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시레기 고추장 청국장까지 쉴사이 없이 매일매일 일에 파묻혀 동동거리다가
문득 일이 없다...
하아...
이런날도 있구나...
마냥 좋아서 아랫채 툇마루에 걸터앉아
따뜻한 햇살 받으며 차운 바람 코끝에 맞으며
한낮은 그냥 그렇게 보냈다...
가 아니고!
한참을 그리 앉았다가 좀이 쑤셔서리~~
그예 한시간도 못 참고 일어나 이런저런 자잘한 일거리를 찾아 하거나 만들어하거나 해서 하루해를 저물게 했지비...
뭐 그렇지... 내 그렇지...
동네 할매아지매 모이는 회관 가기는 거시기하고 동네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두루두루 친근감있게 앵기는 스탈도 아니고보이
천상 내혼자 지지고볶고 하루를 살아야하는데
일도 없어봐라...
닭집에 장닭과 암탉 성비가 심히 균형이 안 맞아
쟈들 허구헌날 씸박질 한다.
소위 서열싸움이라 하는건가본데
장닭들 벼슬이 성한 놈이 하나도 없더라!
토종닭들집은 작은 마구에 있고
이런저런 잡닭들 집은 큰마구에 있는데
한데 합치기도 글코...
합치면 병아리들이 잡동사니가 까나온단 말씨...
토종닭집에서 까나온 병아리들 중에 장닭이 일곱마리더라구 ㅠㅠ
두 마리만 냅두고 진즉 잡아묵었어야 했는데 제때 그리하질 못해서 이차저차 냅두다가
저놈들 서열싸움 치열하게 하는 꼬락서니까지 보고야말았느니...
다섯마리는 큰마구로 보내고
두마리중 한마리는 잡아묵을 요량으로 냅뒀었는데
이집 저집 투닥투닥 쌈질덕에 하도 시끄러워
들여다봤더니
큰마구 서열정리는 마무리가 되어가는지 질서가 잡혀보였는데
작은마구 장닭 두마리 중 한마리가 승기를 잡고 한마리를 아주 죽자고 쪼아대고 있더란 말씨...
이놈이 구석탱이에 찌그러져 대가리만 쑤셔박고 꼼짝도 못하더라구
모이도 물도 못 마시고
비실비실 맥도 못 추길래. 하도 불쌍해서 닭집 밖으로 탈출을 시켰더랬다.
차라리 밖에서 맘대로 자유롭게 살거라~~ 하고
그래 이놈이 기운을 차리고 겨울 텃밭에서 이것저것 나무새 쪼아먹고 왕겨더미 헤집고 놀더라구...
저놈 나중에 잡아묵을라면 애좀 묵겠구나...
뭐 그래도 사는 동안 편하게 살면 좋지 뭐...
이런 생각하며 하룻밤 보내고
그놈 잘있나... 싶기도 하고
물이 땡땡 얼어 물도 주고 모이도 주고 하려고 닭집엘 올라가보이 그놈 닭이 없넹?
얼래 이놈 어데갔대?!
한바퀴 돌아도 없어...
흐음... 저짝 들냥이 앉아있더만 그놈이 잡아묵었나 솔개가 와서 채갔나...
별생각 다 하며
닭집 물이랑 모이랑 챙겨주고 있는데
얼라리...
큰마구에 장닭이 뭐가 많다?!?!?!
자세히 보이 어제 그놈일세...
너 어예 들어왔니?
니집으로 안가고 왜 이집으로 왔니?
희한하네...
둘중 하나겠군!
지나가던 이웃이 밖에 돌아댕기는 놈을 보고 잡아서 넣어줬거나
이놈이 기를 쓰고 나도모를 틈새를 발견하여 껴들어갔거나...
뭐 잡아묵히진 않았으니 다행이다!
뭐 큰마구 네마리 장닭들이 못살게 굴기야 하겠지만 여긴 넓으니 피할데가 많으니까...
아쉬운대로 여그서 졸병으로 살려무나...
산골에 살다보면 가끔 마당이나 봉당에 뭔가가 던져져있는 경우가 있는데
며칠전엔 못보던 푸대가 하나 마당 한가운데 덩그라니...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이뭐꼬?!
살펴보이 나락찌끄래기들 쓸어담은것들...
아하!
희득이네 나락푸대 트럭으로 몇차 실어내더니만
다 실어내고 창고바닥 청소하셨구만~~
희득이네 할매가 버리긴 아깝고 닭은 안 키우니 줄 수도 없고하이
닭키우는 울집에 던져놓고 가셨구만...
그치뭐... 언제 오다가다 만나뵈면 인사해야지!
틀림없을겨...
푸대째 들고가서 닭집에 골고루 부어주니 닭들이 우르르~~~ 환장하고 나락을 골라 쪼아먹는다!
고추장담근다고 찧어놓은 찹쌀 다 썼으니 또 방아찧어야한다.
일단 먹을것만 하자싶어 조금만 찧어놓고
김장하고 남은 배추찌끄래기들 모조리 닭집으로 던져주고...
이제 뭐 할일없나...
오늘 저녁에나 청국장 다 된거 아랫목에서 꺼내면 될거고
고추장 항아리 마지막 간맞추기 해놓으면 다 될기다.
내일은 동미산에 갈비나 몇 푸대 해갖고 오고
삭정이나 줏어와야지...
이젠 놀며놀며 마당 정리나 하면서...
긴긴 겨울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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