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일이 하고 싶은 철

산골통신 2010. 4. 1. 18:52

일은 하고 싶고~ 

봄은 속속들이 쳐들어오고...

 

비맞고 서 있는 옥매화 꽃망울들은 눈에 담고 싶고...

자꾸만 자꾸만 변해가는 꽃과 나무들과 풀들 세상을 보며...

그냥 이대로 잠시만이라도 멈췄으면 좋겠다.

 

날씨가 맨날 맨날 서글퍼.. 하루 반짝 했다가도 또다시 추적추적...

봄비 같지 않은 봄비가 내린다.

 

지난겨울은 너무나 추웠고~ 또 이게 봄이 맞긴 맞는겨? 하면서

봄의 따뜻함은 전혀 느끼지 못한채  그냥 막 다가오는 식이다.

그래도 산수유  생강나무 꽃망울 터지고 새싹들 열심히 올라오고...

참꽃은 피고... 개나리도 피고... 할미꽃도 보송보송 올라온다.

오직 인간만이 아이 추워... 움추리고 동동거리면서 날씨 탓을 하고 있다.

 

오늘도 날이 흐리다. 비가 더 올라나...

아이들은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비오는 날 눈 내리는 날 학교 앞에 마중나오는 엄마들이 많다고~

그러나 우리엄마는 마중나올 사람이 아니라고... 아예 맘을 접은듯 하다.

그정도 비는 그냥  맞고 와~ 괜찮아 그럴때도 있어야지.  언제 비 맞아보겠니? 이렇게 말하는 희한한 엄마이므로~ 

 

닭들이 알을 열심히 낳는다.

서리배 키운 병아리가 벌써 알을 낳나? 

저번에 고양이들한테 당해서 몇마리 비명횡사 하긴 했어도

그냥저냥 우리먹고 나누기에 적당한 달걀들을 낳아준다.

부화장에 가서 까올필요도 없이 지들이 품고 지들이 병아리를 까서 키우니까

더 좋다. 한 배에 열 마리 못 되게 까는데... 알을 스무개를 넣어줘도 열한 마리 정도?

성공한다.  참 희한하지. 지 엄마 배온도가 안 맞는지...  꼭 몇 마리가  덜 까여져서 불구가 되어 나온다.

그러면 그대로 알 속에서 죽거나  다 까여나와서 비실대다가 죽기도 한다.

살뜰하게 돌봐주면 그럭저럭 중병아리까지 좋게 커도... 결국엔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도태된다.

 

아이들이 용케 알을 구별한다. 장에서 사온 달걀인지 우리 닭들이 낳은 댤걀인지~

맛도 틀리고 색도 틀리단다.

전에 꼬맹이가 할매 몰래 알을 꺼내다가 해먹고 싶어 안달을 한 적이 있었지.

하필 그 무렵이 병아리 까려고 알을 모아두던 그런 때여서...  울 꼬맹이 아주 달걀 먹어보기가 참 힘들었었다~ ㅎㅎㅎ

그래서 아이들은 달걀 귀한 줄을 안다.

 

양파밭 마늘밭 잎들이 푸르다. 

마늘 잎 뜯어다 쫑쫑 썰어 된장에 넣어먹으면 향이 좋다.

콩가루 묻혀 밥 위에 쪄도 좋고...

 

일을 찾아하면 한없이  많고.. 일 없다~~  둘레둘레 쳐다보고 그냥 들어오면 일 없는거다.

오늘 같은 날은 낮잠 퍼자기 좋은 날이다.

뉘집에 날궂이 적 꿔먹자 부르면 얼렁 달려갈꺼나~~

 

히야신스 꽃이 활짝 폈다. 그냥 순식간에 피더만 어어 하는 사이에...

크로커스도 보랏빛 꽃이 많이도 피었고...

수선화는 원래 그런넘이지.. 피었나 싶으면 얼마안가 꽃이고 잎이고 차례차례 져버리는...

허무한 꽃이다.

수국이 있는대로 꽃을 피워올려서 대단하다.

덩굴장미도 촉이 많이 나왔고... 프리지아가 젤 맘에 든다. 꽃도 많이 피고 오래 가고~

이넘을 많이 구해서 심어야겠더라.

 

마늘밭 구멍을 뚫고 올라온 풀들이 간간이 있다.  아직은 작지만 나중에 커서 뽑자면 힘드니까

지금 에지간하면 뽑아버리면 좋다. 

냉이는 꽃대가 올라와 씨가 여물기 전에 뽑으면 좋고...

명아주는 아무리 작더라도 필히 뽑아내야 한다.

쑥도 마찬가지고~ 얘들은 땅 속에서 거미줄처럼 뿌리가 엉켜있어서 쑥 한 뿌리 뽑아냈다고 다 된것이 아니더라고~

뿌리 한촉만 있어도 여럿 번지는데~ 대단한 애들이야.

 

호미를 들고 일하다가 그예 호미 집어던지고 맨손으로 뽑아제낀다.

