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뉘가 한국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말했다.
추워서 어떻게 사느냐고. 이해가 안 된다고.
묵묵부답... 오돌오돌 떨면서...
어찌 이렇게 일할 날짜를 잘도 잡았는지
근래 보기드문 추운 날씨라...
찬바람 속 마당에서 사과선별작업을 하고 있던 이웃집 아지매가 추위를 몰고 왔느냐면서 한소리 하시네~
에구~ 내가 멀??? ㅎㅎㅎ
거름도 내야 하고 마늘 양파밭에 비닐도 씌워야 하고
배추도 뽑아야 하고
아랫채 도배도 해야하고~
빈자리 나무도 더 심어야 하고~
일은 많은데 날은 꼬치같이 추버서.. 꼼짝도 못하겠더라.
그래서 따뜻한 방바닥에 눌러붙어 앉아서 도배만 줄창 했다나~
방 벽이 걍 흙벽돌이라 천정도 걍 나무하고 흙이라~
뭐가 자꾸 부슬부슬 떨어져... 청소하기 구찮고 해서리... 닥종이로 도배를 하기로 했지비~
아이들은 울집에서 젤루 따뜻한 큰 창아래 이불 속에서 뭉쳐 살고.
하루종일 거기서 안 겨나오려고 해서 야단좀 했다.
참 희한거이~ 왜 거기만 젤루 따뜻하냐?
그 왜.. 방바닥 보일러 선 깔고 미장할 적에 그 속에다 흙을 채워넣어야 하는데
산으로 흙파러 가기 싫어서리~ 이 게글뱅이 선녀가 말이지...
거기 빈 공간에다 샌드위치 판넬 이따만한 두께를 꾸겨 쳐넣었더라 말이지...
그랬더니 그 철판과 스치로폴이 데워져서... 그 부분만 노상 절절 끓더라 말이지...
그 샌드위치판넬~ 이웃집 창고 짓고 남은거 뒷마당에 굴러댕기던 거였는데~ 암말앉고 걍 줒어갖고 왔지비...
그 덕을 톡톡히 보고있다. 언제 이 이야기를 그 판넬 쥔장에게 해줘야지~ ㅎㅎㅎ
어쨌든 창가득 들어오는 겨울 햇살과... 뜨끈뜨끈한 방바닥이 주는 안락함 평화로움...
그 치명적인 유혹에 벗어날 길이 없다.
찬바람은 불어요...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쓰려던 종이조각들은
휘휘~ 온마당을 돌아댕겨요... 그거 다 줒어다 아궁이에 다 쑤셔넣고...
뭐 다른 일은 못 하겠고~
정신사나운 꽃밭 정리나 하자 싶어 낫을 들고 이리저리 쳐내고...
한주먹 달린 산수유 마저 따내고 온통 마당 설거지만 열심히 했다.
금새 몸이 더워지지만~ 찬바람 막아낼 길은 없어
다시 집구석으로 쫓겨들어갔지.
마늘밭 비닐을 씌우자니~ 바람불어 못 하고...
바람부는 날 비닐작업은 세상없어도 못한다. 이건 진리다.
비닐이 바람타는 즉시~ 그 비닐 못 잡는다고 봐야한다. 장정이 둘이 매달려도 안된다카이~
그래도 산골사람들은 일을 찾아한다.
선태네는 내외 마주 도리깨 들고 콩타작 하고 있고...
저 아래 이씨네는 김장거리 고추 다듬고 있고...
다른 집에서도 콩 고르고 시레기 말리랴.. 무말랭이 널어 말리랴...
뭐 할 일이사 찾으면 억수로 많지비...
하기 싫다치면 할 일 암것도 엄꼬!
날씨 핑게 열심히 해대면서 하루종일 도배만 열심히 하고 나무 이십그루 심고...
그러고 끝냈다.
이노무 날이 풀려야 먼 다른 일을 하지...
하릴없이 아궁이 불이나 신나게 쳐땠다.
아이들보고 나무좀 해온나~ 했더니... 전날 비에 다 젖은 나무만 갖고와서리...
때도 몬하고~ 묵은 낭구만 쳐땠다.
감자랑 고구마랑 한 바가지 앵겨줬더니
오글오글 아궁이 앞에 찡겨 앉아 얼굴이 씨꺼매지도록 궈먹었더라~
부지깽이로 아궁이 위 비루빡엔 온갖 낙서란 낙서는 다 해놓고...
왜 아이들은 누구 바보! 멍청이~ 이런 말만 써놓을까? 궁금타.
울집 마당에 쳐들어와 언제적부터인지 모르게 살고있는 토깽이가
아궁이 옆 벽을 죄다 파놓았다.
이놈이 겨울나려고 굴을 파려고 했나봐.
여기저기 서너 군데를 파다가 냅둔 꼬라지가 참 우습다.
그나저나 이노무 토깽이 걱정이네... 어찌 겨울을 나려고 그러지?
아침에 혹여나 아궁이 속에 겨들어갔나 싶어 걱정이 되어...
괜히 부지깽이로 쑤셔봤다.
전에 누가 이야기해주더라고...
강아지 한마리가 아궁이 속에 겨들어갔다가
쥔장이 모르고 불을 때는 바람에 홀라당 털을 태워먹었다나 우쨌다나...
그제 밤에 첫 눈발이 날렸다.
음력 구월에 눈이 오기는 드문데...
바깥 길 외등 불빛에 비친 눈 날리며 오는 모습에...
코끝이 빨개지도록 문열고 서서 눈구경을 했다.
저 눈이 쌓일까?
아침에 내다보니 지붕만 조금 하얗고 말더라...
그것도 해올라오니 흔적도 없어...
쪽파 좀 뽑고 배추 몇포기 칼로 도려오고...
적이나 꿔먹을까나...
날좀 풀려야 일을 좀 할낀데...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통신] 닥치는대로 효소를... (0) | 2009.12.09 |
---|---|
[산골통신] 아궁이 불때기 좋은 날~ (0) | 2009.11.18 |
[산골통신] 마늘 양파 심어야 해~ (0) | 2009.11.06 |
[산골통신] 토깽이들이... (0) | 2009.11.02 |
[산골통신] 마구잡이 닥치는대로 일하기~ (0) | 2009.10.17 |