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꼴에 모개처럼 생기가꼬~

산골통신 2010. 12. 15. 15:32

아는 어르신 한 분이 모과를 모개라 하신다. 뭐 노상 어투가 그러하시니 모과라 하면 이상타.

언제 한 번은

뉘집 귀한 아들을 "모개처럼 생기가꼬~  꼴에~  쯧쯧...  "이러시는 통에... 옆에서 얼매나 민망했던동...

 

이 모개가 뉘 모개냐~ 우리꺼 아이다.  뒷집 뒷뜰에 있는 나무인데

집이 오래 빈 집이다보이~  그 모개 치다볼 사람 한나 없다.

항상 이 즈음 되면 모개 떨어지는 소리에 심장도 같이 쿵닥거리는데...

자다말고 벌떡 일어나 '저 모개나무를 확~ 잘라뿌리?' 부득부득 갈다가 다시 잔다.

 

노랗게 꽃이 핀다. 마치 꽃같다.

언덕밭 꼭대기에 있는 모과나무는 고목이었는데. 밭작물에 걸구친다고 할매가 훌~ 베어버렸다.

거기서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 가지가 돋더니... 이제 제법 나무처럼 보이더라고. 세상에...

그 나무에 피어나는 꽃이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

모과꽃을 일부러 찾아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언제 한번 유심히 딜다봤는데... 참 이뿌더라.

 

근데 이 모과는 꽃도 이쁜데 열매는 더 이쁘다.  생긴거이 꼴갖잖게 생기가꼬 구박을 억수로 받지마는...

색깔이 얼매나 이쁜데... 참 곱다.

 

잎이 다 떨어지고 덜렁 덜렁 모과 몇 개가 달려있다.

나머지넘들은 진작에 다 떨어졌는데~ 얘들은 어지간히 버티고 있더라... 긴긴 겨울밤..  새벽에...

우당탕~~ 떨어져 내를 놀래킬 넘들이 분명하다. ㅠㅠ

 

저 뒤뜰에 떨어진 모과들 보소~ 아무도 안 주서간다. 돌아보지도 않는다.

일삼아 우리가 뒷담을 넘어가 주서갖고 온다. 아예 푸대를 뒤안에 딜나놓고 떨어지는 족족 담아버리기도 한다.

 원래 저 따배감나무가 더 오래되고 컸었는데~ 울 할매 시집오기 전부터 저 크기 저 굵기로 있었다고...

근데 이제는 천덕꾸러기다.  뒤뜰에 그늘지우고~ 낙옆들 갈구치고 어슬프게 만든다고...

이젠 산골에 감이 달려도 아무도 반갑다 하지 않는다.  따기도 힘들고 간수하기도 힘들다고...

곶감 만들면 된다하지만~ 뉘 앉아 할 일손이 없다. 그게 현실이다.

또 요새는 허연 깍지벌레라는 성질고약한 벌레들이 쳐들어와 약도 일삼아 쳐대야 하는지라...

까짓 약 안 치고 덜 묵는다~ 니 맘대로 달리든동 말던동~  뭐 이런 실정이다.

 저 스레트 지붕 깨진 걸 보시고는 할매가 부애가 나서 야단이시다.

저 모과나무를 확~ 베버렸으면 싶은데... 왜 우리 감나무 옆에 딱 붙여 심어갖고 부애를 지르노 말이다~ 카신다.

어쩌겠노~ 나무가 먼 죄인겨~

 모과를 줍다말고 막 던지고 굴려버렸다. 깨지던동 말던동~  당췌 무거워서 들 수가 있어야지...

이래가꼬 줒은 거이 푸대 두 개~  바구리로 하나...  아직도 떨어질 넘이 나무에 달려있고~ 언제 떨어질랑고~

저짝 뒤안으로 또 있는데...  할매 왈: 그거 뉘 다 먹노? 욕심도 많다~ 

이카시는 바람에~ 걍 왔다. ㅎㅎㅎ

 

마루에 퍼질러앉아가꼬  모과를 썬다.  할매가 모개라 하시면 걍 모개라 말이 나오는데~

어째 글로 쓸라카이~ 모개라 하면 이상타~ ㅋㅋㅋ 걍 하던대로 모과라 해야지.

 이걸 바싹 말려가꼬 차끓여묵으면 좋다.

돔방돔방 썰어서 설탕에 재어놓거나 해서 모과청을 만들면 좋은데~

단거 별로 좋아라 하지도 않고...  설탕도 없고 해서~  걍 이래버렸다.

이걸 다 모과청을  만들면 담을 통도 병도 모자른다. 이래 하는 거이 천상 질 낫다.

마이마이 썰어말려서 여기저기 좀 나눠줘야겠다.  요새 낮엔 햇살이 좋으니 잘 마른다.

온집안에 모과향이 진동한다.  나무꾼이 이 무신 냄새냐고...

은은하게 퍼지는 모과향이 아니고~ 집단으로 왕창 향을 뿜어내니... 모과향인줄 몰랐던가보더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