어찌 일하다 나중 허리피고 일어서보면 맨발 맨손이더라구~ ㅎㅎㅎ

아직 추워서 장갑끼고 장화신고 하지마는~ 일테면 날씨좀 더워지면 그렇단말이다...

 

일할 생각이 없이 둘러보다가 밭에 풀보고 에구~ 이넘의 풀 하면서 퍼질러 앉아서 하나 둘 뽑다보면 그리되어있더라구...

오늘 여기 일하고~ 내일 저기 일하고...

오늘 몇시간 이거 일하고 내일 몇시간 저거 일하고~ 이케 안 된단말이다.

미국의 헬렌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그렇게 책에 쓰셨더라고

하루 4시간은 육체노동 4시간은 정신노동 어쩌고 저쩌고...

서양농사는 다른가?  그렇게 시간 딱딱떨어지게 일 할 수 있게?

한국식 농사는 그케 안 되던데...

해서 니어링 부부의 책을 읽어보다가 집어던져버렸다.  한국식 책이 따로 나와야겠군~ 이카면서...

니어링부부의 책 몇권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데갔는지 모르겠다.  생각나서 찾아도 없는 걸 보면 빌려줬나보다.

 

요즘 마늘밭에서 풀 뽑다가말고 양파밭으로 겨갔다가~ 

두릅 순 얼만치 올라왔나 그거 딜다보다가~~

매실밭에서 꽃몽우리 구경하면서 얼쩡거리다가...  쪽파밭 긁적거려주고...

상추 깔려야 하나~ 딜다보다가... 점심때 묵어야지 이캄서 좀 깔리고...

그러다가 쪽파 한단 뽑아 다듬다가~  아차. 정구지밭 풀봐라~ 이럼서 호미로 벅벅 긁다가...

냉이가 많네~ 된장국 끓여무야지 함서 훌훌 풀 털어가면서 한짝으로 모아 던져놓다가... 까묵는다.

삼동추가 많이 통통해졌나 들여다보다가 호미 집어던지고 솎아내서 나물겉절이 한다고 가지고 간다.

그러다보면 일을 한건지~ 만건지...  한바퀴 휘~~~ 돈 셈이 되어버린다.

당췌 이 일 끝나고 저 일 하고 뭐 그렇게 깔끔하게 되어가질 않더란거지.

 

뒷골밭으로 간다치면 더 심해진다.

참나물이 여기저기 정신없이 돋아나고 쑥부쟁이도 잎이 크고

봄나물 지천으로 깔려있으니 그거 해묵을 생각에...

호미는 진작에 던져버린지 오래...  한참 헤매다 집으로 그냥 가버리기 일쑤다.

나무에 새순들이 얼마나 이쁘게 올라오는지...

도랑가 찔레꽃 순 색깔이 얼마나 연한지...  조팝나무 숲도 한참 들여다보다가...

할미꽃 얼만치 올라왔나... 뒤져보다가...

머구가 많이 자랐네~~ 꽃핀다. 입맛 다시다가...

어~ 달래 많이 올라왔다. 한참 또 그거 캐느라 호미 찾느라 부산을 떤다.

아구야...  내 정신머리 봐라.. 어따 호미 버리고 온겨~~ 이럼서...

 

솔숲너머 야생초밭에 가면 산마늘잎이 무성하다.

아무리 산식구들이 뜯어먹어도 열심히 올라온다.

두메부추가 실하다.  아무도 먹어줄 사람이 없다.

삼나물과 전호도 올라오고 섬초롱 기린초도 귀엽게 올라온다.

함박꽃이 올라온다.  씨가 날라오는가봐... 

옛날에 함박꽃(작약) 뿌리가 약된다고 마을 어느 집에서 많이 심었더래여...

그 씨가 날라댕겨서 산으로 들로 많이 퍼졌다네~

간간이 눈에 많이 띄더라구.

산에 올라가면 여기저기 핀 꽃 구경하느라고 한참 뒤쳐지기도 해여...

자생 원추리도 많고... 도랑가 참나리도 많고...

 

참꽃 피기 시작하고~ 철쭉꽃 피기 시작하면... 산이 참 이쁘지...

이때부터 나물 한참 뜯을 4월 곡우 지나고 5월까지는 선녀 눈에 안 띄면

산으로 들로 헤집고 댕기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할매도 이젠 찾지 않으시더라구~  에구 또 일하다 말고 산에 갔구만~ 하시면서리...

산나물이 5월 단오까지는 독이 없어 아무거나 뜯어먹어도 된다대...

 

올해는 기필코 취나물 많은 곳 다 찾아댕기며 뜯을껴... 작년엔 몇군데 포기했었는데...

산토끼 산꿩이 많은 곳... 한번 퍼질러 앉으면 앉은채로 한 바구니 나오는 그런 곳~~

낫하나 들고 가야겠지? 그래야할껴...

칡덩굴 까시덤불 많아.  옛날 지겟길이 이젠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등.

 

밭으로 모종 옮겨심어 키운 넘들하고...

산에서 직접 뜯어온 취나물하고.. 차원이 다르더만~ 그 맛과 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