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징글맞은 벌초~ 그리고 수목장...

산골통신 2010. 8. 30. 14:16

대소가들이 모여서 문중벌초를 음력 7월 셋째주로 바꿨단다 해년마다 그리하자고 몇년전에 약속했다네~

둘째주는 날이 더워서 쪄죽는다고.

몇년간은 날이 자알 도와주더니만~ 올해는 지랄염천을 떨더라고..

거기다 태풍까정.

 

비가 아주 부르스를 추며 디스코를 추며 브레이크댄스까정 추며 퍼붓더라고~

그 속을 뚫고 선산엘 가서 종아리가 다 파묻히는 빗길 흙길 산길 풀길을 걸어올라서

비옷은 입으나마나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속에서 벌초를 해야했다.

명당 명당~ 말 마소...  명당이라고 풍수 앞세워 지관앞세워~ 고르고 골라서  잡은 묘자리들들들...

그 당대엔 명당이었을진 모르나... 후대 지금에 와선 애물단지요...

요새 명당은 길 옆이거나 밭옆이거나 집옆이어야 한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대~

차도 댈 수 없는 곳에 길도 이젠 수풀이 우거져~ 예초기 없으면 헤치고 나갈 수도 없는 곳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묘소들을 일일이 고생고생 찾아다녀야 하는...  그런 명당 있으면 뭐하노.

 

문중벌초라 한 예초기 들고 나타난 장정들이 한 스물여섯 모였나... 

해마다 유사가 돌아가며 맡아서 밥을 해서 제각에서 나눠먹어야했는데~ 세월이 좋아진건지~ 어쨌거나.

식당을 예약했다고 하야~ 어쨌건 맏며느리인 선녀는 밥 문제에 있어선 무쟈게 편했다.

이 빗속에 옛날 구옥 좁은 제각 싱크대도 없는 부엌에서 불때서 스물넘는 장정들 문중 대소가 어르신들~ 

젊은새댁들도 없는데 할매들 모시고 밥해드리랴 치우랴 해봐라~ 나 죽는다.

 

우여곡절끝에 퍼붓는 빗속에서도 문중벌초 울집 벌초를 죄다 마치고  돌아오는길...

나무꾼 왈:

 

"우리는 화장해서 수목장 하자.

이짓거리를 누구에게 물려준단말고~ 챠라~

그동안 선산에다 이런저런 꽃나무 소나무 등등 이것저것 고루 심어두었으니 그 밑에 거름뿌리듯 뿌리던가

그냥 맘에 드는 나무밑에 나무상자에 담아 묻던가~  그리하고 여기를 공원처럼 가꾸면... 

나중에 후손들이 놀러오기도 좋고 관리하기도 좋고.. 자연그대로 돌아가니 좋고...

우리새대부터 그리하고~ 차차 웃대조상들 모셔오자.

도저히~ 벌초 힘들어서 못해먹겠다. 

옛날에야 후손들이 많고 식솔들도 많고 해서 벌초가 까짓 힘이 안 들었지만.

요즘에야 어디 그러냐~  나혼자  7대조까정 어떻게 하느냐고오~~~

벌초하다 돌아가시겠어~~

다 살자고 하는 거인데...  이렇게 벌초마치고 비몽사몽 운전해서 내일 출근한다고

애들 학교보낸다고 서둘러 고속도로 타고 올라가다가 비명횡사 하겠다니까~~ ㅠㅠ

앞으로 하나 아니면 둘뿐인 형제자매인 상황인데~

고향이 가깝기를 해~~  교통이 좋기를 해~~  가서 거처할 수 있는 집이 있길 해~~

누가 일년에 한번씩이나 모여서 벌초 할 수나 있겄어? 누가 해? 큰넘이 해?  8대조 묘소벌초 다 하다가

뻗으라고?   그렇다고 벌초대행업체에다 맡기라고 해?

어차피 그럴꺼~ 까짓 우리가 깔끔하게 하고 떠나자.  그게 좋다.

뭐하러 봉분은 남기고 납골당은 만들고 그러냐~~ 치아라. 깨끗하게 내몸 내가 정리하고 떠나는 것이 제일 좋아.

다행히 땅이 있으니 수목장이 제일 좋은 대안이다. "

 

선녀 꿍얼~

"이날이때껏 입아프게 내 주장한 거이 그거 아니었슈~~

안그래도 내 얼라들한테 너그 어무이 죽으면 일체 흔적남기지 말고 내 좋아하는 참꽃나무 밑에 화장해서 묻어주라 했슈~~"

당신은 소나무 좋아하니~ 그짝에다 묻어주라 해요~~

너들이 아쉬웁고 서운타 하면...  작고 이쁜 돌맹이 하나 놓아두거라~~ 했쓔~

나중에 숲이 울창해지걸랑~ 자연으로 편히 돌아갔다 생각하고 몰라라 해도 된다카이~"

 

벌초하다 돌아가실뻔 한 이틀이었슴돠...

벌은 골고루 뎀벼들죠~   에프킬라 한통 모시고가서  대여섯 번 총질했네요~

 

옛날에야 사촌들 육촌들도 오고가고 하더니  이젠 손이 갈라지고 손이 생기고 하니~

자기네 벌초하느라고 바쁜가봅니다.

웃대 조상묘소는 모든 책임이 큰집 장남한테로~ 장손한테로 넘어오는 추세예요.

집집마다 골치거리인가봅니다.  

다들 바쁘다하니  그날 안 내려온다고 뭐라 할 수도 없고...   자기네 벌초하기도 빠듯하다고 우는 소리 하니~

그것도 글코... 

이러다 울집 큰넘 장가나 제대로 보내겠십니까? 큰일입니다~ ㅠㅠ

뉘 참한 처자 있어 징글징글한 문중 맏며느리 구실 하겠다 자청하게씸까~

제 새대에서 싹 정리하고 치우고... 쌈빡하게 정리하고 떠나얍죠.  후손들에게 걸치적거리지 않게...

 

조상 잘 모셔야 후대가 잘 된다고~ 어르신들은 누누이 저를 타이르지만...

세상이 이리 정신없이 변화해가는데... 그거 적응하기도 힘듭니다.

세상은 늘 변화하니 사람 머릿속도 하는 짓거리도 따라 변화해가고 진화발전해야???? 하지 않겠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