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장 날짜를 자알 잡았더랬다.
날씨도 좋고 적당히 한가하고 등등...
천재지변은 없을거이니 인재지변만 없으면 올해 김장은 무난히... 할 거이다.. 라고 믿었지.
허나...
뭐든 평탄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으니. 아니나달러...
당일 아침 김장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완전무장 태새를 갖추었으나,.
일은 터졌고. 일 수습과 마무리를 위해 몇밤 며칠을 지새워야했다,
그동안 오늘낼 하던 일이었던지라 수습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각설하고.
김장은 해야할거 아뉴.
올해 김장 하지말고 그냥 넘어갈까?
그럼 저 밭의 배추는 어쩌냐?
형제들 다 해갖고 가소.
김치 얼마나 먹는다냐? 요샌 얼마 안 먹어. 다들 몇십포기씩만 절여갖고 갔단다.
그것도 일꾼인 내가 없으니 번갯불에 콩볶아먹듯이 절이고 씻었다나.
차 트렁크에 휘청휘청 할 정도로 싣고 갔다네.
그럼에도 밭에 배추는 그냥 남았으니. 저걸 어쩌냐고.
배추 모자를까봐 뒷집에 남은거 다 찜한다고 큰소리까정 쳤는데.
일 마무리하고 한숨 돌린 다음...
김장 날짜를 다시금 잡아 산골로 튀었다.
날 자알 잡았네. 눈발 날리고 영하로 떨어지고... 눈 녹으면서 땅은 땡땡 얼고...
뉘 잡았냐? 엄청 잘 잡았네.
그래도 우짜냐. 해야지.
두팔 걷어부치고 그 깜깜한 밤에 차 라이트 켜놓고 배추를 뽑아날랐다.
일꾼들 선녀까정 다섯. 끌고와서
식칼 하나씩 쥐어주고 배추는 이렇게 도려내는겨. 뿌리채 뽑는거이 아녀! 라고 그 어둠 속에서 일일이 가르쳐가며.
속터지는 나무꾼... 구루마에 배추를 하나하나 싣고 고이고이 하나하나 내리고 있네 그랴.
그러지 말고 그냥 들이부우소!!! 배추 안 망가져. 어차피 겉껍디는 떼어낼겨요~ 그냥 막 들이부소 마!!!
샘가에 옮겨놓은 배추들 일일이 다듬어 소금물에 풍덩풍덩...
소금물 농도는 계란 띄워서 오십원짜리 동전만하게~ 동동...
물 위로 떠오른 배추에는 소금 한주먹씩 뿌리쪽으로 쳐놓고.
사람 가슴까지 오는 큰 통에 하나그득... 졀였다.
이게 몇 포기냐? 누가 안 세었냐? 아무도 안 셌단다. 첨에 세다가 하도 선녀가 일 빨리 안 한다고 소리소리 질러서리...
나중에사... 대략 센 결과 130여 포기.
뒷집 배추 더 안 갖고 오길 잘했네. 걍 우리꺼만 하자. 안 모자르겠다. 형제들은 미리 따로 다 가져갔으니 됐다.
작년까진 300여 포기를 한꺼번에 했었는데 이번엔 두번에 나눠하니 편하긴 하다.
다음날... 한번 뒤집어주고... 식전부터 양념장만에 들어갔다.
재료는 다 있으니 다듬어 씻고 썰고 갈고 버무리기만 하면 되겠지.
근데 배추를 절이는거보다 더 자잘한 공정이니... 허리가 분질러지는 일이더라.
일꾼 하나 무채 썰기는 자기가 한단다. 맡기고!
일꾼셋 마늘생강 깐단다.
그럼 남은 선녀는 나머지 일 당첨!
그 일꾼들에게 일거리 착착 앵기고 걷어오고 이따만한 들통다라이에 준비되는 대로 양념재료들을 착착 들이부어
버무린다.
밥먹고 합시다아~~ 절여진 배추 씻어건져놓고
또 밥먹고 합시다아~~ 양념 버무리고...
그러고나니 깜깜 밤중이더라.
양념이 좀 모자라 35포기는 내일 하기로 하고~
오미자막걸리에 맥주에 매취순에 소주에 마구마구 퍼제꼈다.
갓버무린 김치엔 수육이 젤이네. 아녀아녀 굴이 젤이여~
아녀아녀 다 섞어먹는게 질이여~~ 해가면서...
가을에 건졌어야 했던 매실은 고이고이 항아리에 담겨있었지.
내 안하면 아무도 할 사람이 없는기라...
담날 아침밥도 안 먹고~~ 당근 일꾼들 아침밥도 안주고~ ㅋㅋ
매실건지기에 들어갔겄다.
아구 손시려라.
매실건디기만 착착 건져내고 그대로 다시 봉해뒀다.
작년에 2년전에 3년전에 거른 매실은 쳐다보지도 않고
5년묵은 매실만 퍼다가 따로 통에 담아둔다.
울 막둥이가 이것만 마시더라고~~ 내년되면 6년되는 매실효소여.
여직 아침밥도 못 얻어묵는 일꾼 하나가 선녀뒤만 쪼차댕긴다.
그제서야 일꾼들 밥 안 해준거이 생각나서~ 부랴부랴 한상 그득 차려줬더니 세상에... 두그릇씩 뚝딱 먹네그랴.
미안혀유~~ 일 무쟈게 켜먹고 밥도 안 줘서~ ㅎㅎ
올해 김장이 싱겁네 짜네... 한참 입씨름하다가 싱거운게 좋다!!! 라고 결론내고
그냥 살짝 싱거운채 담아버렸다.
백김치도 담아묵는데 뭘~ 하면서.
양념이 모자라 못 담은 배추들은 담날 또 양념 대대적으로 장만해서 담아버렸다.
참 희한하지... 같은 사람이 절이고 양념하고 했는데도 맛이 달라...
먼저 담은 김치는 살짝 싱겁고 달면서도 시원한데... 나중 담은 김치는 짭짤하고 달달해... 시원한 맛이 덜해...
고개를 갸웃갸웃해가며 뭐가 차이점일까... 생각해보니...
첫번 김장은 내가 농사지은 재료들로만 양념을 한거이고
두번째 김장은 배추만 내가 농사지은거고 나머지 속재료들은 장에서 산 것들이라...
끄덕끄덕...
내년 농사엔 고구마 감자는 집어치우고~
김장 속재료들 농사에 더 중점을 둬야겠다 라고 이구동성 결론을 내렸다.
들깨 땅콩 농사를 많이 지어서 기름짜먹고~ 왜냐면 참기름 비싸니께~ 참깨농사는 힘들고~
콩농사를 늘리고~ 오미자를 심고~ 마늘 양파 대파 생강 갓 호박 더 심고~
등등...
얼치기 농사꾼들에서 이제 제법 말 할 <꺼리>가 늘어난 일꾼들이 마구마구 자신있게 떠들더라.
이러해서...
올해 김장도 무사히... 아니.. 무자비하게... 무쟈게 힘들지만 잼나게...
자알 담궜다.
올해 김치도 맛있게 되었다. 무가 많으니 석박지도 넉넉히 담고 백김치도 한통 담고
내년겨울까지 먹을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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