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농사는 봄에 시작되지 않더라구~

산골통신 2011. 3. 21. 18:48

겨우내 꼬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상추를 키웠더랬다. 그게 벌써 이만치 자란거다. 대단하지~

늦가을에 씨를 뿌려놓아야 이른 봄에 상추를 얻어먹을 수 있다.

안 그러고 봄에 상추 맛보겠다고 그때가서 씨를 뿌린다고 설쳐대봤자 말짱 헛짓이다.

농사는 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봄 오기 전 겨울부터 미리미리 준비해야 되는거다.

 

쪽파도 작년에 당파씨를 골골이 따서 묻어놓고 겨우내 이런저런 거름끼있는 검부지기나 덮어주고 냅두면

이른 봄에 이쁘장한 촉이 줄줄이 올라온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던 검은 땅 속에서... 어찌 이런 생명들이 잔치를 벌릴까...  존경의 마음 그득이다.

우리네 인간들은 겨우내 춥다고 종종거리고 팔짱끼고 구들장지고 살다가

이제 좀 날씨가 풀렸나... 하고 기웃기웃~ 봉당 아래로 겨내려오기 일쑤인데 말이지..

 

낮에는 비닐을 벗겨서 햇살과 바람을 쐬게 한다. 아침저녁엔 아무래도 추워서...

자칫 덮는 걸 잊어버렸다간 상추 다 죽일 수 있느니... 조심해야한다.

한번 늦게 덮어줬더니 상추잎 끝이 살짝 얼어... 거무죽죽 변해가더라... 아구~ 속상해.

아직 잎이 작아 뜯어먹을 거 뭐 있나 싶어도 몇포기 깔려놓으면 금새 한 바구니 가득찬다.

이른 봄 입맛 없고 몸 고단해져서 반찬 투정하고 싶을때...

텃밭에 나가 상추 한 바구니 뜯어다 된장쌈싸먹으면 언제 내 그랬노... 하고 입맛이 돌아오게 마련이지..

 

상추밭 옆 쪽파골이다. 올해는 좀 가물었나...  쪽파들이 덩치가 별로다.

뿌리가 통통해야 할텐데... 물을 좀 넉넉히 줘봐야겠다.

쪽파 몇 무더기 솎아다 밀가루 개갖고 쪽파 적 꿔먹으면 맛이 별다르다.

일하다 말고 날궂이적 핑게 안 대고 해먹기도 좋고... 또 막걸리 생각나기 일쑤지.

 

산으로 들로 논밭으로 돌아댕기다가  문득 울집 꽃밭을 보았네그랴.

우와와...  너들 언제 이렇게 올라왔니그래... 몰랐다 얘.

촉 올라온건 봤었는데~ 그새 이렇게 자랐어. 대단하다.

아주아주 이른 봄부터 얘들 촉 올라오는 거 기다리다 목 빠지기도 했었지.

눈이 그만 개운해진다.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노랑꽃을 피우다 사그라진 줄기 밑으로...

또다시 새순이 올라온다.  언제 조선낫으로 묵은 가지들을 쳐줘야겠다.

 

추위는 오로지 인간들만이 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