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평화로운 산밭에서...

산골통신 2013. 12. 6. 18:01

늘 그러하듯... 낫들고 장화신고 산밭에 오른다.

햇살이 겨울치고 너무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

설렁설렁... 숨차지 않게 천천히 올라간다.

 

따로 물길을 뺀 도랑엔 물이 얼마나 차 있을까... 궁금해하며...

 

 

이 길을 오를때면 꼭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서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해서 꼭 한번씩 찍어보곤 하지. 찍을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산길 초입...

 

오늘은 그다지 바쁘지 않았다.

면사무소 나들이 한번 하고~ 쌀푸대랑 장갑이랑 사고 천천히 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말간 하늘에 따뜻한 대낮에 뭐 바쁜 일도 없고..

그냥 무밭 배추밭 폐비닐이나 걷으며...

매실나무 전지나 조금씩 해주며~

그냥 설렁설렁 오늘 하루 보냈다.

 

아우... 이런 날 드물지. 늘 바빴는데...

모처럼의 여유를 겨울 따뜻한 햇살 아래 툇마루에 앉아 즐겼다.

 

바쁘지 않으니 괜히 이상해서... 익숙치가 않더라.

뭔가 일을 계속 바쁘게 해야할 것만 같은... 조급증이 일었다.

그간 너무 일독에 빠져 살았던가봐...

 

 


해거름에 서산 노을 색이 너무 이뻐 또 찍어본다.

제일 따뜻한 창가에 앉아 서산 너머 스러지는 해를 바라보며 무심히... 앉아있었다.

어제그제 천막으로 대충 덮어씌운 흔들그네가 볼썽사납다~ ㅋㅋ

우짜노... 색깔 맞춤한 천막을 구하기 전까진 저 모습을 견뎌줘야지~ ㅎㅎ

 

박주가리를 하수오라고 뻥을 치는 산너머 농장쥔장과 그 친구 때문에 박주가리를 찾아댕기며

사진도 찍어보고~

슬슬 톱들고 전지할 매실나무를 가늠해보며 일머리를 잡아보고...

솔숲너머 매실밭에 어디쯤에 원두막을 세울까... 궁리도 해보고...

 

제철에 못 따먹은 다래와 으름덩굴에 가보고 너무 익어 물컹해져버린 으름을 손에 들고

이걸 먹어봐 말어? 재다가... 한입먹고 씨앗땜시 에퇴퇴... 얘는 씨앗이 정말 대박이여...

다래는 산식구가 다 따먹었나... 인쥐들이 다 따갔나... 하나도 없네.

뭐 누구라도 먹었으니 됐다. 잘먹고 잘 살면 되지 뭐...

 

산돼지들이 어김없이 땅을 다 파제껴놨다. 그래도 작년처럼 무식하게 파제끼진 않고

그냥 곱게 곱게 갈아놨네...

올 겨울에 막걸리 드럼통갖고 한번 산돼지 사냥을 해볼꺼나...

 

산밭에 오르면 말 그대로 평화를 느낀다. 인간세상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을 만치...

햇살이 제일 늦게까지 비치는 곳이라 사방 양지바르다.

 

물길을 따로 뺀 도랑으로 가보니 물이 졸졸졸.. 하염없이 흘러나오더라.

공사는 제대로 됐나보네... 습지처럼 변했던 곳들이 말라있고... 거기에 자라는 풀들도 달라지고...

이제 이런저런 나무들을 심어도 되겠다 싶다.

 

이곳을 작은 수목원처럼 만들 계획이다.

천천히... 하나씩 해봐야지.

심을 나무들을 선정하고~ 그간 가꾸고 있던 야생화와 야생초들을 옮겨심고...

오솔길을 내고 원두막을 세우고 연못도 만들고...

소나무 밑 바위 근처엔 도사 흉내 낼 수 있는 터도 만들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