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집 가는 길이 풀에 뒤덮였다.
풀 베어준 지가 얼마 안되지 싶은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오늘은 도저히 못 봐주겠어서 비 그치고 살짝 해가 나오길래 겨나왔다.
며칠째 삐져서 툴툴거리는 봉덕이 산책도 한바퀴 시켜주고~ 늘 가는 코스로 가면 한 5키로 된다. 봉덕이도 열심히 지난번 해둔 영역표시를 일일이 확인하고 낯선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거기에 자신의 표식을 덧남긴다!
하다하다 오줌이 안 나오면 쥐어짜서라도 한방울이라도 남기더라!!!

이리저리 밭에 별일없나 살펴봐주고 돌아오는 길에 고구마골이랑 옥수수골 토란골 드문드문 사이사이 난 풀 좀 걷어내주고 가장자리 풀 좀 쳐줬다. 어차피 밭둑은 예초기가 들어가야한다.

닭집 주변에 풀들이 무성하야 낫이 잘드니 한바탕 휘둘러 풀 서너 아름 안아다 달구시키들 갖고 놀라고 던져줬다.
요새 봄에 장에서 사온 암탉들이 초란을 낳기 시작하더라. 묵은 암탉들이 알품겠다고 실갱이하는건 결국 못된 산녀의 승리로 마감되었고… 지들이 어쩔겨! 다시금 알을 낳기 시작했다. 해서 알이 다시 풍족해졌다. 나무꾼 일터에도 넉넉히 주고 우리도 해묵고!!!

며칠전 쌍살벌한테 된통 쏘였다!
보일러실 문 바로 위 처마밑에 집을 지어놨더라!!! 언제?!
두꺼비집 옆에도 하나 있던데 밤에 양파망 뒤집어쓰고 나가서 에프킬라 한바탕 뿌려야겠네!
보일러 고장으로 서비스를 불렀는데 그 기사분 키가 커서 나가다가 벌집을 건드리고 지나간거라…
무심코 그 뒤를 따라 나가던 산녀가 엄하게 당했다! 으잉 ㅠㅠㅠ
이놈들아 니집 내가 건드린거 아녀!!!
쌍살벌은 처음 쏘일때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아프지만 그때 뿐이고 조금 붓고 가렵고 끝이다.
꿀벌처럼 며칠가도록 아프고 퉁퉁붓고 어쩌고 하진 않는다.
산골 살면서 벌은 종류별로 다 쏘여봤다. 지네한테도 엄청 물려봤고…
모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뭔지 모를 흡혈곤충한테는 해마다 물려서 피를 본다.
양 손목에 각각 한 방씩 양 팔꿈치에 각각 두어 방~ 그리고 입가에 한 방 목덜미에 두어 방~ 그리고 오른쪽 눈덩이에 한 방!!! 아주 골고루 쏘였다!
나무꾼이 보고는 관절염은 안 걸리겠다고 우스개를 했는데…
이미 온 관절염은 어쩌나…
한 며칠 눈탱이밤탱이 되었다가 오늘 거울을 보니 괜찮아졌더라.
비가 와서 들앉아있으니 첨엔 좋았으나 하루가 지나니 좀이 쑤신다.
비가 그친 뒤에 하릴없이 겨나가 비닐하우스 안 삽목둥이들과 자잘한 모종화분들 풀 뽑아줬다.
이건 호미로도 안 되고 일일이 엄지 검지 두 손가락 신공으로 집어내야 한다.
명상하듯 묵언수행하긴 딱이다!
하는 김에 비닐하우스 가생이 빙돌아 잡풀들을 걷어내줬다.
봉덕이는 이제 맘이 풀렸는지 얌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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