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겨울농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겨울 황량한 빈밭에.... 경운기가 딸딸딸딸~~ 요란하게 서있다.
정작 사람은 어데갔는지 뵈지도 않고...
한나절 경운기는 그렇게 딸딸거리다가 저녁에야 집으로 돌아갔으려나...
왜일까?
농사꾼한테 경운기가 아직까지는 요지부동 만만한 필수품이다.
관리기 부착하여 논밭 가는데 쓰고, 약치는 데도 쓰고 짐 운반용으로 쓰기도 딱이고~
논두렁 밭두렁 길 험한 곳이라도 어지간하면 갈 수 있고
요는 요 어지간하면!!! 요 말인데...
경운기는 위험하다. 힘좋은 장정도 아차하면 다칠 경우가 있다.
전에 울 논에 나락푸대 실러 경운기가 들어왔는데~ 오르막 논둑을 못 치고 올라가
애묵은 적이 있었다. 그때 지나던 이웃 오래비가 올라타서 기술좋게 끌어올린 적이 있었는데...
시골 경운기라고 함부로 쉽게 봤다간 큰 코 다친단 말다.
물론 여자도 경운기 몰 수 있다. 허나 순발력 뛰어나고 힘 좋은 여자 아니면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
오래 전에 할매가 경운기 팔십만냥짜리 작은거 사다가 몰아본 적이 있었는데~
모다 경운기 쉽다고... 아무나 몰 수 있다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설레발들을 치는 바람에
과감하게 사셨단다.
그 경운기? 딱 한번 몰아보시고~ 그즉시 밭고랑에 쳐박은 다음~ 도로 산 곳으로 갖다 버렸단다.
그 다음부턴 경운기 말씀 절대 안 하신다.
비가 와서 땅이 질퍽거릴때 눈이 슬쩍 녹아서 땅이 미끄러울때
경운기는 절대 오르막엔 못 올라간다.
지난 겨울에 하도 눈비가 많이 와서 이 산골사람들 밭에 거름 못 냈다.
당췌 올라갈 수가 있어야지.
일 욕심 많고 힘좋기로 유명한 삼거리 아재도 겨울내내... 경운기 놀렸다면 말 다 했지비~~
겁이 나서 못 올라간다고... 해서 올겨울내내 일 할 기회를 놓쳤다고.
뭐 평지라면 얘기가 다르지만서도... 허지만 울 나라 농촌 대부분이 어데 평지가 있을라고?
우리는 지난 겨울에 운좋게 기맥히게 일할 날을 잘 잡아 거름을 냈다.
비가 오고 난 뒤.. 다시 비가 오기 전 그 사이... 그 막간에... 일을 후딱
번갯불에 콩꿔먹듯이 해치웠다.
아마 그때가 대보름이었었지. 다른 사람들 윳놀이하느라고 정신없을때~ ㅎㅎㅎ
대보름 전날에도 비가 왔고~ 대보름 당일엔 비 안 왔고~ 그 다음날 또 비왔었지비~~~
하여간에~ 농촌엔 경운기같은 농기계가 필수품이긴 한데...
농사철 외엔 쓰임새가 적다는 거지비...
소가 많이 있어서 매일 소똥을 쳐내야 한다던가.. 머 그런다면 얘기가 다르지만서도~
어데 소를 많이 키워야 말이지. 소 한두 마리 갖고 경운기 트렉터 노상 들이댈 순 없자노. 기름값도 생각해야지비.
그럴땐 그냥 외발손수레 몇번 왔다리갔다리하면 되지.
봄철 논 갈때 밭 갈때 약 칠때 짚단 나를때 거름내고 짐 나를때 외엔.
일 없는 경운기 놀아야 한다.
그냥 세워놓는다고. 주구장창.
그러니 녹슬지...
농한기 끝나고 다시 경운기 딸딸거리고 몰려고 시동걸어보면 하여간 뭐가 고장나도 고장나있다나 어쨌다나~
해서 고장나지 말라고... 한겨울 빈 밭에... 딸딸 소리가 요란하던 말던 그냥 세워놓는다나...
뭐 그렇다고. 필요하면 갖다 쓰라고 우리보고 그러더라...
트렉터가 좋다고 덤벙 사면 클난다.
