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이제 군불이 그리워질...

산골통신 2010. 8. 16. 14:20

 거참 절기는 어느 누구도 속일 수 없고 피해갈 수 없네요.

아침 저녁 등짝이 서늘해져서 저 멀리 내팽겨쳐진 이불을 끌어당기느라 안간힘을 한다죠. 잠결에...

그걸 서로 무심결에 한다고 생각해봐요.  이넘들이 이불을 안 주고 칭칭 감고 자고 있네요.

어느날 새벽에 추워 눈이 절로 떠져 주위를 살펴보면 웬일로 꼬맹이가 이불을 다 뺏기고 옹그리고 자고 있네요.

에고~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와...  이불을 덮어주니 서서히... 팔 다리를 편안하게 펴고 잡니다.

추웠던가 봐요.

 

여름내 방치해뒀던 아궁이를 손봐야 합니다.  가끔 쓰레기를 태우며 습기제거도 해주긴 했는데...

이 푹푹찌는 유례없는 여름날에 불앞에 있는건 고문이죠... 네에...

아무리 불장난이 좋다 해도 말이죠~

 

 빗자루로 쓱쓱 먼지를 털어내고 양철을 걷어냅니다.

그간 쌓여있던 아궁이 재는 오이 가지 거름으로 요긴하게 쓰여졌더랬죠.

 이짝 아궁이에는 까마중 풀들이 쳐들어와  자라고 있었어요. 얼씨구나 그간 자랐었나봐요.

콩대궁들도 여름내 다 삭아 뭉그러져있었고요.  올 겨우내 저거 다 때없애야죠.

 뚜껑만 남아있는 가마솥?   쓸모는 없지만 그래도 아궁이 덮개용으로 쓰고 있어요.

전에 있던 가마솥은 혼자 사는 홀애비가 자기꺼라고 훌렁 아궁이를 깨부수고  뜯어가버리는 바람에

그냥 줬더래요. 그래서 이웃집 꺼를 헌거 새로 었었었는데  그나마 나중엔 소죽쑨다고 이웃이 달라고 하는 바람에

여엉 쓸모도 없이 크고 해서 줘버렸어요. 가마솥 관리하기가 여엉 어려워요. 구찮고. 쓸데도 옛날같이 없고말이죠.

금새 녹슬고 깨지고... 쥔을 잘 만나야 하는가봐요. 할매한테 메주콩 삶는 가마솥이 있으니까 까짓 됐어요.

 이넘들이 개발새발 부지깽이로 낙서를 해놨죠. 아궁이 위 벽 그득 해놨어요.

누구 바보~ 이런건 왜 예나 지금이나 다 써대는거죠?

이제 슬슬 아궁이 불때기 시작하면 또 써댈꺼예요. 보나안보나 뻔해요. 

 저 툇마루에 누워있으면 세상 좋아요.  겨울엔 햇살이 따듯하게 들어와서 좋고

여름엔 그늘져서 좋고.

헌데 올 여름엔 아침저녁 외엔 얼씬도 못했더라죠. 머 이런 여름이 다 있더래요~~~

그래도 올여름엔 그런대로 비가 잦아서 비오는 날 오두마니 앉아 청승 떨고 있으면 기맥히죠~~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앞마당이죠.  제법 울창해져서 그럭저럭 봐줄만해요.

이제 더 세월이 지나 나무나이가 많아지면  오롯이 숲속에 들앉은 기분이 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