지...
에라... 그냥 상인한테 넘겨버려?!
남아있는 호박 열댓개를 일일이 칼로 썰어 건조기에 넣어 말린다.
호박씨는 인쥐들이 이미 착복을 하셨고~
전에 건강원에 보낸 호박들은 대추 생강까지 넣어 열두 박스가 나왔다.
남은 호박들은 그냥 썰어 말려서 내년 호박 나오기전까지 달여먹어야지.
뭐 늘어놓고보니 일은 많이 한거 같은데...
돌아보면 한 일이 없이 일 한 흔적이 없다...
뭐 산골일이 그렇지 뭐. 안 하면 포가 확~ 나버리고
마늘밭엔 비닐 날라가지 말라고 연탄재를 군데군데 놓아두었고
양파밭엔 흙을 더 끼얹어 구멍을 막아야 하는데 그건 또 언제 하노...
매실나무 전지는 온겨우내 슬금슬금 톱질 하면 될게고
삼동추는 씨뿌린대로 다 돋아서 한참 푸르다.
애들은 추위에 강해서 영하로 떨어져도 잎이 살짝 얼다가 녹아버린다.
강추위가 오면 모를까... 아직까지 슬쩍 추위엔 끄떡도 없더라.
해서 조금씩 잎을 듣어다 양푼비빔밥 해먹는다. 된장 자작하게 끓여 참기름 계란후라이넣고 비비면 마춤하다.
섬초롱이 추위에 강한가보더라.
도랑 저쪽으로 머위가 자라고 있는데 씨가 날라가서 퍼졌는지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무더기로 자라고 있더라.
저번에 한바탕 캐서 옮겼는데도 땅속에 그 뿌리가 살아있었던지 또 번져있더라.
대단혀... 얘들은 그냥 여기서 살게 해줘야지. 주변 정리만 해주고...
일은 끝도 없다.
다 한 듯 싶어도 뒤돌아보면 성에 안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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