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에 잡풀들도 기를 못 피고 비실비실이다.
불행중 다행이란 말을 이럴때 쓰는건가?
밭둑에는 잡풀들이 승하지만 밭헛고랑 사이사이엔 맥을 못 추더라.
오늘 언덕밭 올라가는 돌계단과 감자밭 고랑 산나물밭 고랑 풀 뽑았다.
뭐 오늘낼 하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닭집 올라가는 길에 아직 해도 덜 올라와서 시원하고 딱히 할 일도 없고해서
퍼질러앉아 조그만 조선낫 하나갖고 덤볐다.
어디 대장간에 가면 호미하고 낫을 같이 하나로 만든 호미낫이 있다는데..
그걸 어찌 가서 사올꼬... 그게 참말로 탐이 난다.
대장간에 전화해서 택배로 부쳐달라할꺼나~
호미질로 할 일이 있고 낫으로 해야할 일이 있다.
풀메기를 하다보면 땅이 굳거나 질거나 풀이 억세거나 하면 호미론 안 되거든. 낫이 들어가야지.
호미들다 낫들다 정신없어 안된다. 호미랑 낫이 같이 있는 도구가 딱이지!
꼭 구해야겠다.
돌계단옆 조그만 공간에 풀만 나길래 두메부추랑 정구지 노각오이 도라지 등등 심어두었는데
삼동추 씨앗이 날라와 뒤덮는 바람에 기를 못 펴고 살았더라.
지난번 삼동추는 낫으로 베어 마당으로 날라다났고
이번에 잡풀들을 뽑아주니 훤하니~ 드러나더라.
돌계단도 싹싹 잡풀들 제거해가며 올라가 길가는 어지간히 풀정리를 했다.
일년에 몇번은 해줘야하겠더라구...
밭둑이나 길 옆은 예초기가 들어가면 말끔해지겠지만~ 이렇게 구석구석은 낫질과 호미질 손구락질이 필요하다.
감자밭 헛고랑엔 아직 풀들이 별루 없다. 다만 몇 안되는 풀들이 키를 키우고 터를 넓게 잡아 자라는 바람에
쟈들 그냥 냅뒀다간 안될거같아 작정하고 고랑고랑 기댕기며 뽑아제껬다.
낫 등을 호미삼아 득득 긁고 안되는건 낫질해가며...
구름이 끼었는데도 땀이 비오듯한다.
아차~ 수건을 안 두르고 왔구나... 에혀...
눈이 따갑다.
하는 김에 곤드레랑 곰취밭 세고랑도 일일이 자잘한 풀들을 뽑아줬다.
이번이 네번째 풀메기인데~ 왕겨를 덮어뒀더니 풀뽑기는 참 수월터라~
단감나무 그늘이라 산나물밭으론 제격이여~ 딴 작물들은 그늘이라 안되거등.
쇠비름 명아주 쇠별꽃 방동사니 독새풀 강아지풀 들이 좌악 들어붙었더라.
쇠비름은 뽑아서 뒤집어 놓아야하고 쇠별꽃은 그 뿌리채 알뜰히 뽑아 밭에서 멀리멀리 던져버려야한다.
명아주는 초기에 뿌리채 뽑아야하고 크면 잘드는 낫이 필요하다.
방동사니와 독새풀 강아지풀은 그냥 손으로 훌쩍 뽑아도 되고~
작은 애라도 죄 긁어내고 뽑아야 나중에 안 성가시다~
금새 억시게 자라거등.
아직 식전이다.
어여 가서 밥 앉히고 아침밥 준비해야겠네...
텃밭에 들러 상추랑 이런저런 나물들 한움큼 뜯어서 들어간다.
식전일 끝냈으니 아침먹고 쉬어야지.
해 올라와서 뜨거우면 낮엔 못 나가~
이따 해거름에나 물 주러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