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눈 뜨자마자 고추밭 스프링쿨러 잘 돌아가나 확인하고
한군데는 잘 돌아댕기는데 언덕밭 놈이 한짝으로만 물을 뿜네... 저놈 저번에도 그래서 갈았는데...
무 배추밭 밤사이 안녕하신가 둘러보고
애호박 어디어디 딸만한게 달려있나 눈도장 찍어놓고
무잎삭 좀 솎아오고
헛고랑에 심어둔 상추좀 깔려오고
풋고추 아삭이오이고추 몇개 따고
할매할배 산소 문안인사 여쭙고 내려오던 길에 멧돼지들 파헤쳐놓은거 욕 억수로 하면서 살펴보다가...
이놈들 뭐 먹을게 있다고 여기저기 다 알뜰히 파헤치고 놀았노...
너들 벌레잡아묵나?
이리저리 뒷골밭 돌아댕기다 발견한 달래 한 무더기
냉큼 들고있던 조선낫으로 이래저래 파갖고 왔다.
밭비탈에 풀이 무성하길래 이래저래 낫으로 걷어냈더니
여기도 난데없는 달래밭 발견...
이야... 너들 언제부터 여기 터잡고 살았냐.
놀래라...
배는 안 고팠는데 배나무에 탐스럽게 말 그대로 탐스럽게...
열린 배를 보고 안 딸 수가 없더라나.
얼렁 하나 쓱 따서 그 자리에서 뚝딱 먹어치우고...
엄청 달더만... 지멋대로 큰놈들이라 생긴건 우습지만...
오늘 아침 찬거리 이만하면 한끼 되것지.
겉저리하고 달래무침하고 상추쌈에 풋고추...
두메부추는 꽃이 활짝 폈고...
그 옆에 더덕향 비슷한 향이 나는 놈은 이름을 모르겠더라.
참나물이 씨가 날라가 여기저기 돋아나고...
아침 식전 한나절 이래저래 한바퀴 쓰윽 돌면
아침 찬거리 푸지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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