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소꿉놀이...

산골통신 2018. 5. 16. 16:02

 

 

 

 

혼자 가만가만 몸움직여 하는 일은 마치 소꿉놀이같다.

 

주말께 도시장정들 와서 일하는 건 음...

그건 중노동...

 

이른 아침

비가 온듯 안 온듯...

오는 듯 안 오는 듯...

잔뜩 꾸무럭하니 흐린 날씨다.

 

음...

그럼 그간 미뤄놨던 씨앗들 뿌리자!

뿌린 뒤 비 곱게 오면 타이밍 지긴다!!!

 

열무 얼갈이배추 옥수수 쑥갓 씨앗 봉지를 담아들고

호미 하나 들고 밭으로 간다.

 

먼저 뿌린 열무는 지난 주 비에 싹이 잘 났다.

그 옆에 골을 그려 열무 씨앗을 더 뿌렸다.

이렇게 날 차이를 두고 뿌려야 다 먹고 나서 입맛 짭짭 안 다셔도 된다.

연이어 먹을 수 있게 열흘 간격이나 보름 간격을 두고 심으면 밥상에 나물 안 떨어진다.

 

얼갈이 배추를 골 그려 묻고 쑥갓 씨앗도 한 켠에 조금 뿌렸다.

쑥갓은 날 뜨거워지면 금새 꽃대 올라오니까 좀 일찍 뿌렸어야 했는데 늦었네...

 

곰취밭에는 좀 그늘이 져도 되지 싶어

남서향 방향으로 병풍 둘러치듯 옥수수알을 한 곳에 세 알씩 줄줄이 묻어뒀다.

 

아욱씨앗 봉지가 있길래 언덕밭 귀퉁이에 갈구치지 않을만치 심고

아욱은 해마다 그 자리에 씨가 떨어져 따로 안 심어도 얻어먹을 수 있는데

도시장정 하나가 아욱타령을 하길래 그만... 한 자리 잡아 뿌렸네~

나무꾼도 아욱된장국을 끓여줬더니 엄지 척! 을 하더라고...

하지만 아욱은 말이야~

그 씨앗 발아율이 좋아서 해마다 그 자리에 나거등...

산녀 눈엔 덩치 큰 잡초거등~

그래서 아주 한갓진 구석탱이에 뿌려두었다!!!

 

나물 씨앗을 다 심고나니

할매집 마당 담장가가 여엉 눈에 거슬리는 기라...

나무들 대여섯 그루가 심어져 있긴 한데

그 사이에 오만잡 풀들이 뒤덮여...

 

오며가며 오만상을 써가며 저거 해결할 궁리를 하다가

에라이~ 풀밖에 안 나고 아무도 안 뽑아주고 말이지..

저기도 꽃이나 갖다 심자!!!

주로 덩치 큰 애들로만!!!

 

분꽃 요놈이 한 자리 차지하지~ 막 갖다 심었다!

풍접초 족두리꽃 두 줄로 줄줄이 갖다 묻고

꽃백일홍 한 줄 묻고

코스모스 대량으로 갖다 여기저기 막 꽂아버렸다!!!

 

그 바람에 며칠 전 심은 들깨모종들 구석탱이로 밀려나는 사태가...

 

저 가운데 자리에 어마무시하게 덩치 큰 칸나가 곧 싹이 틀 거여!!!

이제나 저제나 싹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왜 이리 늦노~

 

조선낫으로 뿌리챠 긁어 걷어낸 잡풀 무더기들은 나무 밑으로 던져 무져두고

갈퀴로 싹싹 긁어내니 이제야 좀 말끔해지네...

 

내 손이 내 딸이다!

 

삼복더위 때처럼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늦은 점심을 해먹는다.

텃밭에서 갖은 쌈채소 나물들 되는대로 뜯어와

살짝 겉절이해서 보리밥에 비벼먹는다.

 

사람 사는 거 별거인가...

 

오늘 하루도 밥값 했으니

좀 쉬었다가

인형알바나 좀 해야지~

 

쉬는 참에 마당 방티연못 그제부터 피기 시작한 수련 구경이나 해야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고단했네~

 

망할 봉숙이년~

나물씨 묻어놓은 골에 볼일 보고 덮어놓는 구만~ 쯔비!!!

참 귀신같이 알아~

호미로 흙 부드럽게 긁어 부숴놓으면 어김없이 들냥이들 화장실 신세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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