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가을이라...

산골통신 2017. 11. 14. 21:02

왜그리 썰렁하고 스산한지...

아침 해 올라오기 전까지 꼼짝않고 구들장지고 들앉았다가

슬금슬금 꾸무럭 꾸무럭 겨나와...

 

밤새 바람이 저질러놓은 마당꼬라지 유유히 감상하며...

나뭇잎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가을바람...

우수수 떨어지는 속으로 걸어간다.

 

밤새 구들방에서 물기 마른 무말랭이들을 툇마루로 질질 끌어 내놓고

감또개 열어주고

 

닭집에 올라가니 장닭 한 마리 울타리 밖에서 얼쩡거리고 있네...

뭐여?!

넌 어제 어데 숨어있었냐?

안 들어가려는 병아리 백미터달리기씩이나 하면서 기어코 들여보내고 문 닫아걸었는데

넌 뭐여?!

 

문을 열어주고 기다리니 슬금슬금 문 쪽으로 가더니 쏙 들어가네!

저놈!!!

문제일세...

새그물망을 한 마끼 사서 하늘을 덮어야할래나...

 

물 새로 갈아주고 알 여섯개 낳은거 꺼내오고~

짚을 썰어서 알둥지에 두툼하게 깔아주니 역시나 좋아하네...

알둥지 4군데에 다 골고루 알을 낳아놨어!!!

그전엔 제일 푹신한 두군데만 서로 낳겠다고 쌈박질해댔었거든~

 

전에 똥구슬을 발가락마다 달고댕기던 병아리~

또 몇개 똥구슬을 달고댕겨...

저놈 안 붙잡히려고 기를 쓸텐데 우찌 잡아서 떼주나...

 

오가는 길마다 가을이다...

하늘을 봐도 먼산을 봐도 가까운 들녘을 봐도...

 

총총 잔뜩 움츠린 채 집으로 들어왔다.

그늘은 춥고 햇살아래는 따뜻하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해바라기만 열심히 한다.

햇살 좋으니 무말랭이는 잘 마르겠네...

 

우체부아저씨 불쑥 들어와 꽃씨 왔네요~

귀한 건가 봐요!!!

옙!!! 그거 아주 귀한 씨앗이예욤!!!

 

얼릉 받아들고 싸인해주고

텃밭으로 쪼차가 호미질로 흙을 고른다음 골고루 골고루 씨앗을 뿌려두었다.

겨울에 춥지 말라고 왕겨 한 푸대 영차영차 이고지고와서 덮어주고

 

범부채랑 박태기나무 씨앗

둘다 추억어린 사연이 좀 있는 꽃이다.

볼 때마다 기억날...

 

고맙고도 고마운 분들 덕분에 울집 꽃밭이 환해지고 식구들이 늘어간다...

복받으실거다...

 

또 할 일이 없어 어정 건들거리다가

에라이...

이럴바엔 아이들이나 보러가자...

 

들냥이 물그릇 새로 채워주고

아궁이 불 때는 건 패스~

한번 잘 때놓으면 한 사나흘 안 때도 뜨끈따끈하거든...

 

이 군불방을 뒤로 하고 떠난다는건 참말이지 눈물나...

아까버...

 

그치만 가야할 길~

뒤 안 돌아보고 떠난다.

동가식 서가숙~

이 세월이 언제 끝나려나 싶지만 곧 조만간이겠지...

 

다시금 서울이다...

여전한 대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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