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끝... 상추가 정신없이 퍼져자란다. 저거 누가 다 묵냐고오..
허구헌날 상추만 뜯어묵냐고오... 연하디 연한 잎을 뜯을라치면 뚜둑뚝 찢어진다.
며칠 지나 시들어빠진 마트 포장상추잎과는 천지차이다.
요샌 상추쌈을 하루 한끼는 먹어줘야 한다. 안 그랬다간 저 상추 감당도 못하니까.
달랑 네 포기 깔렸는데도 하루죙일 먹어치우느라 애묵었다. 오메...
내일 해올라오면 금새 쑥쑥 자라 뜯어먹도 좋을 만치 클꺼야. 못 말린다.
어따 갖다 줄데도 없다. 산골 집집마다 요만한 상추밭은 누구나 가꾸고 있으니까~
정구지밭... 자꾸 베어먹어야 연한 잎이 올라오는데 누가 자꾸만 정구지만 먹는다고라?
이젠 물렸다고라... 해서 얘들이 억세졌다. 아깝지만 일삼아 낫으로 싹 베어버려야 한다.
정구지적을 꿔먹으면 쑥쑥 줄어들지만~ 그것도 이젠 맛이 없다. 물려버린 것이 한둘이 아니다.
세상 좋아진건가? 나물이 천지니 귀함을 모른다.
감자밭 헛고랑에 옥수수알을 묻어놓았었는데 이만치 자랐다. 비 한번 오면 쑥쑥~ 쑥쑥~
두고보리~ 이래뵈도 햇살 좋으면 정신없이 클꺼니까.
감사밭 사이사이 헛고랑엔 봄배추씨앗을 뿌려놓았는데 다 잘 났다. 이것도 누가 묵지?
오며가며 솎아다가 겉절이 해묵고 된장국 끓여묵고 해보지만~ 금새금새 옆엣넘들이 자라올라와
뽑아낸 빈 자리가 티가 안 난다.
전에 누가 그랬다더라. 점심 겉절이 해먹게 배추좀 솎아와라~ 시켰더이만... 자잘한 넘들은 다 뽑아내고 큰넘만 몇 포기 남겨놨더라나..
배추는 그리 솎는거이 아녀. 큰넘들을 먼저 솎아먹어야지. 그럼 작은넘들이 자리가 나니까 잘 클꺼아뇨~
자잘한 넘들을 한 푸대나 솎아놓고 우리 일 잘 했쥬~~ 하고 자랑스레 디밀더라나...
그 모습을 본 밭 쥔장... 뭐라 할껴... 그저 한숨만 푹푹...
또 누가 그랬지. 상추좀 깔려와라~ 했더니만... 상추 대궁을 똑똑 다 불개 따서... 초토화를 시켜놨더라나... ㅠㅠ
해서 일머리 모르는 사람은 밭에 들이면 안 되는거여. 산골사람들은 그걸 잘 안다.
초보들은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배우는 자세로 알아서 겨야 하는데~
다 안다고! 이까이꺼~ 산골사람들 팍팍 무시해가며~ 밭에 들어가서 일을 무수히 쳐 놓는다.
누가 일거리 없다고 하소연했나... ㅠㅠ
감자가 실하게 자란다. 꽃도 피고 있다. 그걸 쳐내야 할지 말지~ 고민좀 하고 있다. 그걸 쳐내야 감자알이 굵다는데...
반반 실험을 해볼꺼나... 마늘쫑 핵은 잘라내야 마늘이 굵다는 건 증명을 했는데 말이지. 감자도 그러할려나.
요새 마늘쫑 억수로 치올라오고 있다. 그걸 낫으로 다 쳐내야 한다나. 일이 많다.
마늘쫑 그것도 누가 다 묵냐고오~ 재작년에 담가놓은 장아찌도 아직 그대로 있구만. 그냥 눈 딱 감고 쳐버릴란다 라고
할매가 말쌈하셨다. 선녀는 두말 못 했다.
사과꽃이 다 지고 알이 맺혔다. 올핸 냉해를 입어 사과 못 얻어묵겠다고 걱정을 했더니만~
그런대로 충실하게 매달린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 이제 저 알을 솎아줘야 하는데~ 아까워서 어쩌누.
봉지를 씌우기 쉬운 넘들하고 햇살받이에 있는 넘들만 남기고 일정한 간격으로 솎아줘야 한단다.
올해는 제대로 해봐야지.
산에 취나물이 지천이다. 이젠 잎이 억세져서 못 먹는다.
발밑에 좍 깔렸는데도 그냥 못 본척 지나쳐야 한다. 올핸 취나물을 많이 못 했다.
산이 너무 우거져서 들어갈 틈이 없어. 이젠 이 산골마을에도 산나물 하러 가는 이가 없어서
그나마 있던 지겟길마저 칡덤불에 까시덤불에 막혀버렸다.
언제 시간내서 예취기 앞세워 들고 길을 쳐내야 할까봐... 산에 산소있는 사람들이 좀 내주면 좋을껀데
산소 돌보는 후손들도 점점 없어지는가봐... 잊혀진 산소들이 너무 많아...
산길을 헤치며 오다가 문득... 여기가 산소 자리였는데 어디갔지? 둘레둘레 둘러봤다가... 기함.
아... 참나무 한 그루 아름드리 자라있었다. 묘 가운데. 한참을 서 있었다. 이럴거면... 수목장을 하지.
왜 봉분은 만들어가지고...
솔숲너머 매실밭 초입이다. 그만 눈이 시원해진다. 온통 초록이다.
여기서 한숨 더 돌리고 올라가야 한다. 가파르다.
풀이 무성하다. 매실 따기 전에 풀을 깍아줘야 하지싶다.
비를 맞으며 이리저리 둘러본다. 잘 영글어가고 있는지...
매실이 작년만치는 아니더라도 제법 충실하게 달렸다. 자잘한 알들은 솎아줘야 하는데 일부러 틈을 내야한다.
요새 산길 들길엔 애기똥풀꽃과 아카시아가 널려있다. 노랑과 하양...그리고 점점이 자줏빛 작약...
이런 바위들이 여기저기 박혀있는데 굳이 파낼 일이 없다. 밭둑 무너지지 말라고 냅두고 있다.
올해 비가 얼마나 잦을란지 걱정이다.
비가 잦으면 참깨농사가 잘 안 되고 이런저런 햇볕이 필요한 농작물 다 조금씩은 피해를 입는다.
그만 적당히... 적당히... 뿌리고 멈추고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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