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노을은

산골통신 2017. 11. 5. 23:02

 

 

 

산골사람들

나락 베어 말리고 콩 꺽어 나르고

이런저런 가을걷이 분주하다...

 

고춧대도 뽑아내고 밭설거지하고

무 뽑아 시레기 만들고 저장하고

마늘양파 밭 만들어 심고

 

감따서 깍아 줄줄이 처마밑에 널고

깻잎 소금물에 삭힌거 꺼내서 쪄낸 다음 양념하고...

등등등...

 

산녀네는...

아무것도 안 하고 엄한 것들만 찾아 하고 있다.

뭐 그래도 매일매일 분주하긴 하다...

놀진 않으...

놀 새는 없으...

 

감깍기 구찮아 뚝뚝 썰어 감또개 널어놓고

콩은 안 심었으니 거둘 일아 없고

논 나락 추수는 콤바인 있는 이웃에게 맡겼으니

나락푸대가 톤백으로 지게차가 실어다 줄거니 일 없고...

고추는 망했으니 뽑긴 해야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무는 조만간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뽑아야 하는데

언제 하노... 달력과 일기예보만 쳐다보고 있다.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뽑아야 얼지 않고 바람도 안 들거든~

다음주를 디데이로 잡고 있다!!!

 

산골 이웃들 오며가며 만날 때마다

무 뽑았느냐고 물어보기 바쁘다!!!

다들 뽑았다는데... 다음주까진 괜찮다니 잘됐다 싶은데

그런데 다음 주엔 비가 온다네... ㅠㅠㅠ

우째야 할래나...

 

내일 아침 일찍 확~ 뽑아버려?!

 

쌀주문이 들어와 찹쌀 20키로 멥쌀 40키로 방아찧었다.

내일 택배총각편에 보낼거다!

방아찧으면 나오는 당가루 한 푸대 닭집에 묵은지랑 섞어서 갖다 부어주고

싸래기랑 깜부기랑 이것저것 흘려진 쌀알들 알뜰히 빗자루로 쓸어내 갖다 부어주고~

왕겨 한 푸대 또 부어주고...

퍼런 호박 서리맞아 쭈구리된 것들 죄다 따서 퍽퍽~ 던져주고

 

야들 신났다!!!

갖고 놀거리들 엄청 생겼다!!!

두 발로 빠대고 부리로 쪼고 옆에 언넘이 오면 막 쪼차내고 쪼차가고 아주 난리더라~

 

자꾸 알을 품으려는 암탉 한 마리...

며칠째 산녀랑 쌈박질 중이다!

이 추운 겨울에 시상에... 왜 알을 품고 그랴~

겨울에 병아리까면 아기병아리 감기들어 죽어!!!

꽁지들어 냅다 던져버리면 죽겠다고 도망갔다가

또 몰래 겨들어와 다른놈이 낳아두고 간 알들을 또 품고앉아있다...

참 징한 놈들...

 

일 하기 싫어

산밭에 올라가 논다...

뭐 거기서도 삽질도 하고 꽃나무도 심고 뭐 잡다한 일들이 많지마는

농사일이 아니니 뭐 괜찮아...

 

산부추씨앗이 영글었나 싶어 찾아가보니 한 포기는 언넘이 따묵었나 없고...

한 포기는 아직 영글라면 한 일주일 더 있어야하지싶다...

씩씩거리며 올라가본 보람이 없어 ㅠㅠㅠ

 

마당에서 텃밭으로 이어진 길고긴 호스를 이젠 거둬들이고

정구지를 마지막으로 베어야겠구나 생각만 하고

배추밭 이리저리 살피며 진닷물이 좀 낀 애들 두 포기 뽑아다 겉은 떼어다 닭집에 던져주고

속은 배차적 서너 둘기 꿔먹고

데쳐서 조물조물 무쳐묵고

속꼬갱이는 쌈으로 묵고

 

잘 말라가고 있는 감또개 오며가며 줏어묵고

씨앗들 잘 마르고 있나 뒤적거려보고

 

아궁이 앞에 퍼질러 앉아 박스나부랑이 신문지들 잡쓰레기들 모아모아 불싸질러 태워버렸다.

 

이제 슬슬 아궁이 불 때야할 철이...

나무도 정리해야하고...

 

노을을 바라보며

잠시 쉰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불  (0) 2017.11.10
서리서리...  (0) 2017.11.06
군입 다실거리 용용이~  (0) 2017.10.29
으름의 씨앗폭탄!!!  (0) 2017.10.29
홍시 으흐흐~  (0) 2017.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