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열기가 들어온다.
저 뜨거운 햇살 아래 나가야하는데 무섭다.
벌써 이러면 어쩌지?!
다행히 오늘 망종이라...
그다지 할 일이 급하지 않다는 거...
밭둑이며 매실밭에 풀들은 기세등등 난리지만 그건 기계의 힘을 빌어야하니
내 소관 아님에 얼마나 가심을 쓸어내리는지 ㅎㅎ
장정들에겐 미안치만 내는 기계치라... 도울 수 없소!
다만 새참이랑 술이랑 밥은 해주것으...
아침 닭집 모이 주고 문 열어주고
각 모종판에 물 주고
후딱 겨들어와 해가 서산에 들어붙을 때까지 안 나갔다!!!
저 햇살 아래 일 하는 사람은 더위를 안 타거나 아님 겁을 상실한 사람이여...
해가 어지간히 누그러진 뒤에야
챙 넓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수건 두르고 나섰다.
고수 모종판 두 개...
저걸 어따가든 꽂아놔야지 이젠 저 모종판이 좁아 미어터져 안되여...
텃밭에 마늘 조금 심어둔 곳 마늘을 캐고 빈 자리 호미로 긁적여
고수 한 판 심고
언덕밭 참나물 고랑 끄트머리 좀 비길래 거기 한 판 꽂아놨다.
물 조랭이에 물 영차 담아들고 가서 푹 주고 내려왔다.
방풍 참나물 아욱 두메부추 등등이 자라는 언덕밭에는 어지간히 풀을 잡았다.
망초랑 명아주 강아지풀 도깨비풀만 서너 줌 주워내줬다.
이웃밭 컨닝하던 중 부직포나 차광망으로 덮어놓은 걸 발견...
저기 뭐꼬?!
파씨도 아니고
양파씨 뿌릴 때도 아니고...
한 며칠 덮어져있던 곳이 벗겨져있길래 냉큼 딜다보니
아하!!! 들깨다!!!
벌써 들깨모종을 내는구나... 왜 이리 빠르지...
너무 빨라...
서둘러 작년에 받아놓은 뜰깨씨앗 봉지를 찾아내 들고
밭 장만 하러 간다.
어따 모종밭을 만들지...
아이구... 모종 키우면 뭐하냐... 들깨밭 어따 만들겨...
참내... 머리 긁적긁적...
들기름은 먹어야하겠고... 들깨심어먹을 밭은 없고...
뭐 없는 게 아니라 밭을 안 만들고 묵혀놔서 글치 뭐...
뭐 밭이야 그때가서 트렉터로 쓱쓱 하면 되는 세상이니까
일단 모종이나 키워놓자!!!
예전엔 들깨씨 뿌리고 그냥 갈퀴로 긁적여 놓기만 해도 싹이 잘 났는데
이젠 그리하면 새 모이 주는 거라네~
새들이 홀라당 파묵는댜...
짚으로 덮던가 차광망 또는 부직포로 한 사나흘 덮어놔야한대.
매일 딜다보고 싹이 올라올 무렾 걷어줘야한대.
해서 대파 모종할 예정이었던 빈 밭에 갑자기 들깨모종 키우게 생겼다.
뭐 들깨야 금방 크고 밭을 비워주니까~
파 모종이 클 때까지 빌려씁시다~ ㅎㅎ
들깨씨를 훌훌 뿌리고 갈퀴로 긁적긁적 고루 흙이 덮이게 한 뒤
차광막을 가져다 덮고
물 조랭이로 물을 가볍게 푹 줬다.
근데 아까 가보니 새들이 그새 차광막 사이로 쪼아내 들깨알 까먹은 흔적이 여기저기 ㅠㅠ
참 이놈들~
부직포를 덮어야 할래나...
내일 아침에는 그리 해야겠네~
이거 원 새들 등쌀에 뭐 해묵겠나...
조금만 먹으면 뉘 머라냐...
다 묵으니 글치...
봉숙이는 새끼들 데리고 또 딴데로 이사갔나...
어제는 있더니 오늘은 없네...
닭집엔 알을 품으려는 닭이 두 마리 들앉아있는데
좀만 건드려도 뛰쳐나가...
이놈들은 안 되겠네~
매번 알을 빼앗았다.
저리 진득하니 알을 안 품고 금새 알을 포기하고 나가는 닭은
부화율이 좋지 못하다.
언제라도 알을 내팽개치고 뛰쳐나가니까...
애초에 알을 빼앗고 더는 못 품게 해야한다.
엄마 되는 게 쉬운 줄 아니... 너...
저녁 8시만 되면 태양광등에 불이 짠 들어온다.
나무꾼의 태양광등 사랑은 여전하다.
마당 구석에 두 개 박아놓으니 뭐 괜찮네...
내일은 달래밭에 풀 뽑고
쑥갓밭에 풀 주워내고
뭐 그런 것만 하자...
그러다가 예기치않게 다른 일들이 막 나서더라도...
사는게 글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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