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사람들
나락 베어 말리고 콩 꺽어 나르고
이런저런 가을걷이 분주하다...
고춧대도 뽑아내고 밭설거지하고
무 뽑아 시레기 만들고 저장하고
마늘양파 밭 만들어 심고
감따서 깍아 줄줄이 처마밑에 널고
깻잎 소금물에 삭힌거 꺼내서 쪄낸 다음 양념하고...
등등등...
산녀네는...
아무것도 안 하고 엄한 것들만 찾아 하고 있다.
뭐 그래도 매일매일 분주하긴 하다...
놀진 않으...
놀 새는 없으...
감깍기 구찮아 뚝뚝 썰어 감또개 널어놓고
콩은 안 심었으니 거둘 일아 없고
논 나락 추수는 콤바인 있는 이웃에게 맡겼으니
나락푸대가 톤백으로 지게차가 실어다 줄거니 일 없고...
고추는 망했으니 뽑긴 해야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무는 조만간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뽑아야 하는데
언제 하노... 달력과 일기예보만 쳐다보고 있다.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뽑아야 얼지 않고 바람도 안 들거든~
다음주를 디데이로 잡고 있다!!!
산골 이웃들 오며가며 만날 때마다
무 뽑았느냐고 물어보기 바쁘다!!!
다들 뽑았다는데... 다음주까진 괜찮다니 잘됐다 싶은데
그런데 다음 주엔 비가 온다네... ㅠㅠㅠ
우째야 할래나...
내일 아침 일찍 확~ 뽑아버려?!
쌀주문이 들어와 찹쌀 20키로 멥쌀 40키로 방아찧었다.
내일 택배총각편에 보낼거다!
방아찧으면 나오는 당가루 한 푸대 닭집에 묵은지랑 섞어서 갖다 부어주고
싸래기랑 깜부기랑 이것저것 흘려진 쌀알들 알뜰히 빗자루로 쓸어내 갖다 부어주고~
왕겨 한 푸대 또 부어주고...
퍼런 호박 서리맞아 쭈구리된 것들 죄다 따서 퍽퍽~ 던져주고
야들 신났다!!!
갖고 놀거리들 엄청 생겼다!!!
두 발로 빠대고 부리로 쪼고 옆에 언넘이 오면 막 쪼차내고 쪼차가고 아주 난리더라~
자꾸 알을 품으려는 암탉 한 마리...
며칠째 산녀랑 쌈박질 중이다!
이 추운 겨울에 시상에... 왜 알을 품고 그랴~
겨울에 병아리까면 아기병아리 감기들어 죽어!!!
꽁지들어 냅다 던져버리면 죽겠다고 도망갔다가
또 몰래 겨들어와 다른놈이 낳아두고 간 알들을 또 품고앉아있다...
참 징한 놈들...
일 하기 싫어
산밭에 올라가 논다...
뭐 거기서도 삽질도 하고 꽃나무도 심고 뭐 잡다한 일들이 많지마는
농사일이 아니니 뭐 괜찮아...
산부추씨앗이 영글었나 싶어 찾아가보니 한 포기는 언넘이 따묵었나 없고...
한 포기는 아직 영글라면 한 일주일 더 있어야하지싶다...
씩씩거리며 올라가본 보람이 없어 ㅠㅠㅠ
마당에서 텃밭으로 이어진 길고긴 호스를 이젠 거둬들이고
정구지를 마지막으로 베어야겠구나 생각만 하고
배추밭 이리저리 살피며 진닷물이 좀 낀 애들 두 포기 뽑아다 겉은 떼어다 닭집에 던져주고
속은 배차적 서너 둘기 꿔먹고
데쳐서 조물조물 무쳐묵고
속꼬갱이는 쌈으로 묵고
잘 말라가고 있는 감또개 오며가며 줏어묵고
씨앗들 잘 마르고 있나 뒤적거려보고
아궁이 앞에 퍼질러 앉아 박스나부랑이 신문지들 잡쓰레기들 모아모아 불싸질러 태워버렸다.
이제 슬슬 아궁이 불 때야할 철이...
나무도 정리해야하고...
노을을 바라보며
잠시 쉰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불 (0) | 2017.11.10 |
---|---|
서리서리... (0) | 2017.11.06 |
군입 다실거리 용용이~ (0) | 2017.10.29 |
으름의 씨앗폭탄!!! (0) | 2017.10.29 |
홍시 으흐흐~ (0) | 2017.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