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 바쁜 일이 하나하나 해나가니 이젠 조금씩 한가한 시간들이 생긴다.
그게 적응이 안 되어
이 일 저 일 찾아하느라 마음만 바쁘다나.
좀 쉬면 좋을텐데... 그간 바빠 못 읽었던 책이라도 집어들고 자울자울 졸아도 될텐데...
그게 참 안된다.
저리 해 있을때 일 하기 좋을때 일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못 말리는 중증이로다.
하도 일거리가 없어서 아가사크리스티 책 한권 들고 거실 창 앞에 앉아 읽기 시작하니...
세상 좋구마는~
몇장 못 읽고 그예 뛰쳐나갔다.
바빠 못 하고 미뤄놨던 일이 하나 생각이 나서리...
할매집 담장가 왕겨더미 수북수북 쌓여있는 곳
자두나무 호두나무 매실 감나무 주목 사철나무 소나무 자라고 있는 곳
뒤죽이 박죽이가 친구하자고 손 내밀 그런 곳...
빈 자리 풀만 나지 말라고 삼동추 씨앗 뿌려놓았더랬는데
풀이랑 삼동추 씨앗대궁들이랑 난장판이 되었었다.
낫이랑 호미
괭이랑 쇠깔끼~ 삽쇠 총동원해서
치우기 시작했다.
왕겨더미 한짝으로 퍼서 무지고
풀들은 손으로 쥐어뽑고
왕겨더미 속에서 이따만한 굼뱅이들 난리가 났고
해마다 이맘때면 올라오던 칸나싹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다 얼어죽었나...
삼동추대궁들 낫으로 팍팍 쳐서 마당가 천막위에 널어놓고
호미로 풀뿌리가 안 뽑혀 낫으로 잘라내가며 전진 또 전진...
밀림 속을 정리해나간다.
환삼덩굴이 막 뻗어나가기 시작하는 곳을 싸그리 처치하고
이런저런 검부지기들 담장 쪽으로 다 밀어부치니...
그제사 마당이 훤해진다.
그동안 뭐만 있다하면 그짝에다 싸무져놓았었거든...
통들도 저짝으로 한갓지게 치워버리고
쓰레기들 모아서 정리하고
그래놓으니 깔끔하구만!
내손이 제일이네...
여기다 오이모종 열댓개 구해다가 심어야겠다.
노각오미만 믿고 백오이는 안 심었었는데 이리 자리가 나니 심어야지~
내일 도시장정 올때 사갖고 오라해야겠다.
언덕밭이랑 약초밭이랑 관리기 들어가야하고
산밭에 있는 고추말목이랑 백미터짜리 호스 갖고내려오라해야지
그러면 내일 일거리는
묵밭 로타리치는 거하고
고추말목 박고 줄 매는 거하고
고추순 따는 거겠다.
아침저녁 물 주는 건 일상 행사고
산삼씨앗 인삼씨앗 뿌려놓은데 물도 좀 줘야겠구나.
워낙 가무니 갸들이라고 별 수 있나.
이제 고추들이 곁순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간 뿌리내리느라 힘겨웠나봐...
한시름 놨다.
이웃 아지매 지나가다 더덕이랑 도라지랑 너무 가까이 심었다고
나중에 어찌 캐려하냐고 걱정이시다.
지금은 임시로 심어놓은거고
내년 봄에 본밭에 하나씩 따로따로 정식할꺼니까 괜찮어유~~ 했지.
오며가며 선녀 일하는 게 못 미더워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참 고맙지뭐냐..
이웃 노총각 지나가다
자알 가꿔놓으란다~ 지가 나중에 잘 먹어줄테니!
더덕 자라걸랑 캐묵으라고 했더니 고맙단다~ ㅎㅎㅎ
오늘 하루도
아침에 물 주는 걸로 시작해서 저녁에 물 주는 걸로 끝났다.
비만 풍족히 오면 안 해도 될 일을...
다들 경운기에 물통 그득 싣고 물 주러 다닌다.
심히 가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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