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열 정없는 나날...

산골통신 2017. 10. 25. 10:58

 

 

 

전쟁을 하다보면 뭔가 안 풀리던가 아님 구찮던가 뭐 하여간에

소강상태라는 것이 있잖여...

태풍도 장마도 그런 기간이 있대매...

 

시방 나가 그런갑서~

 

가을이고 이젠 모든걸 정리하고 거둬들여야 해서 무쟈게 바쁜 시기인데

일이 눈 앞에 번히 보여도 몸과 맘이 움직여지지가 않아...

되려 나무꾼은 일 하자고 자꾸 끌고나가려하고...

 

어째 반대로 되가네...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해서 온통 마을이 하얗더라...

저 아래 냇가에 구름같은 안개띠가 형성이 되어 길게 길게 주욱 이어져있다.

물건너 마을에서 보자면 이 마을은 구름 속에 갇힌...

 

오늘 날이 따시겠네...

뜰아랫채 지붕 위가 허옇더라...

해 올라오면 금새 녹아 스러질 그런 서리다!!!

상강이 지나니 이래 날이 달라지네...

 

장화도 안 신고 털쓰레빠 질질 끌고 닭집 문 열어주러 간다.

오며가며 밭들을 둘러보지만 금새 흥미를 잃어버린다.

뭔 일이여 이게...

 

어제 붙잡으려다 놓친 중병아리 한 마리

저기 있구나.

두 발이 비닐끈에 걸려 종종거리며 뛰댕기길래 그거 좀 풀어주려했더니 죽겠다고 도망가...

어제 한차례 추격전을 하다가 냅뒀지...

 

지금 보니 잡을 수 있겠네...

냉큼 구석으로 몰아 잡았다.

 

뭔 발이 이 모냥이냐..

4발톱이 동글동글 뭉쳐져 마치 구슬을 매달고 있는 형국이여...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볼만했겠네~

이게 뭘까?

너 뭐를 이리 발가락마다 달고댕기냐?

끈이 발가락에 엉켜서 이리 된거냐

뭐냐?!

 

자세히 살펴보니 이거 닭똥이 뭉쳐진거네...

닭 발가락이 비닐끈에 걸려 걷지못하니 닭똥이 뭉쳐져서 발톱을 감싸고 감싸서

똥구슬이 되어 대롱대롱 매달린거여...

시상에나...

너 이러고 며칠을 살았냐 그래...

 

이놈을 붙잡고 샘가로 가서 비닐끈을 가위로 일일이 잘라주고

물에 발을 씻겨 그 똥구슬을 하나하나 떼주었다.

 

이거 딴딴해서 힘드네

이놈은 바들바들 떨고있고

이놈아 아직 너 안 잡아묵어!

한 입거리도 안 되는 놈이...

 

너 이거 떼줄테니까 더 자라고 있거라~

 

한참을 샘가에 쪼글치고 앉아 병아리 발가락 여덟개랑 씨름했다.

동글동글 똥구슬을 하나하나 떼어내니 연한 병아리 발톱이 드러나네...

얼마나 발톱이 고생을 했는지 피가 나더라구...

내 억신 손아귀에 잡혀 한참을 싱갱이 하던 병아리...

포기를 했는지 가만히 떨고 있더만...

 

발가락에서 똥구슬을 다 떼어내니 지도 좀 홀가분한지 발구락을 꼼지락대네...

그전엔 네 발을 쭉 뻗히고 아예 구부리지도 못하고 있더마는...

 

이놈을 데리고 이놈태어난 둥지 안에 넣어줬다!

펄쩍펄쩍 뛰어댕겨보더니 아직 발이 아픈지 주저앉네...

그랴 너 놀래기도 했지...

좀 거기서 쉬어라...

 

모이를 많이 챙겨주고 돌아서 나왔다.

 

닭들이 좀 많다.

장닭들 좀 잡아묵어야 하는데

엄두도 안 나고 구찮다.

 

이래저래 오전 시간 다 지나가고

오늘은 뭘 할꼬나...

 

어제 하던 일 마저 할까...

참취랑 방아 씨앗 받고

더덕씨도 골라 따고

뭐 그런 일이나 할까...

 

내년 농사일을 반으로 뚝 줄이겠다고 선언했는데

자꾸만 그래도 해야한다고 우기는 도시장정들 때문에

아무래도 농사파업 좀 해야겠다.

 

이제 마늘 양파 심을 철인데

그냥 사묵고 말자고

몰라라~

하고 있는 중!

 

사람이 살고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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