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자나.
조선낫 왜낫 두개를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언덕을 올랐지.
자아... 여기부터 저기까지~ 좌악 칠꺼야. 나 말리지 마로.
독사는 없다지만 비얌은 비얌이자노. 갸들은 안돼. 풀섶이 깊고 어수선하면 긴 것들이 낀다고
울 엄니 항상 말씀하셨지. 집 주변 풀들은 베어주어야 한다고.
음식물쓰레기를 풀벤 것들하고 모아 거름만드는 거름터미 위부터 시작했다.
칡이 여기까지 침범을 했나... 이놈들 니들 터는 여기가 아녀. 저 위로 가..
저기가 더 넓자노. 욕심이 많자나.
사정없이 낫을 휘둘러댔다.
식전이지만 땀은 흐르고... 짭짤하다.
모자에 장화까지 완전무장했지만 그래도 날카롭고 따가운 풀섶에 살갗이 찔려 따갑다.
호박덤불 올라가게 어러더덕이라 하나? 삭정이들과 풀벤 것들을 호박덤불 타고 올라가게 놓아주고
베어낸 풀들을 옆으로 쌓아무져가며 치고 올라갔다.
허? 왼편으로 뭔가 쑥~~ 툭~~ 기어나온다????
뭐지?
큰 다람쥐인가? 강아지인가?
엄마야.... 너 놀갱이니?
설마.. 너 여기까지 내려온거야? 니네 엄마 어디있니?
이 선녀 낫질에 설마하니 다친건 아니지?
놀갱이 새끼.. 가만히 앉아있다. 젖먹이인가?
살그머니 손을 가져가 잡으려 하니... 끽끽~ 대며 후다닥 옆 풀섶으로 도망가버린다.
에구... 잘 잡을껄.
이동네는 노루를 고라니라고 그러더라고...
고라니가 집 마당까지 내려온다고 그러더니... 처음 봤네그랴...
겨울마다 농작물에 피해준다고 전문 총소지자들로 꾸려진 사냥꾼들이 산을 훝는다고 하는데...
멧돼지랑 노루랑 잡는다고 하더라고~
지난번에도 새끼노루를 잡다가 놓쳤다고 그러던데..
새끼를 실물로 보긴 첨이다. 큰넘들은 많이 봤지비..
봄철에 짝 찾느라고 쉰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것도 마이 들었고~
새끼가 도망가 숨은 풀섶은 낫질을 멈추고 그 위쪽으로만 계속 해나갔다.
혹시 에미가 있을까 싶어... 조심조심...
살펴봐가며..
한귀퉁이 풀베기를 마치니~ 해가 밝아온다.
날이 흐리니... 늦게 밝아온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할때 풀베기를 계속 해야지. 이게 하루에 끝내도 될 일이지만.. 무리할 건 없자노.
칡이랑 뽕나무가 무성해서 낫을 더 갈아갖고 와서 해야지.
산골살이가 편한게 없다.
노상 일을 달고 살아야 한다.
그래도 일이 좋으니 팔자다!
마늘양파는 다 캤고 매실도 다 처분했고~ 효소도 다 담갔으니.
감자 캐기만 하면 되겠군.
들깨모종은 이제 싹이 났으니 더 기다려야겠고
고추말목과 끈은 매줬으니 한숨 돌리겠고~ 비닐하우스 고추밭 물주기가 구찮아서 스프링쿨러를 설치했더니 효과만점이란다.
게으른 농사꾼... 별 꾀를 다 부린다.
여름상추씨를 뿌려야하는데 언제 할꼬나...
잠깐 하면 되는데~ 이거 하랴 저거 하랴.. 까먹기 일쑤다.
생각이 났을때 후딱 해치우는기 제일이다.
고추밭 순을 쳐주질 않아서 고추대궁이 축축 자빠지고 늘어지고 꺽어지고...
그런 난리가 없더라.
매실따기가 급했지만 그래도 이게 더 급하다 싶어... 작정하고 비닐하우스 두군데하고 노지 고추밭 한 군데
몽땅 순을 쳐내고 말목 부족한데 박고 끈을 둘러 쳐줬다.
고랑 고랑 풀이 넘쳐나는데 일일이 뽑을 순 없고 장화신은 발로 팍팍 밟아제껴가며...
하고나니 땀은 사우나 한바탕 한 것처럼 뿜어나왔고~ 얼굴은 벌개졌더라... 술 한잔 한 것처럼~ ㅋㅋ
그래도 말끔해진 고추밭을 보니 마음도 같이 말끔!!!
토마토 순을 대강 쳐주고 끈을 다시 매주니 그 뒤 가지 몇 포기가 나 여기있소~~ 하고 고개를 디밀더라...
에고... 가지를 여기다 심는기 아니었는데... 내년엔 신경을 써야겠네.
처음 모종 심을땐 밭이 넓다~~ 싶어 가까이 대중없이 이것저것 심는데... 나중 다 자랐을때를 생각해야져~~
약초밭 풀은 두고랑 겨우 메줬는데... 여기도 시간나서 해줘야하고.
밭으로 돌아댕기는 바람에 마당풀이 집을 떠매가게 생겼다.
울 엄니 말씀에 비유하자면... 호랭이 새끼치겄다~ ㅠㅠ
이번 매실은 수확량이 주문량을 못 따라잡아... 오래전부터 주문한 사람들부터 보내줬다.
약을 치지 않은 여파로... 못난이매실이 더 못난이가 되어버렸는데...
그래도 없어서 못 주고 못 팔았다.
상태가 별로 안 좋아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 이래도 받겠느냐~ 라고 물어도 좋다고 최고라는데 우짤껴...
앞으론. 다짐을 받고 이 매실을 알아주는 사람들에게만 보내줘야겠다고 결정했다.
시중에 나오는 품질 좋은 매실을 보다가 우리 매실을 보면 좋아보이지 않을테니까.
그래도 난 이 매실이 좋다.
약을 안 쳐서 벌레먹고, 늦게 따서 익어버려 황매가 되어버린 매실이지만.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우리만의 매실이니까.
이번에 주고 싶은 데도 못 준 곳이 너무 많았다. 그 사람들한테 들을 원망과 하소연을 생각하면.... 선녀 오래 살거여... ㅠㅠ
미오하지 마셔~ 내년엔 먼저 적어둘께여... 대신 3년산 효소 한병씩 줄께여~~ 용서해여... ㅠㅠ
올해도 나머지 찌끄레기 남은 것들로 효소를 그득 담가놓고 뿌듯뿌듯...
이거 백일후에 건져서 숙성시켜 3년 후에 개봉해야지.
아침 식전에 놀갱이 새끼보고 기분이 좋아... 이놈 먹을게 뭐 있을까... 집 주변에 놓아둘까... 궁리하다가...
동네 사람들 민원들어올꺼 생각하고 후딱 정신을 차렸다~ ㅎㅎㅎ
이놈들 콩잎사귀 다 뜯어먹는 놈이거등...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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