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 비오고 멈췄다.
이 골짝은 늘 그러하다.
주구장창 비오고 그런 건 드물더라고...
뭐 올땐 오지만서도...
밤새 뭔 사단 안 났는가 싶어 한 바퀴 돌았다.
닭집 울타리 문앞에 흙이 쓸려내려와 문이 안 열리길래 호미 가져다 긁어내고
병아리 한 마리가 밤새 못 들어갔던지 닭집 문앞에 얼쩡거리길래 문을 열어주고... 그 비를 다 맞았을텐데 어찌 비를 잘 피해있었으려나...
저놈 걱정일세~
감자는 비오기 전 아주 잘 캤다!!! 타이밍 굿!
옥수수는 이제 수염이 말라가고 알이 통통해진다. 올해는 옥수수 좀 얻어먹겠는걸...
열무랑 얼가리배추가 비맞은 뒤 쑥쑥 하루만에 달라지더라.
한 소쿠리 뽑아다 다듬어 소금뿌려놨다.
들깨싹들도 튼실하게 자라고 있고
이웃들이 오며가며 침 발라놓드만~
올해 가물어 싹이 잘 안 났다고 집집마다 다 그러하다고...
이거갖고 몇집 나눠하자고...
좋지!!!
그동안 받기만 했는데 내도 나눠줄 게 생기니 억수로 기분 좋더라~
고수가 씨알이 여물어가면서 무거웠는지 이번 비에 와르르 자빠졌다.
그걸 일일이 묶어서 세워두고
접시꽃도 큰 키를 어쩌지 못해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사방 흔들거리기에 끈을 가져다 묶어줬다.
산밭에 올라가보니 연못 물은 그다지 더 불어나지 않았는데
독사 한 마리 유유히 헤엄치고 댕기더만~
저거 못 나와서 저러고 있는 건가? 설마~
놀갱이들이 기어이 부레옥잠 작살내고 다 뜯어처묵었다.
하나도 안 남겨놨네그랴~
갸들 헤엄 잘 치나벼~
작은 수초들도 얼마 안 남은 걸 봐서는 그것도 갸들이 먹은듯하고
연꽃 두 포기 심은 것도 뜯어묵은 듯... ㅠㅠ
뿌리채 물 위에 둥둥... ㅠㅠㅠ
고추들은 그럭저럭 괜찮고...
둘쑥날쑥 키들이 지들 멋대로지만 뭐 쥔장 꼬라지가 그러니 별 수 있나 ㅎㅎ
매실은 내일 따러 올라올 거다.
아주 딱 잘 익었다! 더 두면 물러지니까 어여 따야한다.
닭집 병아리들이 하나 둘 죽어나간다.
깨어났을때 예방주사나 약을 먹이면 된다는데 그것 좀 공부를 해야겠다.
세 마리를 호박덩굴 옆에 묻어줬다.
두 마리 암탉이 알을 품으려고 기를 쓰고
알을 뺏는 산녀 손등을 막 쪼아대는데 그래도 뺏아버렸다.
한 번이라도 알둥지 냅두고 나가버리는 암탉한테는 알을 품게 하면 안 되거등~
봉숙이는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할매집으로 이사갔다.
아주 지집인 것처럼 자알 산다.
산녀네 집에는 늘 먹을 밥이 있으니 새끼들 데리고 밥 먹으러 다녀가고...
이 일대 들냥이들을 쟈들이 다 쫒은 듯~
아니면... 마을 어느 집에서 쥐약을 놓았던가...
몇 마리 눈에 안 띄는 걸 봐서는... 모를 일이다...
산골냥이들이라고 수명을 다 하고 사는 것 같지는 않더라...
어디나 삶은 팍팍한가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