트렉터가 쓰임새가 어데 있냐면~ 봄에 논 갈고 삶고 밭 갈때 외엔 어따가 써먹냐고요..
논 가는 건 봄 한번 뿐이고 밭 가는 것도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딱 두번이고.
바가지에 짐 나르는 거? 그건 다른 걸로도 할 수 있공~
비료뿌리는 거? 그거 탈부착시키기가 얼매나 어려운데~ 비싸기도 하고.
뭐 그 외엔 얘도 주구장창 헛간에 서 있어야 하는 신세란 거지.
또 일할라 치면 베아링인지 뭐신지 고장나기도 하고...
산골짝이니까 포크레인이 필요하다고 작은거 있으면 좋겠다 싶지만
그거 일년에 한번 쓸까말까인데????
일년내내 폼잡으라고 세워놓을 일은 없지비...
또 약치는 기계... 에스에스기라고 있다.
탈부착 운반용 짐칸도 달려있고해서 쓰임새가 많지마는...
과수원 규모가 크지 않는한 그넘도 필요없다.
그냥 경운기에 약통 싣고 치는 거이 훨 낫다.
논농사 많이 짓는 집은 이앙기도 필요한데~
이앙기는 모내기철 딱 한번 쓴다. 그러곤 내내... 헛간에 쳐박혀있다.
나락베는 콤바인은 마을마다 쌀농사 많이 짓는 집에는 있기마련이니까 그집에다 부탁하면 해줄끼고~
그러니 필요없고... 뭐 그집에도 가을철 딱 한철 바쁘게 쓰고
헛간에 모셔뒀던걸... 고장도 잘 나고... 퍽하면 진창에 빠져서 포크레인이 와서 빼내던걸~
모든 농기계가 일철에 딱 한두 번 쓰고 나머지 세월들은 헛간에서 죽여야하니...
그게 문제다.
해서 면에서 농기계빌려주는 제도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는데...
이것도 문제인거이... 빌려쓰는 이들이 몽땅 한철에 와르르... 몰린다는 거이지..
오늘 내도 써야하고 니도 써야하고~ 오늘만 필요하지 내일은 필요없다는 거이지...
농기계값이 비싼건 수천만원해요. 만만찮아요.
중고사면 싸서 좋겠지만~ 고장나서 고치러댕기는거이 일일꺼요.
새거 사도 해마다 고치느라 볼일 못 보는디...
저기 이웃 하나가 농사규모를 키우고 또 키우다가 농기계도 종류마다 다 사제끼다가...
결국엔 다 털고 빚만 잔뜩 지고 도시로 이사갔더래여... 아마 맞벌이 한다지?
이 농사 저 농사 다 손대보다가 도저히 안 되어 그랬을껴...
전에 내보고 그집 아지매가 그러더라고.. 울집 농기계 값(부채)만 2억 가깝다고...
되도록이면 농기계 사지 말고 빌려쓰라고...
울집에도 애물단지 농기계 몇넘 있다.
하지만 없으면 무척 아쉽지...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해야하고...
내것 없으면 일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 장만했다간 안돼지요.
이웃하고 잘 사귀어서 상부상조해가며 사는거이 젤루 좋지요.
농사량이 고만고만한 경우는
튼튼한 관리기 하나 하고 경운기 하나만 있으면 그럭저럭 어지간한 농사 다 지을 수 있음이야요.
트렉터와 이앙기 콤바인 포크레인 등등 덩치 큰 기계가 필요하면 이웃보고 해달라고 하고요~~
비닐피복기 골따는 기계도 있으면 좋겠지만~ 뭐 없어도 큰일날건 없다고라~ ㅎㅎㅎ
농기계 빌려쓰는 값이 수월찮지만 그래도 농사규모가 제법 이렇다할 정도로 크지않는한
사지 않는 것이 좋다 싶다.
어쨌든
없는 농기계 빌려쓰려면 동네사람들하고 안면 좋게 터야 하고
서로서로 좋게좋게 지내야 하는건 필수!!!
그래야 서럽지 않우...
뭐든 없으면 내만 손해고 서럽쥬...
그 없는걸 메꾸려면 간 쓸개 때론 없다... 생각해야 할 때도 가끔가다 있다쥬...
갑자기 경운기 야그하다 줄줄이 수다가 늘어졌다. 맨날 이렇다.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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