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덥네...

산골통신 2018. 6. 6. 21:35

 

 

훅~ 열기가 들어온다.

저 뜨거운 햇살 아래 나가야하는데 무섭다.

벌써 이러면 어쩌지?!

 

다행히 오늘 망종이라...

그다지 할 일이 급하지 않다는 거...

 

밭둑이며 매실밭에 풀들은 기세등등 난리지만 그건 기계의 힘을 빌어야하니

내 소관 아님에 얼마나 가심을 쓸어내리는지 ㅎㅎ

장정들에겐 미안치만 내는 기계치라... 도울 수 없소!

다만 새참이랑 술이랑 밥은 해주것으...

 

아침 닭집 모이 주고 문 열어주고

각 모종판에 물 주고

후딱 겨들어와 해가 서산에 들어붙을 때까지 안 나갔다!!!

저 햇살 아래 일 하는 사람은 더위를 안 타거나 아님 겁을 상실한 사람이여...

 

해가 어지간히 누그러진 뒤에야

챙 넓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수건 두르고 나섰다.

고수 모종판 두 개...

저걸 어따가든 꽂아놔야지 이젠 저 모종판이 좁아 미어터져 안되여...

텃밭에 마늘 조금 심어둔 곳 마늘을 캐고 빈 자리 호미로 긁적여

고수 한 판 심고

언덕밭 참나물 고랑 끄트머리 좀 비길래 거기 한 판 꽂아놨다.

물 조랭이에 물 영차 담아들고 가서 푹 주고 내려왔다.

방풍 참나물 아욱 두메부추 등등이 자라는 언덕밭에는 어지간히 풀을 잡았다.

망초랑 명아주 강아지풀 도깨비풀만 서너 줌 주워내줬다.

 

이웃밭 컨닝하던 중 부직포나 차광망으로 덮어놓은 걸 발견...

저기 뭐꼬?!

파씨도 아니고

양파씨 뿌릴 때도 아니고...

한 며칠 덮어져있던 곳이 벗겨져있길래 냉큼 딜다보니

아하!!! 들깨다!!!

 

벌써 들깨모종을 내는구나... 왜 이리 빠르지...

너무 빨라...

 

서둘러 작년에 받아놓은 뜰깨씨앗 봉지를 찾아내 들고

밭 장만 하러 간다.

어따 모종밭을 만들지...

 

아이구... 모종 키우면 뭐하냐... 들깨밭 어따 만들겨...

참내... 머리 긁적긁적...

들기름은 먹어야하겠고... 들깨심어먹을 밭은 없고...

뭐 없는 게 아니라 밭을 안 만들고 묵혀놔서 글치 뭐...

 

뭐 밭이야 그때가서 트렉터로 쓱쓱 하면 되는 세상이니까

일단 모종이나 키워놓자!!!

 

예전엔 들깨씨 뿌리고 그냥 갈퀴로 긁적여 놓기만 해도 싹이 잘 났는데

이젠 그리하면 새 모이 주는 거라네~

새들이 홀라당 파묵는댜...

짚으로 덮던가 차광망 또는 부직포로 한 사나흘 덮어놔야한대.

매일 딜다보고 싹이 올라올 무렾 걷어줘야한대.

 

해서 대파 모종할 예정이었던 빈 밭에 갑자기 들깨모종 키우게 생겼다.

뭐 들깨야 금방 크고 밭을 비워주니까~

파 모종이 클 때까지 빌려씁시다~ ㅎㅎ

 

들깨씨를 훌훌 뿌리고 갈퀴로 긁적긁적 고루 흙이 덮이게 한 뒤

차광막을 가져다 덮고

물 조랭이로 물을 가볍게 푹 줬다.

 

근데 아까 가보니 새들이 그새 차광막 사이로 쪼아내 들깨알 까먹은 흔적이 여기저기 ㅠㅠ

참 이놈들~

부직포를 덮어야 할래나...

내일 아침에는 그리 해야겠네~

이거 원 새들 등쌀에 뭐 해묵겠나...

 

조금만 먹으면 뉘 머라냐...

다 묵으니 글치...

 

봉숙이는 새끼들 데리고 또 딴데로 이사갔나...

어제는 있더니 오늘은 없네...

 

닭집엔 알을 품으려는 닭이 두 마리 들앉아있는데

좀만 건드려도 뛰쳐나가...

이놈들은 안 되겠네~

매번 알을 빼앗았다.

저리 진득하니 알을 안 품고 금새 알을 포기하고 나가는 닭은

부화율이 좋지 못하다.

언제라도 알을 내팽개치고 뛰쳐나가니까...

애초에 알을 빼앗고 더는 못 품게 해야한다.

엄마 되는 게 쉬운 줄 아니... 너...

 

저녁 8시만 되면 태양광등에 불이 짠 들어온다.

나무꾼의 태양광등 사랑은 여전하다.

마당 구석에 두 개 박아놓으니 뭐 괜찮네...

 

내일은 달래밭에 풀 뽑고

쑥갓밭에 풀 주워내고

뭐 그런 것만 하자...

 

그러다가 예기치않게 다른 일들이 막 나서더라도...

사는게 글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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