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삶은 논 그리고 모내기

산골통신 2011. 5. 30. 13:09

논을 왜 삶는다고 하는 지는  논을 직접 삶아보면 안다.

아예 논에 물을 그득넣어 짓이겨 삶아버리니께~~ 그 말 밖엔 도리가 없더라고.

이 논은 삶은 후 흙탕물이 고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논이다.  여기저기 흙섬이 떠 있으면 그걸 없애야 하는데

논 쥔장이 깔기질을 알뜰히 했나보더라.  그치만 물이 빠진 후 다시 한번 돌아봐야하느니.

 

모내기 하려면 약 사흘 전에 논삶기를 하더만 흙이 가라앉고 물이 다시 맑아지면 서서히 물을 적당량만 남기고 뺀다.

그래야 이앙기나 사람이 들어가서 모심기를 할 수 있으니까.

요새 다락논 빼고는 다 이앙기가 후딱 해치운다. 요샌 또 승용이앙기가 있어서 까짓 아무것도 아니더라.

이앙기 한차례 지나가고 나면 아지매들이 나서서 뜬모와 빈모를 모들구기를 한다. 아무래도 기계는 사람손같잖아서 가끔 빼묵으니께.

모 바구니를 허리춤에 차고 물장화 신고 들어가면 휘딱 안 자빠지게 조심조심해가며 머들구기를 해야한다.

허리는 얼마나 분질러지게 아픈지...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르지.

그래도 이기 어디여...  일일이 사람 손으로 해야할 때보다는 훨 낫지비... 

 

윗논 아랫논 후딱 해치우고 이앙기는 사라졌다.  바로 식전의 일이다.

사물 분간이 가능할 정도의 밝음만 있어도 어김없이 일이 시작된다.

낮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는 누구라도 일하기 싫다우...

 개구리들 난리나부렀다. 다 풀섶으로 도망가서 어여 논쥔장이 모심고 사라지길 기다린다.

모내기를 한 뒤...  물을 뺐다 넣었다  적당히 물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이때가 올챙이들 무쟈게 신나는 철이다ㅣ.

꼬맹이들 올챙이 잡노라고 양동이 들고 논둑에서 사는 때가 이 즈음이다.

허지만 조심해야 할 거이 이 즈음이 또 비얌이 억수로 설칠 때라는 거이지... 오죽 먹을 거이 많어? 개구리 천진데...

 

풀이 제일 많이 날 때가 또 이 즈음이다. 논바닥이 드러나면 안 된다. 풀씨가 때는 이때다~ 하고 우르르... 싹을 틔우므로...

물을 적당히... 모 잎이 삭지 않을 정도로 관리를 잘 해줘야 하느니.   물꼬관리가 논 농사의 절반~! 아니... 전부를 차지한다.

열심히 옆 논 컨닝을 해야 살아남는다.

 

우리 논에는 미꾸라지와 도룡뇽이 사는데...

도랑 도구치기 삽질하다보면 막 삐죽삐죽 진흙속에서 드러난다.  갸들이 원체 미끄러워서 삽날에 찍히지는 않는가보더라...

 

아~ 도룡뇽 야그하니 생각났는데~ 울집 마당에 도룡뇽 한쌍이 산다.

마루 창 아래 옥잠화가 낑겨서 자라길래 넓은데로 옮겨심으려고 막 삽질을 했겄다???

어~ 꾸물꾸물... 이기 뭐꼬? 도룡뇽이냐???  어~ 또 한 마리다... 이야... 너들 여기서 사니???

방티연못에 알 낳아놓은 것이 너들이었구나??? 너들 부부냐?

그래그래... 여그서 살아라... 한번 쓰다듬어??? 주고 놓아줬다. ㅎㅎㅎ

 

너들이사 내한테 뭔 피해를 끼치겄냐~~  비얌만 아니문 되야...  지네하고.

안 그래도 며칠 전 뒤안에서 지네 한 마리 골로 보냈는데~  이웃집 흙집에는 지네가 방안에 들어와서 잠자기 무섭다더라... 우야노!

 

그나저나 이제 모내기도 끝냈으니 한숨 돌리고...

고추농사 깨농사 신경써야겠다.  아~ 매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