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꿀밤묵의 철이 도래하야...

산골통신 2018. 11. 6. 19:40

 

 

 

어느날 나무꾼이 마트에서 파는 도토리묵을 두 모 사왔다.

한 모에 5천냥!!!

 

얼매나 먹고싶었으면 그러랴... 짠하야~

도토리가루를 수소문하고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다행히 영동 산골짝 귀인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

 

그 즉시

묵을 쑤어 대령하니~

나무꾼 마트에서 사온 묵은 안 처다보더라...

 

바야흐로 사흘들이로 묵을 쑤어야 할 철이 왔네!

묵 한 모씩 먹는 낙으로 산다는데 뭔 말을 더 하랴...

 

@@@

밑의 글은 도토리묵을 처음 쑨 날 쓴 글임돠!!!

 

도토리묵이란 말은 서울 와서 들었더랬다.

아니 교과서인가... 책에서 봤지...

 

우리 산골에선 꿀밤묵이라고 했어.

동네 할매들이 요맘때 되면 허리춤에 보자기 둘러차고 서넛씩 둘씩 산에 가서 꿀밤 한 자루씩 주워오셨지.

절대 혼자는 안 가시더라고...

왜냐면 이맘때 뱀도 독이 많고 또 멧돼지 만날까 무섭고 그렇대.

 

며칠전 우리 산밭에 본적없는 어떤 할배 꿀밤을 줍고 계시대...

엄니가 꿀밤묵을 좋아하셔서 주으러왔다고...

 

어릴적 꿀밤묵은 겨울에만 맛 볼 수 있는 귀한 별식이었지.

집에 부지런한 할매가 계셔야 먹어볼 수 있는...

 

대신 울집에선 메밀묵은 참 흔하게 먹었더랬지.

울 엄니 메밀묵 쑤는 솜씨는 참 대단했어.

그 덕분에 내는 묵년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묵이라면 환장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묵 없으면 겨울 못 나는 줄 알 정도로...

 

어릴적 울 엄니 가마솥에 묵 쑤시면 아궁이 불 당번하다가~ 아니면 부뚜막에 올라앉아 주걱으로 휘휘 젓다가

다 끓은 묵 덜어내고나면 남은 솥단지 끌어안고 묵 누룽지 파먹던 그 기억이 참 그저 웃음만 나지...

 

묵 솥단지를 형제들에게 뺏길새라 온몸으로 부여잡고 큰 나무 주걱으로 득득 ㅋㅋㅋ

 

노상 묵 쑤던 모습 보고자란지라 묵 쑤는 건 눈 감고도 할 수 있어...

세상 제일 쉬운 게 묵 쑤는거여...

 

묵 쑤는 거 어렵다고 안 먹고 만다는 사람들이 당췌 이해가 안 되는...

어제도 한 사람 붙들고 이리 쉬운 묵쑤기가 어데있냐?! 이카면서 전수시켜줬는데...

끝내 내가 만든 묵 보내주기로 합의봤다나... ㅠㅠ

 

울 옆지기도 묵을 그리 좋아하는 줄은 내 몰랐는데...

어느해 호두나무골 도토리가루를 첨 구했을때 온 겨우내 묵을 쑨 적이 있었더랬지.

 

집에 오면 묵 한 접시 먹는 그 낙에 산다고...

그 바람에 사흘들이로 묵을 쑤어야했어.

 

해마다 겨울이면 좋은 도토리가루를 구한다고 수소문해야만했지.

영월사는 지인 어머님이 조금씩 하신다는 가루 운 좋게 구할 수 있던 적도 있었고

 

근데 작년엔 그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못 구했는데 호두나무골 도토리 사정도 안 좋아 못 구했고...

 

뒷산에 올라가 도토리를 주워 해봐야겠다 싶지마는

희한하게도 잘 안 되더라고...

예전에 울 시엄니랑 나랑 도토리묵가루 잘 해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항상 실패를 했더랬지...

아무래도 달린 손이라고 해서 다 같은 손이 아닌가벼...

실패한 도토리묵을 시엄니는 애써 다 드시려했고 내는 에구에구 그거 닭이나 줘야지 못 먹어요~ 이럼서 뺏기 바빴지.

도무지 묵이 안 되더만...

 

또 시중에 파는 도토리가루 그거 잘못 사면 묵 안되여~

작년 묵가루 못 구해서 영농조합이라는 데서 믿을만해서 사봤는데

메밀가루고 도토리가루고 간에 절대 묵이 안 되더만~

굳지를 않어...

세상에...

어따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냥 닭모이로나 주던가 해야겠어...

 

올해도 영월 지인네는 도토리묵가루 한다는 소식이 안 들려와...

호두나무골에서도 소식이 안 들려오면 천상 산에 올라가 도토리 주으러 갈 판이었으...

 

옆지기가 보름 전부터 묵을 두 모씩 사오더라고!!!

한 모에 5천냥이랴~

마누라가 안 해주니 어쩔 수 있나~ ㅎㅎ

평소 먹는 것에 탐을 별로 내지 않는 사람이라 저리 사올 적에는 얼마나 먹고싶었으면 싶더라고...

 

드뎌 어제 호두나무골 도토리가루가 도착했고 그 소식을 몰랐던 옆지기는 또 마트에서 묵을 두 모 사갖고 왔고~

 

이따 오걸랑 두 묵 맛을 비교해가며 먹어보라 해야지!!!

엄청 다르거등...

 

찰랑찰랑 젓가락으로 집어도 안 끊어지고 식감이 참 쫄깃해...

쑤면서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려해봤더니 고소한 맛이 입에 침을 고이게 하네.

옆지기 오기 전에 한 모 후딱 먹어치워야지!!!

 

도토리를 하나하나 줍는 과정이 다리 허리분질러지는 생노동이고

껍질 까고 우리고 말리고 빻는 그 일이 얼마나 고되고 시간이 걸리는지 잘 알지요...

그래서 먹을 때마다 고마운 맘 가득가득 품고 먹지요!!!

 

이 가루가 뱅기타고 이역만리타국 혈육에게도 가지요. 첨 보내줬을때 바로 묵을 해서 온동네 한국사람들 다 나눠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져왔지요.

올해도 나눠줄 수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

그렇다는 뭐 그런 이야기임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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