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번갯불에 콩을 볶자~

산골통신 2025. 6. 11. 19:56

손님들 10분이 들이닥쳤다.
온다는 연락을 어제 받았다.
일정 조율한다고 듣긴 했는데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주말 그리고 다음주엔 비소식이 있으니 당겨서 다녀간다고…

오늘 당일치기로 나무꾼 일터 식구들 10분 다녀갔다.
오는 김에 매실도 따고~
날이 뜨겁긴 한데 마당에서 불피워 고기 궈먹자 했으니 준비를 해야했다.
평소대로 탁자를 놓고보니 땡볕이라… 파라솔은 그늘이 작고..
둘러보다가 자귀나무 그늘로 탁자를 옮기고 화로만 그대로 두었다.
다행히 바람이 불어주고 습하지 않아서 그런대로 쾌적하게 기분좋게 마당에서 놀았네.

불 앞에서 고기구워야 할 사람을 배려하여 큰
우산 하나 갖다놓고~

겨울과 다르게 저 불 열기가 대단하더라…
얼른 굽고 치웠다.
숯불구이보다 솥뚜껑 삼겹살이 더 인기였다.

사람들 도착 10분 전에 세팅 완료!
자귀나무 그늘이 이리 도움이 되다니…
의자가 모자라 보조의자까지 총동원~

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과 장애우들이어서 오붓하게 둘러앉아 맛나게 먹고 웃고 놀다 가셨다.
걸음이 불편하셔서 상당에 가고싶어도 못 가실거 같아 나무꾼보고 운반차에 타고 가시게 하라고 권했다. 경운기 타는거하고 같으니까~
그렇게 편하게 타시고 상당 산밭도 둘러보고 매실도 따보시고 등등 재미나게 보내셨다.

마당 탁자에 세팅 전 차리다가 찍은 것~
그 뒤로는 분주해서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다.
그냥 집밥으로 있는 것으로만 차렸다.
이 산골에서 시장까지 봐가며 손님상 차리다간 거덜나거든…
고기하고 막걸리만 나무꾼이 조달해왔다.
그래도 도토리묵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어젯밤 부랴부랴 한솥 쑤어놓고
오늘 식전부터 텃밭 한 바퀴 돌면서 쌈채소랑 고추 오이 깻잎 등등 따오고
곰취 데쳐놓고 그게 다다…

이 산골짝에 뭐 볼게 있다고 그리들 오시는지 모르겠으나 다들 좋았다고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며 가셨다.
쌀방아찧어 조금씩 드리고 매실액기스 한 병씩 담아드리고 오늘 딴 매실 한 자루씩 실어드리고~
텃밭의 채소들은 다음을 기약하고…
마치 친정에 다녀간듯 하다 하시네.
울집에 다녀간 사람들의 공통 표현이다.

재작년부터 산녀 건강에 이상이 생긴 뒤로 손님초대를 금지했으나
이번 오신 분들은 몇년을 벼르다 오신 분들이고 나무꾼 일터 식구들이라 거절하기 어려웠다.
확실히 힘들더라… 이젠…
상차림 준비 다 해놓고 잠시 쉬고 매실 따러 상당에 올려보낸 뒤에 또 널브러지고…
그렇게 짬짬이 쉬지 않았으면 몸살이 났을듯…
왜 이렇게 일을 좀 무리하게 하면 등이 아픈지 모르겠다.
정형외과에서는 이상이 없다하는데…

그래도 오늘 잘 지나갔다.
햇살은 뜨거웠어도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줘서 나무 그늘에 앉아있으니 그저 좋더라!
비록 번갯불에 콩볶듯 손님을 치렀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 만나는 일은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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