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모과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못생긴 모과는 무심유심하게 썩어간다.
모과나무를 심을 때 맘 다르고
딸 때 마음 다르더라...
까닭인즉슨...
모과는 통째로 쓰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
잘라야 하는데
그 일이 마치 사무라이 칼 놀리는 솜씨를 배워와야 한다는...
작두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무수히 하나...
투자대비 그 모과를 부록들이 먹어주느냐...
그건 또 아니라는 말이시...
작년에 손모가지 작살나도록 썰고 썰어서 말려둔 모과...
일년이 지나도록 다시금 모과써는 철이 돌아오도록
반에 반도 그 반의 반도 못 먹었더라 뭐 그런 야그...
그래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저 모과나무 열 그루는 다 우찌할꼬...
어젯밤 멧돼지란 녀석이 내려와 땅 파뒤집고 놀다가
모과를 한 개 깨물어묵어봤나벼...
오메 시구와라... 떫어라... 맛 없어라...
에 퇴퇴~ 뱉어낸 모냥이여 꼴이...
모과나무 밑이 노랗다...
달랑 두 자루 줏어다가 밥상 위에 네 개 올려두고 향이나 맡아보게~
나머진 이틀째 몰라라~ 하고 있다.
내 손모가지는 소중하단 말여... ㅠㅠㅠ
뭐 그건 글코...
산밭 올라가는 길이 올여름 지랄맞은 폭우에 다 쓸려내려가...
돌뼈다구만 남아있으...
그걸 어예 복구를 하노... 연구에 연구 궁리에 궁리를 해봐도
답이 안 나와...
내 땅이 아니니 시멘트를 들이부을 수도 없고
폭우피해 복구민원을 넣어볼래도 농로길이 아닌 작은 산길이라...
레미콘 한 차를 내돈들여 들이붓자니
땅쥔장 허락은 받는다 하더라도 오십만냥을 그 길에다 쏟아붓자니 거 참 거시기... 거시기가 거시기하야...
나무꾼이 드뎌 들고 일어났다!
이대로는 안됨!!! 삽들고 괭이들고 갑세!!!
초코파이 댓개 견과류봉지 댓개 싸들고 ㅎㅎㅎ
아침나절에 매실항아리 세 개 매실 건져놓고
후딱 올라갔다.
돌 한차 정도되는 무더기 쌓아놓은 걸 쌕쌕이에 싣고가서 패여나간 길에 들이붓고 채워넣어 길 모양을 만들었다.
돌이 좀 부족하네...
산길 여기저기 괭이로 돌을 파다가 또 한 차 맹글어서 들이부으니
그제사 사람이 댕길 수 있는 길이 되어간다.
여그에 모래를 갖다 붓느냐 아님 흙을 처붓느냐 고민을 억수로 하다가
매실밭 도랑가 흙이 쓸려내려와 묻힌 곳을 파기로...
도랑치고 가재잡는 식이지 뭐...
올 가을엔 비가 잦아 땅이 적당히 질어 삽질 하긴 뭐 좋네~
이 흙도 두 차를 퍼 실어날라 들이부어야했다...
오메~
날이 흐리고 선선해서 그나마 할 만했지 날 더웠으면 어데 도망갔을겨!!!
파헤쳐져 꼴 사나운 길에 돌을 처박고 흙을 끼얹어 발로 막 밟아제꼈다.
겉으론 길 모양새가 나오는데
이제 비 한 차례 오면 저 흙들이 돌 사이사이로 겨들어가줘야 할텐데...
폭우만 안 오면 어찌어찌 겨울 보내고 봄이 오면 괜찮을텐데...
여그다가 거적데기를 갖다 깔아볼까 궁리 중이다.
뭐 둘레길 같은데 멍석 같은거 길게 길게 깔아놓았더만...
그걸 이 산길 비탈에 깔면 어떨까...
더이상 흙이 안 쓸려내려가고
차도 오르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데 그거 비싸더만... 한 마끼 십만냥이여...
우린 일을 무씩하게 한다.
뭐 가진 거라곤 몸뚱아리밖에 없는지라...
두손 두발로 할 수 있는건 일단 하고본다.
정신없이 삽질 곡괭이질만 하느라 사진찍을 새 없었다...
해가 설핏...
점심을 아 글씨 견과류 두 봉지
초코파이 두 개
커피 드립?! 해서 마시고 또 삽질했으니...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을라 혀...
일하다보면 늘 이렇다니께...
서둘러 내려와 닭집 문닫고 알 여섯 개 꺼내오고
텃밭마트에 들러
상추랑 이것저것 쌈채소 뜯어다가 달걀후라이 참기름넣고
비빔밥 해묵었다.
이기 점심이여 저녁이여...
이집 쥔장 나와보소!
밥은 주고 일 시켜야 하는거 아녀?!
새참은 바래지도 않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뭐 덕분에 상추비빔밥 맛나게 먹었네~
아침에 거른 매실 항아리에서 나온 쪼글탱이 매실 깨물어먹어보니
새콤달콤쫄깃~
마치 곶감같아...
닭집에 갖다 부어주니 달구새끼들 쳐다만 보고 섰네그랴...
안 먹더라구...
세상에 닭이 안 먹는 것도 있었네...
쪼글탱이 매실들을 버리기 아까워 두 통 그득 큰 통에 담아놓고
밥묵을 때마다 몇 개씩 먹기로 했다.
맛있더라구...
근데 그 매실항아리...
작년 유월에 담은거여...
그해 가을에 걸렀어야 했는데 이 게글뱅이 둘이 까묵고 넘어가고 이자묵고 하는 바람에
헤를 묵혔어 ㅎㅎ
일년 하고도 석달열흘이 지나서 거른거여...
맛이 좋긴 하더만...
쩌 아래 돌담밭에 쪽파들은 적색갓씨앗이 쳐들어와 사이좋게 잘 자라고 있고
늦게 솎아먹을 용도로 뿌린 무우랑 배추들도 적당히 자라고 있고
들깨들은 도시장정이 다 베어다 마당에 널어놓았더라...
가을비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날...
춥도덥도 않은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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