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미친 독종들...

산골통신 2018. 6. 23. 13:15

한국 농촌의 일 하는 시계는 철마다 다르다.


오늘 산골사람들 놀러갔다. 관광버스 한 대 대절해갖고~ 남해로

산녀도 가려했는데~ 이역만리 부록 하나가 돌아와 껌딱지처럼 붙어있어 안 갔다!


사실 어디 가는 거 별로 안 좋아라한다. 구차니즘이 연속 발동하야~ 그냥 규칙적인 산골삶이 지금은 좋거든...

산녀 사주에~ 해외가서 산다는 그것도 말년에... 그런 게 있댜... 믿거나 말거나...

환갑되면 그런 운이 들어온다나...

그때가면 막 돌아댕긴댜...


흠... 그때가서 내 로망인 도보여행이 이뤄질라나...  모르지...

지금은 딱 싫으니께~ 어데 가는게!!!


농촌의 여름엔 주로 새벽으로 해가 없을때 햇살이 덜 뜨거울때 해야한다.

안 그러면 통닭구이 되기 그저 그만이지~


새벽으로 잠깐 후딱 일 하고 해거름에 마무리 하고 뭐 그러고 살면서

대낮엔 시원한 곳 골라가며 션한 수박 깨묵고 그래야 하는데~


도시 사람들 오면 그게 깨져버린다.

전날 늦게까지 두주불사 술을 푸고

담날 늦게까지 퍼자다가...

대낮에!!! 그것도 오뉴월 땡볕에 엉금엉금 겨나온다.

늦은 아점을 먹고 일 하자고 수건 둘러매고 나오는데 기절을 하것어~~


산녀는 이미 새벽 식전일을 한지라 지금부터는 쉬어야 하는데 말이지...

어쩌것어~ 같이 보조를 맞추어 일을 하지.

그러면 녹초가 되어버려...

하루종일 일을 한 게 되어버려...

죽을 맛이여...

그러고 다시 술을 시작혀...

징한 인간들~


이웃에서 그 꼬라지를 보고 독종이라 했단다~

자기네들은 절대 안 하는 오뉴월 땡볕에서 땀 뻘뻘 흘리며 숨 헐떡이며 일을 한다고...


내일하고 모레..

그 지랄을 또 해야한다.

어찌 도망을 가 볼까 궁리를 해보지만... 불가항력일게야...


다음주 장마가 온다하니..

도시장정들 왔을 때 일을 막 해치워야 하거등...


감자 캐야하고

매실 따서 주문량 박스작업해서 부쳐야 하고

들깨모종 부어놨으니 들깨 심을 밭 장만해야하고

여기저기 풀 김메기 해줘야 하고


닭집에 들냥이 한 마리 어찌 들어갔는지 미스테리지만...

들어가서 못 나오고 병아리들만 작살내고 있더라...

그걸 다행히 발견해서 붙잡아 냅다 울타리 밖으로 던져버렸네~

풀밭에 떨어졌는지 냉큼 일어나 후다다 튀어가는 걸 봤는데...

그놈 울집에서 새끼 적부터 밥 얻어묵으러 오던 놈이었어...


이놈! 큰 병아리 한 마리 어린 병아리 한 마리 죽여놨구만~

닭들은 난리가 났고...

겨우 진정을 시켜 정리를 해주고...

닭집을 두루두루 살펴봤지만 어케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네...

닭집 안에는 그렇다쳐도 병아리육아실엔 철통같이 막아놨는데 어찌 들어갔누... 쥐도 못 들어가는데...


네 마리 예비 엄마닭이 알을 품고 있고 그 중 한 마리 엄마닭이 그제 알을 깠다. 네 마리? 다섯 마리? 이따 가서 다시 세어 봐야지.

한 달 두 달된 병아리들은 벌써 엄마닭으로부터 독립해서 지들끼리 뭉쳐다닌다.

풀밭으로 나무 밑으로 종횡무진 겁대가리 없이 쏘댕긴다.


요즘 콩 모종하는 철이다.

옛 어른들한테 듣기론 콩 심기는 감꽃 떨어질 무렵이라 했는데

요즘 아지매들은 육이오에 콩 심는댜...

아마도 콩을 그 자체로 심는 건 감꽃 떨어질 무렵이고~

모종을 내서 심는 건 요 무렵이란 얘기겠지?

가뭄에 콩나듯 한다고 다들 모종을 키워서 심는데

노루란 놈이 토끼란 놈이 와서 잎을 따묵는 바람에 집집마다 마당 그득 콩 모종을 여분으로 많이 많이 부어놓고 보충시키려고 대기 중이다.


들깨씨를 뿌려 차양막을 덮어 싹나기만 기다렸는데~ 싹이 한 개도 안 났어...

풀싹만 열심히 물 줘가며 키운 꼴이 된 거였어...

하도 기맥혀 이웃집 아지매 만났을 때 하소연을 막막 했더니

들깨씨앗을 한 사발 주더라고~ 자기네도 싹이 드문드문 징글맞게 안 났다고...

우리보고 뿌리고 싹이 잘 나면 좀 나눠달라 하시대~

그래 그 사발째 들고 와서 망할 풀싹들 싹 밀어버리고 다시 들깨씨를 들이붓고 이번엔 부직포를 덮어버렸지!!!


이틀 부직포를 덮어놓고 물을 주고

사흘 차양막으로 갈아 덮고 물을 주고...

그제 저녁에 차양막을 들어보니 싹이 우와와~~~ 100퍼센트 난 거야!!!

이거 대박!!!


부지런히 차양막을 거두고 물 호스를 들이대 물을 푹푹 줬지!

담날 아침에 가보니 아이구 이뻐라...

맞어! 이게 들깨싹이지~ 어찌 그리 풀싹한테 깜빡 속은겨~~ 세상에... 이 대갈통아!!!


두 집 나눠 심어도 넉넉하겠어~ 


근데!!!

문제가 좀 있지비....

우리 들깨밭 용도로 쓸 밭이 없네...

큰 밭 두 개를 더덕이랑 호박이랑 대거 심어놔갖고...

또 하나는 달구새끼들 놀라고 울타리쳐서 닭운동장으로 만들어버렸고...


감자캐면 무 심어야 하고

고추는 일년짜리고~

배추밭도 남겨놔야하고~

텃밭엔 식구들이 넘쳐나서 안 되고....

우짜지?


이렇게 대책없이 일을 한다니께...

뭐 사실은 여기저기 빈 곳에 들깨 모종할 예정이었던지라 들깨씨를 조금만 뿌렸었거등...

그게 이웃 아지매가 준 들깨씨 한 사발을 다 뿌리고 다 싹이 튼 바람에 이 난리가 난거지 뭐~


자아.. 대책을 세웁시다~~


동네 트렉터 하나 빌려다가~ 밭을 맹글라고 해야것다!

도시장정 오걸랑~ 그 일이나 하라고 해야겠네!

밭이야 뭐... 놀고 있는 거 많으니께~ 문제는 밭꼬라지를 다시금 만들어야 한다는 크나큰 문제가 있어 글치...

밭일을 안 늘리려고 다 묵혀서 글치...


천여 평 뒷골밭 위 아래 두 군데만 갈아엎어서 저 들깨모종을 꽂아놓자!

필히! 비 오는 날!!!

등짝에 장대 비 처맞으며!!!

그래야 들깨는 잘 산다!


장마가 온다하니...

맘이 좀 조급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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