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풀농사...

산골통신 2014. 8. 13. 20:21

비가 추적추적 뿌린다.

덥지 않아 일하기는 좋네... 이러면서

긴팔 긴바지 긴장화 장갑 팔토시 껴입고신고끼고 들로 나간다.

 

이런 비야 까짓 맞지 뭐.

등짝에 내리꽂히는 장대비도 맞고 일해봤는걸... 그리 힘들진 않더만.

 

누가 이리 들깨를 많이 심어놓았는고... 밭은 왜이리 큰고...

이틀에 걸쳐 들깨밭 풀메기를 하는데도 이제사 겨우 4분의1했다.

옆 밭을 휘~ 둘러보니... 한숨만 나와... 저건 또 언제 하냐...

 

풀농사를 짓는거이 아닌데... 왜 우리는 올여름 게으름을 부렸을까.

예초기 고장났다고~ 다음에 하지뭐~ 이런 사람 나와!

고장났으면 고치러 농기계센터에 보내면 될꺼아뉴...

기름이 없으면 주유소 가서 사갖고 오면 될거아뉴...

휘발류 오래 보관못해서 기름질이 떨어져 기계가 자꾸 고장나면

드럼통 어데가서 구해갖고 와서 새기름 넣으면 될꺼아뉴...

 

에혀... 다들 말로만 농사짓는다. 슬금슬금 지쳐가나보다.

일은 늘 닥치는데... 사람손은 한정되어 있어...

한사람은 말로만 농사짓고

한사람은 계획은 줄창 세우는데 그 진전이 없고...

 

결국 팔걷어부치고 나선 사람은...

 

비름나물이 명아주를 이겨먹는다.

들깨보다 더 키가 커버렸다.

뭐 뽑기는 좋더라. 쑥쑥 뽑아제껴서 밭둑으로 내던진다.

비를 머금어 그 딸려온 뿌리흙무게가 장난아니어서 밭둑 풀들이 휘청휘청 자빠진다.

 

오늘은 이만치... 내일은 저만치....

그러면 밭 하나는 끝나는가.

그럼 다음 밭으로 가야지.

 

고추는 언제 따나...

덤불이 더 우거져서 꽃이 피어나야 하는데 그간 가물어서 그런가... 올해 해걸이하나...

꽃이 일지 않는다.  큰일이군. 이러다 김장꺼리 고추가루 비상이겠는걸.

 

해거름이라 깔따구가 막 물어제낀다.

흙묻은 젖은 장갑으로 벅벅 긁어제낀다.

금새 얼굴이 흙투성이 된다.

 

배추모종은 떡잎이 나오고 본잎 나오려고 하더라.

조만간 배추밭도 장만해야겠네.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도 오늘과 별 다름이 없을꺼다.

온여름내 그렇다.

 

풀농사 지어놓은거... 저거 처리해야지... 그래야 뭐든 얻어묵지.

어둠이 내려 더이상 초록이 초록으로 안 보일즈음... 허리펴고 일어섰다.

 

이웃 밭을 둘러보니...

자식은 내자식이 좋고 곡식은 넘의곡식이 좋더라...

라는 생전 할매 말쌈이 명언이더라...

 

왜 넘의밭고랑은 저리 깔끔한겨... 사람들 일하는거 한번을 못 봤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